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0.6.4 (목)
 http://www.bulgyonews.co.kr/news/35721
발행일시: 2020/04/07 10:52:03  이한규
종현 스님 ‘어디로 가야 이 길의 끝이 보입니까’ 산문집 출간
해인사 행자실의 전통적인 풍경부터 절집수행담까지 스님들이 수행하는 산속의 생활을 담은 풍성한 이야기보따리

▲저자 종현스님


대구 팔공산 도림사 주지 도림스님이 어디로 가야 이 길의 끝이 보입니까?’를 펴냈다. 스님은 20년 전 범어사 선원 동안거 중 참선하다가 잠시 멈추고 산책을 하는 포행 길에서 한 여인과 마주쳤는데 처음 보는 여인은 길을 가로막고는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고 한다. “스님, 어디로 가야 이 길의 끝이 보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 하고 돌아서며 스님은 얼굴이 뜨거워지고 온몸이 하얗게 얼어붙은 적이 있었다. 이후 스님은 오래도록 그 물음을 곱씹으며 자문해보았고 어느새 화두가 되어버린 그 말을 제목 삼아 2020년 봄, 자신의 수행 여정을 담은 산문집이다.

 

종현 스님은 1993년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해 해인강원을 졸업했다. 2004~2015년까지 11년건 월간 해인편집장과 홍보국장을 맡으며 <해우소>라는 코너에 짧은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해인총림을 둘러싼 일화와 수행담 그리고 비밀스러운 구전까지 담아낸 글은 간결하고 위트 있으면서도 독자들의 깊이 있는 성찰을 일깨우는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라 할 수 있다.

 

저자 종현 스님은 20여 년 해인사 밥 축내며 비비고 산 격이라며 수구지심의 마음으로 이 책을 엮었다, “이 책 또한 대중들이 가볍게 읽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일상의 쉼표 같은 책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종현 지음 / 110x170mm / 252/ 202041일 펴냄

14,000/ ISBN 979-11-5580-133-8(02220)

 

종현 스님은 현재 대구 팔공산 도림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산지가람의 면모를 갖춘 도림사는 11, 12대 종정을 지낸 법전 대종사께서 1997년 창건한 이래 20여 년 역사를 지닌 곳으로 대구 도심지에 인접해 불자들이 언제든 방문하여 기도와 수행을 할 수 있는 대표적 힐링 사찰이기도 하다.

 

총림 해인사 내 절제되고 엄격한 생활, 함께 불도를 이루어가는 도반들

 

한국불교의 성지이자 수행의 종가인 해인사. 이 책에는 종현 스님이 직접 겪었던 출가 과정을 토대로 해인사로 출가한 이들의 첫걸음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출가자가 해인사로 들어가면 일주일간 속복 생활을 한다. 삭발하지 않고 행자복도 입지 않은 채 출가한 복장 그대로 대기하는 생활이다. 첫날 보경당에서 삼천배를 하고, 이후 6일간 벽을 보고 서 있는다. 인내와 의지를 시험하는 극한의 시간은 앞으로 다가올 수행 길, 출가 의지를 바로 세우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삼천배 마치면 어려운 것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6일간을 계속 벽보고 세워 놓는 것이다. 속복 행자는 벽을 보고 두 시간이건 세 시간이건 세워 놓는다. 이 속복 기간에 많은 행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하산을 한다. 출가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책 읽고 학문을 많이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전생에 벽하고 인연이 있었는지 강원에서, 선원에서 수도 없이 벽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저 벽을 뚫고 나갈 날을 기대하며. (본문에서)

 

행자는 최소 6개월 이상 생활해야 계를 받고 스님이 된다. 해인사 행자실은 해병대에 비유될 만큼 엄격하게 규율을 지킨다. 행자 생활 일주일이 되면 삭발식을 한다. 상행자들의 참회진언염송 속에 원주스님이 머리를 깎아주고, 속복들은 기쁨과 슬픔이 담긴 눈물을 흘린다. 삭발을 마치면 선행자 중 막내는 밭에 미리 파둔 구덩이에 행자들의 머리카락을 묻고 반야심경을 외우며 그들이 무사히 사미계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준다. 스님들은 평생 승려 생활하는 동안 자신의 머리카락을 묻은 그곳을 잊지 못한다.

