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초기불교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았다. 이와 같이 계 · 정 · 혜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의 목적은 깨달음을 향한 인간형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불교에서의 인간형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란 어떤 것인지, 또한 부처님의 위대한 교육방법의 한 예로서 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이번 글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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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굴리마라 (조계사 벽화) |
8. 불교교육의 인간형성론
1)불교적 인간형성의 중핵 - 뛰어난 교육방법으로서의 對機說法
부처님은 깨달음으로 대중들을 이끌기 위해서 대중들을 상대로 능력과 수준에 따라 설법을 하셨다. 이야기로 제도할 사람에게는 전생담이나 교훈적인 내용으로 설법하셨고, 어느 정도 차원높은 법을 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팔정도나 사성제의 진리를 설하셨다. 즉 부처님은 對機說法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인간형성이 되도록 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이 상대방에게 취하는 교육방법은 한 가지로 일률적인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근기에 따라 다르게 교육이 이루어졌다. 언설에 의한 교육의 경우에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수행의 경우에도 근기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졌다.
부처님의 근기에 따른 교육 및 수행의 방법은 이후 불교가 중국, 한국, 일본 등 각국에 전래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방법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이것을 보더라도 부처님은 前無後無한 위대한 교사, 인류의 스승이셨다. 그러기에 부처님을 ‘天人師’라고 경전에서는 ‘如來 10號’ 가운데 하나의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부처님은 학교교육에서처럼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듯이 대중들에게 가르치지 않으셨다. 부처님은 상대의 수준에 맞추어 法을 說한 후 지혜를 깨우치도록 상대방을 이끌었다. 그런 점에서 학교교육에서의 인간형성을 위한 교육방법과 전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이점을 잘 살펴야 한다. 교육을 받는 상대의 수준에 따라 가르침을 펴는 불교의 교육방법이야말로 불교의 인간형성의 중핵이라고 하겠다.
교육방법은 이처럼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근기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 교육을 할 것인가 정해지고, 교육내용 또한 정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육의 성패도 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 불교교육의 장점과 그 가치 : 최상의 교육적 가치와 교육이론으로서의 가능성 불교교육은 일반 교육의 개념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교육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굳이 나눈다면 학교교육은 형식적인 교육이고, 불교교육은 비형식적 교육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교육학자는 불교는 종교이므로 교육에 관해 논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불교교육은 학교교육과 그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지식이 아니라 마음을 닦는 지혜에 중점을 두는 교육이라는 데 있다. 우리는 일찌기 서산대사 휴정스님께서 '心空及第'가 제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서산대사 휴정스님의 말씀은 마음을 닦아 깨달음을 여는 것이 불교의 구경목적이고, 이것이 최상의 인격완성으로 교육이 바라는 궁극의 목적임을 나타내고 있다.
학교교육이 지식의 함양과 함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점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구한말 이후 근대사를 보면 학교교육을 통해 수많은 인재양성과 계몽교육이 이루어진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지금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형성의 본질을 완전하게 달성하고 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의 교육학자 가운데 교육과정(Curriculum) 전공의 파이너(W.F. Pinar)라는 학자가 있다. 파이너는 기존의 제도적 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재개념주의(Reconceptualism)를 주장했다. 그는 한 예를 들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의미가 깊다. 우리가 가는 곳인 로마라는 목적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로마에 가고자 하며, 로마에 도달하기까지 무엇을 경험했는가에 가치부여를 하고 있다. 그의 교육에 관한 재개념주의적 주장은 그의 주장에 호응하는 교육학자들에 힘입어 기존의 획일적이고 지식위주의 기능적인 교육에 식상한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되었다. 필자도 파이너의 재개념주의가 교육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보고, 이로써 불교가 교육적으로 최상의 교육이론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점에서 마음을 닦아 최상의 인격인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둔 불교가 종교이므로 교육을 논할 수 없다고 주장을 하는 교육학자가 있다면 과연 자신의 주장이 옳은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21세기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현상만을 다루는 교육이론이 최상인 시대는 아니다. 겸허하게 서로 배울 것은 배우는 '열린 교육'을 지표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는 시대이다. 서구적인 종교의 개념으로 불교를 바라보면서 종교이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교육을 논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런 구태의연한 생각을 버리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하겠다. 깨달음으로 자기를 완성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불교는 교육적 가치가 크므로 이 세상에서 최상의 교육이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3) 부처님의 위대한 교육방법의 한 예(例) ; 앙굴리마라의 교화
부처님의 가르침은 전도선언 이후 인도전역으로 전파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출가와 더불어 부처님에게 귀의하는 재가 불자들도 많이 늘어나게 된다. 이것은 그만큼 당시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이다. 교육적 시각에서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이전과는 다른 인간으로 변화했다는 의미, 즉 교육적 효과가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같이 과거와는 다른 인간으로 변화한 사람으로는 출가 제자들 가운데 특히 인상이 깊은 제자가 있으니 그는 바로 앙굴리마라이다. 앙굴리마라는 100명의 사람을 죽이라는 스승의 꾐에 넘어가 99명의 사람을 죽였는데, 마지막으로 나머지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부처님을 만나 부처님의 위신력과 가르침의 덕화에 의해서 출가를 하게 된다.
앙굴리마라의 불교로의 귀의 및 출가는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매우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앙굴리마라가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듣고 과거에 사람을 죽인 죄를 참회한 후 불교적 인격으로 다시 태어나서 새로운 사람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불자님들이 애송(愛誦)하는 천수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百劫積集罪 一念頓蕩盡 如火焚枯草 滅盡無有餘 罪無自性從心起 心若滅時 罪亦亡 罪亡心滅兩具空 是卽名爲眞懺悔’. ‘백겁으로 쌓은 죄가 있더라도 일념으로 단번에 다하게 되네. 마른 풀이 불붙어 다 소멸되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죄는 자성이 없는데 마음이 멸할 때 죄 역시 사라지네. 죄가 사라지고 마음이 멸하여 양쪽 모두 공하네. 이것이 참된 참회이네.’
불교가 여타 종교의 가르침과 다른 점은 천수경에 나타나 있듯이 마음이 변화하면 과거에 잘못을 지었더라도 다 소멸되고 진정한 참회가 이루어진다는 데에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천수경의 참회게에서 전하는 이 구절의 의미는 죄를 많이 지었는데도 참회했다고 당장에 죄가 전부 소멸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은 나쁜 행위에 의한 업(業)이 있고, 이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나쁜 행위로 인한 업의 과보를 받고, 사참(事懺)에 의해 진정한 참회인 이참(理懺)이 됨으로써 결국에는 어느 시점에 죄가 소멸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자 한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을 99명을 죽인 사람을 자비로서 교화하고 섭수(攝受)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자비행은 오직 부처님만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聖人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앙굴리마라를 교화한 것은 부처님만이 지니고 있는 교육방법에서 비롯한다. 부처님은 사람들을 교화할 때 언설로서 교화했을 뿐만 아니라 자태에서 우러나오는 모습으로서, 즉 위의(威儀)로서도 교화했고, 또한 응답할만한 것이 아니면 무응답(無應答), 즉 사치기(捨置記)로서도 교화하였다. 부처님의 이와 같은 교육방법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대기(對機)'에 의한 교육방법이다. 부처님은 앙굴리마라에게는 그에게 가장 합당한 교육방법으로서 처음에는 위의(威儀)로서, 그 다음에는 언설(言說)로서 교육(또는 敎化)하는 방법을 취하였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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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최고다 불교 유혹하는 종교 많다 속지 말자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