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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9/02/26 09:27:42 편집부장

삼일운동 백주년을 맞으며

백년의 시간이 흘렀다. 1919년 3월 1일 서울 태화관에 모인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다. 1918년부터 중앙학림(동국대 전신)의 강사로 재직하고 있던 한용운 스님은 1919년 2월 28일 10,000장의 독립선언서를 인수받는다. 그 날 밤. 평소 자신을 따르던 중앙학림 학생들을 자신의 계동 집에 모이게 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김봉신을 비롯하여 신상완, 백성욱, 김상헌, 정병헌, 김대용, 오택언, 김법린, 박민오 등 이었다. 한용운 스님은 이들 10명에게 독립선언서를 건네주며 3월1일 오후 2시 이후에 시내 일원에 배포하도록 당부하였다. 한용운스님은 학생들에게 “서산(西山)과 사명(泗溟) 양 대사의 법손임을 굳게 명심하여 불교 청년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우리 불도가 다른 교도들의 앞장을 서서 독립운동을 전개하자.”고 비장한 각오를 설파했다. 만해 스님으로부터 독립선언서를 전해 받은 중앙학림 학생들은 사태가 시급함을 느끼고, 인사동에 있던 범어사 포교당으로 자리를 옮겨 긴급회의를 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협의했다. 학생들은 가장 연장자인 신상완을 총참모로 추대하였고, 백성욱과 박민오는 참모로 중앙에 남아서 연락책을 겸하여 진두지휘를 하게 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 연고가 있는 지역의 사찰로 내려가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시위를 주도할 것을 결의했다.

3·1운동의 전개는 이들 중앙학림 학생들에 의해서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김법린과 김상헌은 동래 범어사를 책임지고, 오택언은 양산 통도사를, 김봉신은 합천 해인사를, 김대용은 대구 동화사를, 정병헌은 화엄사를 중심으로 전라도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해 나갔다. 서울 시내를 담당한 학생들은 3월 1일 새벽 3시에 각각 회의장을 떠나 시내 포교당과 서울 근교의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였다. 지방을 담당한 학생들은 3월 1일에 있은 서울 시내의 만세시위운동에 참가한 후, 독립선언서를 간직하고 제각기 지방 사찰로 향하여 지역별 만세시위운동의 선봉에 서 민중들과 함께 일제의 총칼에 저항했다.

이런 저항의 정신은 동국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1960년 4.19 민주혁명 당시에는 이승만 독재와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선두에서 꽃 같은 젊은 피를 민주주의의 제단에 바쳤다. 1987년 전두환 정권에 맞서 6월 항쟁에 동국인들은 한마음으로 행진에 참가했다. 목탁을 치며, 고귀한 목숨들을 앚아 간 정권의 몰락을 앞당겼다.

부처님은 시대의 혁명가였다. 카스트제도의 신분제를 타파하고, 윤회를 끊고 열반에 드는 길을 민중에게 설파한 위대한 혁명가이다. 이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동국인들에게 삼일운동 백주년을 맞아 당부한다. 대학의 정신은 순수한 비판의 정신이다. 그동안 동국인들은 얼마나 자신을 성찰하고 시대에 동참하는 지식인이었는가를 되돌아볼 시간이다.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실천하고 21세기 4차 산업의 시대적 과제를 실천하는 참 지식인 되기를 바란다. 만해 한용운 선사의 고귀한 저항 정신을 따라 젊음을 바친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한국 대학의 저항 정신을 이끄는 동국인 이기를 기대한다.

한 가지 덧붙여 3월 1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최하는 기념법회와 타종식에 29개 회원종단이 모두 동참한다. 만해 선사의 유적지인 심우당을 참배하는 행사도 가진다. 선사의 투철한 저항 정신을 모두 되살려 사회와 중생의 정의를 위해 앞장서는 불교가 되기를 서원한다.

100년의 시간은 화살처럼 지났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남북교류의 전환기에 서있다.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성과를 기대한다. 적이 동지가 되는 진정한 자비의 실천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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