 

삭발한 행자가 행자실에 입실하는 입방식에서는 선행자들 앞에서 행자 수칙을 말하는 시험을 치른다. “예불 철저. 대적광전 앞을 지날 땐 반배. 스님들께 인사 철저. 선배 행자에게 절대복종. 소임, 차수 철저. 스님이 물어보면 반배로써 대답. 삼경 전 취침 금지.” 입방식을 마치면 대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운다.

 

취침 전에 매일 하는 반상회에서는 내일의 공지사항과 개인의 지적사항을 얘기하고 부전장 행자가 행자실의 이정표인 대율사 우바리 존자 말씀을 크게 외치며 하루를 마친다. “신심으로써 욕락을 버리고 일찍 발심한 젊은 출가자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걸어가야 할 길만을 고고하게 찾아서 가라.”

 

이 책에 담긴 2004년부터 2015년까지 해인사의 정경이 현재의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변치 않고 이어질 해인사의 굳건하고 엄격한 전통, 그 본질적인 부분을 언뜻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강원과 선원에서 정진하며 만난 인연들…… 당신이 내게 왔던 부처님입니다

 

종현 스님은 길에서 만난 인연들, 스승과 도반으로부터 화두와 가르침을 얻었다. “10년 전 수련회에서 스님 말씀에 감동받아 아직 그 말을 가슴에 품고 산다라며 한 신도가 스님을 찾아온다. 그 말인즉슨 스님이 수련생들에게 해인사에는 사시사철 변치 않는 늘 푸른 소나무가 많지만 저는 소나무보다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보이는 활엽수 나무가 좋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신도는 당시 어떤 감정으로 그렇게 말했던 것인지 묻는다.

 

당시 스님은 육조 혜능 선사의 낙엽귀근(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이란 말씀에 감명받은 후라 그리 말했었다. 스님은 자신의 말을 오래 기억해준 신도에게 감사하면서도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번뇌를 일으킬 수 있음을 깨닫고 조심스러워진다. ‘입 열면 착이라 했거늘 같은 집착이라도 공부와 인연 지어지는 집착이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한편 해인사에서는 하안거, 동안거 결제 기간 동안 전 총림이 동참하는 용맹정진을 한다. 공부하는 학인들에게 수행의 크나큰 분수령이 되는 전환점이다. 종현 스님은 당시 해인사 주지셨던 지관 큰스님께서 열심히 해서 득도해라. 좌차(자리에 앉는 차례)가 바뀐다라고 해주신 격려의 말을 듣고 잠이 싹 달아나는 경험을 한다.

그 밖에 전통과 가치를 계승하고 있는 해인총림의 설 풍경, 누룽지로 업장을 녹인 승혜 선사 이야기, 홍류동 계곡 길을 복원할 때 새롭게 길 이름을 공모한 일화, 두 스님의 이름이 똑같아서 오해로 일어난 재미난 사연들도 있다.

 

문득 예기치 못한 데서 소소한 깨달음을 얻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엉뚱한 곳에서 돌발 질

문이나 상황들이 벌어져 감동도 받았다. 어느 날 한 꼬마가 종현 스님을 보고 ! 부처님이다!”라고 외친다. 스님은 들뜨고 기쁘면서도, 부끄러워진다. 수행자의 근본이 확철하게 깨달아 부처가 되는 것인데 그 당시 스님은 아직 깜깜한 상태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부처님이라고 한 어린아이가 바로 당신이 내게 왔던 부처님이었다고 말하며 스님은 오늘도 정진의 길을 걸어 나간다.

 

지은이 종현 스님은

돌도사종현 스님은 현재 대구 팔공산 도림사 주지로 있다. 1993년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하여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이후 제방 선원에서 참선 정진으로 10안거를 낳았다. 20044월 해인사의 월간 해인편집장과 홍보국장으로 임명받아 20159월까지 소임을 봤다. 월간 해인편집장을 지내면서 가야산을 오래 경험한 것을 발판으로 가야산과 해인사, 홍류동과 관련된 암각문을 조사하여 보장천추비밀의 계곡(2015)을 출간하기도 했다. 20168월 도림사 주지로 임명받고 소임을 보고 있다.

 

이한규 기자

 


기사 출력  기사 메일전송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l   신문사 소개   l   연혁   l   조직구성   l   본사 및 지사 연락처   l   기사제보   l   개인정보보호정책   l  
copyrightⓒ2001 주간불교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30길 21, 1415호(낙원동, 종로오피스텔)
편집국·업무국 02)734-0777 Fax : 02)734-0779
주간불교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