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성사는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승복을 벗고 민중 속으로"
"세속과 더불어 중생교화에 일생을 바친 위대한 대승보살”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빛나는 선지식으로 꼽히는 원효성사의 삶과 사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한 중요한 저술 두 권이 출간됐다. 국내 불교계 원효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는 백송 정목 스님(경남 양산 정토원)이 새로 펴낸 원효의 일대기 『원효성사』와 계율 해설서 『원효의 보살계』다. (도서출판 금샘, 각 권 1만2천원)
『원효성사』는 현존하는 모든 원효 관련 기록들과 유물 자료들을 일일이 고증하며 그동안 원효에 대하여 잘 몰랐던 것,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낱낱이 밝히고 바로 잡았다.
특히 원효가 승려의 신분으로 요석공주와 결혼을 하고, 시정잡배들과 어울리며 마음대로 행하는 등 파계승의 행동을 보였다는 지금까지의 통설은 전혀 잘못된 것으로 원효는 ‘젊은 시절 서당화상이라는 이름으로 승려생활을 했지만 34살 때 깨달음을 얻은 후 환속하여 고향으로 돌아가 재가불자의 신분으로 불교의 대중화를 꿈꾸며 중생교화에 일생을 바친 위대한 대승보살’이라고 밝혔다. 또 “원효라는 이름은 승가를 떠나면서 자기가 스스로 지어 사용했으며 요석 공주와 결혼한 시기는 환속하고 적어도 4~11년이 지난 후였다.” 라 주장한다.
원효가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려다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에 대해 북송대 영명연수(永明延壽: 904~976.)가 961년에 지은 『종경록(宗鏡錄)』과 혜홍각범(慧洪覺範:1071~1128. 송)이 1107년에 지은 『임간록(林間錄)』에는
「옛날 동국에 원효법사와 의상법사가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당나라에 와서 스승을 찾으려고 하였다. (중략) 」
이 기록에 의하면, 원효와 의상이 당나라에 도착하여 무덤 속에서 일어난 일로 되어 있다. 원효가 당나라에 간 적이 없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당나라에 가지 않았으면 해골의 물을 마신 적도 없다. 원효가 해골의 물을 마셨다는 것은 중국에서 꾸며낸 전설이다.
중국에서 『종경록』을 저술할 당시에는 원효가 유학길의 중도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 후의 행적이 특별했다는 이야기를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이 꾸며낸 말을 기록하였을까?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명성이 자자한 원효가 당나라에 스승을 찾으려고 왔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원효가 661년에 유학을 시도하였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던 것이니, 이는 45세까지 당유학을 시도할 정도면 대단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세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기록이다. 그들은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이미 은밀한 작업을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세계, 국가, 사회, 조직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형식에 속지 말고 진실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함께 출간한 『원효의 보살계』는 한국 불교사의 유일한 계율 해설서인 『보살계본지범요기』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어로 번역, 해설한 것으로 계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오늘날 한국의 불교 현실에서 승가와 재가불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수행의 지침서로 평가된다.
『보살계본지범요기』는 그 전문이 온전히 남아 있어서, 원효(617~686)의 계율사상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저술이다. 이 논서를 통해 원효가 ‘파계승’이 아니라 계율에 철저했던 율사(律師)였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서는 환속한 이후에 거사(居士)의 신분으로 저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살계본지범요기』는 「대의」와 3문과 「유통게」로 구성되었다. 「대의」에서 재가불자 중에 오랫동안 불도를 흉내 내는 행적을 제멋대로 하여 진실하고 바른 것을 잃어버린 전예도인(專穢道人)과 출가사문 중에 언제나 깊은 계를 깎아내리며 얄팍한 행위를 구하는 극사사문(剋私沙門)이 있다고 하였다. 『원효의 보살계』는 전예도인과 극사사문을 사자 몸 안의 벌레와 같다고 하며, 그 죄를 세 부문에서 세 쌍으로 보이고 해설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세 부문의 세 쌍이란, 선정의 가르침에서 탐욕과 교만의 마음, 계율의 가르침에서 좌사계와 좌정계를 범함, 지혜의 가르침에서 증익과 손감의 견해를 말한다.
또, ‘자신을 칭찬하면서 남을 훼손하는 계’를 중심으로 자신과 남의 몸과 마음을 더럽히는 죄를 짓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이는 탐욕과 말싸움과 삿된 견해가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공해가 되고, 범계와 안일함으로 불법의 생명이 위태롭게 된 오늘날을 내다본 비밀한 예언과 같다.
이 책은 보살의 윤리적 행위인 계를 해설한 차원을 넘어, 세계와 인간의 존재방식 · 계에 대한 이해의 얕음과 깊음 · 계의 자체상과 유사 · 지계바라밀 등을 명료하게 밝혔으니, 지혜와 자유로 인도하는 비밀한 수행의 지침서이다. 필자는 이 책이 원효의 저술 중에 유일하게 계정혜의 정업과 지혜의 비밀한 뜻을 밝혔으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수행의 지침서라는 점에서 세상에 알려 공유하고, 다 함께 수행자의 거울로 삼고자 감히 펴내는 것이다. (도서출판 금샘, 각 권 1만2천원)
이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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