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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드림의 예술'로 영국에서 은 공예가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금속공예작가 이상협 씨 |
‘두드림의 예술’금속공예, 영국서 銀공예가로 자리 굳혀
윌리엄은 13세기 스코트랜드 영웅 윌리엄의 사랑과 투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 멜 깁슨의 극중 이름이다.
“마침 멜깁슨을 좋아했던 터에 영국에서 써먹을 이름을 생각하다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이상협(李相協)이라는 한국 이름보다 윌리엄 리(William Lee)로 더 유명하게 된 영국 이름은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영국으로 1년짜리 어학연수 왔다 때마침 IMF로 주저앉아야 했던 이름 없는 충북 괴산의 한 젊은 청년이 통칭 금속공예가, 그러나 銀 공예가 세계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국에서 ‘銀공예가’로 자리를 굳히게 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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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판을 1초에 세번을 두드려 가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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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은)이 부드럽게 되기 위한 열처리(불질) |
이상협은 영국에 유학 와서 작품에 임할 때 자신이 태어난 한국을 염두에 두고 한국적인 것을 항상 잊지 않았다.
“실버로 도자기가 가능할까?”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독보적인 활동하며 ‘실버포터’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상협은 ‘나 만의 線’을 찾기에 몰두했고 한국 중국 일본의 금속공예와 비교하며 달 항아리 등 한국적 전통 선을 찾는 것에 열정을 쏟았다.
“사라지는 작가는 작가가 아닙니다”영국, 미국 등 ‘퍼블릭 콜렉션’에 30여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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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최고로 많이 보관하고 있는 망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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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 스님들의 주문으로 특수 제작된 불기들 |
영국 서남부에 있는 엑스터칼리지 조소과와 2004년 런던 켐벌웰칼리지 금속공예 과정을 마친 이상협은 2013년 귀국할 때까지 전업작가로 눈부시게 활동을 벌이고 윌리암 리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작가는 작가가 아닙니다.”
이상협은 영국 활동 중 ‘퍼블릭 콜렉션’(박물관이난 이에 준한 기관)에 3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기에 이르렀고 은공예가로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고 금속공예가로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작가가 아님을 공인시켰고 화려한 이력을 각인시켰다.
2003년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에 소장된 <영국디자인실버스미스어워드공모전> 1등 작 ‘은트로피’, 2006년 미국의 3대박물관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박물관에 소장된 ‘매병은항아리’, 2007년 스콧트랜드 아버린박물관에 소장된 ‘호리병’ 2010년 켐브리지 켈부루크칼리지에 소장된 ‘수반’ 등등 세계 유명 박물관에 작품들이 소장되면서 윌리엄 리는 금속공예가, 銀공예가로 작품성과 성가를 높였다.
작업은 苦行이고 부처님의 목탁소리, 동양3국 중 식탁 위 금속 놓는 것은 한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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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금속공예를 자랑하는 器스튜디오 |
有志意成이라고 했다.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었다는 말이다. 중학교 때 유기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세공과를 택한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 이 자리에 우뚝 선 이상협의 명성 뒤에는 인고의 세월을 간과할 수가 없다.
‘두드림의 예술’ 금속공예인 우리 전통방식인 방짜유기와 영국의 은공예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유럽이 銀器라면 우리나라는 놋그릇이고 동양3국 중 테이블(식탁) 위에 금속을 놓는 나라는 우리나라만 존재한다는 사실, 놋그릇이 웬만한 세균 죽인다면 銀器 또한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두드림의 미학도 맥을 같이한다. 다만 방짜유기가 망치, 집게 등 다섯 명의 공동 작업이라면 銀공예는 혼자서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차이가 날 뿐이다.
“망치 들고 죽는 게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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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美를 전세계에 알리는 동, 은으로 만든 대형 달항아리와 호리병 |
이상협을 보면서 지극히 참스러운 것은 쉬지 않는다(至誠無息)는 말이 생각난다. 사직단 인근 그의 작업장 ‘器스튜디오’에 울려 퍼지는 은공예를 위한 망치 소리가 마치 3.3.7 울림의 예술이 아닌가 하는 환상을 낳게 만든다.
스스로 출근 9시, 퇴근 7시로 정했다는 작업실은 크고 작은 망치만 200개가 넘는다. 망치 소리로 고수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이상협, 작품에 임하면 몇 개월에 걸쳐 銀板을 향해 매초 세 번 망치질을 한다니 작품 당 망치질 숫자를 어찌 가늠할 수가 있을까.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 고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망치 소리가 목탁의 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상협이 22세 인연이 닿은 갤러리 단디와 주얼리의 구필서 대표의 말이다.
23세 때 절 마당 밟고 스님과 작품 소통, 9월이면 영국으로 가 한국의 美심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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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 美학인 은으로 제작된 달항아리 |
이상협이 절 마당을 밟은 것이 23세 때였다고 한다. 천태종 불교공모전에 ‘향로다기’가 입선된 적도 있었는데 스님들과 인연도 적지 않다. 원래 금속공예 소재 자체가 불교적인 것이 많아 스님들의 아이디어와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이 작품 활동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땀 흘리면서 일하자, 돈 벌자”
이상협의 좌우명은 아주 명쾌하고 단순하다. 예술성에 상업성을 접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그만큼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드러낸다.
9월이 되면 銀器의 시장이 넓은 영국으로 돌아간다. 작업실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제작하고 영국에서 활동한다는 계획도 이미 세웠다.
한국의 미를 창출하고 한국적 컨셉을 통해 작품마다 예술성과 현대적 감각이 녹아내리도록 만들겠다는 구상도 마련됐다.
손재주가 좋은 집안에 태어난 덕분인가 2004년부터 그의 손을 거쳐간 1000여점의 작품들은 동양3국 중 한국적 풍류와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평범한 여백의 미가 흘러내린다.
망치질을 통해 한 장의 銀板이 달 항아리도 되고 탑도 되는 과정을 보면 컴퓨터, 사출, 이어붙이기를 지양하고 기본으로 시작하고 기본으로 끝내는 원칙주의자임을 알 수가 있다.
글 / 모악재 사진 / 이한규 국장
http://www.bulgyonews.co.kr/news/3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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