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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으로 만든 연꽃달항아리를 설명하고 있는 자은 이동수 공예장인 |
원남동 동은공방(東銀工房) 자은 이동수 금은차다구 장인을 처음 만난 날, ‘코로나19’로 인해 10인 이상 집회금지가 새달 11일까지 연장된다는 어두운 발표와는 달리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신선한 가을 날씨답게 천고마비를 구가하기는커녕 金銀銅 세공업계가 개점휴업에 이 분야가 올스톱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해 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순번을 따지자면 금은세공업계가 0 순위입니다. 어찌 보면 생활 여유마저 위협받고 있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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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만 번 두드려 시간이 만든 명품들은 시공을 초월해야만 좋은 작품으로 탄생된다 |
이동수 대표는 7,80년대 호황을 누리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의 대공(大工)업계 상황과 너무 다르다고 털어놨다.
어둠침침한 20여 평 남짓 지하에 위치한 ‘동은공방’은 38년 동안 오직 한 길을 걸어온 이동수의 창작의 산실이다. 물론 이곳에서 수많은 문화재급 예술적인 작품들이 거듭 태어났고 각계각층 많은 사람들에게 애장품으로 전달됐다.
‘동은공방’이라는 이름은 이동수의 ‘東’, 부인 주은숙의 ‘銀’을 한 글자씩 따와서 결합한 명칭이니 여기에 쏟는 애정과 애착과 집착이 남다를 것 같다.
“세월이 더 흐르면 나 같은 장인 만나기 정말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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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銀으로 만든 다관과 숙우에 차를 우려 마시면 맛이 다르다 |
은 세공의 역사는 가야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몇 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나온 연륜만큼 앞으로 다가올 세월도 작품에 대한 열정이나 열의를 결코 꺾을 없다는 의지의 소유자 이동수 대표는 날이 갈수록 금은동세공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워했다.
1576년 제작된 유럽의 판화그림을 보면 은세공사들이 아주 패셔너블한 복장을 갖추고 바지 춤 아래 작은 개인 단검을 착용하고 있어 신분상 이들의 지위가 상당히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네 세공계 현실과 비교된다.
‘악발이’ 별명으로 나만의 세계 창조
절 찾아 소재 찾고 좋은 작품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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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년을 오직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이동수 씨가 소박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이동수 대표는 편한 인상에 성격도 차분한 전형적인 충청도 태생이다. 그런데 이런 선입관과는 달리 별명이 ‘악발이’다.
공방 한 켠에 자리잡은 금은동 항아리 등 수백가지 작품들은 ‘악발이’의 손길이 숨 쉬고 사상이 담겨진 명품들이 즐비하다.
‘동은공방’은 이동수 대표가 1년 365일 주야를 가리지 않고 나만의 색깔 나만의 작품에 집착하고 몰입해온 유일한 공간이다.
더불어 수천도의 열과 무수한 징과 망치의 두드림은 두드릴수록 강하고 단단해진다는 지혜를 터득하게 했고 그때마다 새 생명의 탄생를 보면서 희열을 맛보게 했다.
‘동은공방’에 진열된 작품들은 사찰에서 사용되는 불기들로 다기, 촛대, 향로 등등 불교적인 소재가 눈에 들어왔다. 또 한편으로 추상적인 상상의 문양과 과학적인 기법을 통해 시대 조류에 부응한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설사 백년을 산다 해도 여래의 가르침을 의지하여 수행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느리라’
법구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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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銀주전자와 銀다관과 숙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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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銀으로 만든 향로 |
이 대표와 집안은 불교와의 연이 깊다. 절(진관사)을 자주 찾아 작품에 대한 염원을 기원하는 것도 독실한 불교도인 할머니 영향이 크다.
연(蓮)꽃 공양은 불교에서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 순결, 청순, 신성, 청정을 상징한다. 자은의 작품에서는 불교적인 소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연꽃이 그 중 하나다.
공방에 진열된 또 하나의 작품!
이무기가 3천년에 한 번 열리는 ‘신들의 잔치’에 가기 위해 곤륜(崑崙)산맥으로 가는 과정을 묘사한 은으로 만든 달(물)항아리다. 이 속에는 이무기를 비롯해 개구리, 잠자리, 박쥐, 학, 말, 황금박쥐 등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골프채도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온통 땀범벅이 돼 수만 번 두드려 이무기와 수많은 생물들을 입체감으로 만들었을 銀세공사의 장인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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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銅으로 만든 주전자와 수구 |
당연히 은으로 만들어진 달(물)항아리는 감탄→밑그림→징(정) 작업→계속 타출(치고 빼는)→금부기법→색채라는 과정을 거쳤다. 천년, 만년 변치 않는 수명을 지닐 수 있는 비결이 여기서 발휘된다.
특히 금부기법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은 장신구에 순금박을 붙이는 기법인데 바로 이 작품이 그 기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후계자 찾기 힘든 금은세공계
작업장 환경, 대우 열악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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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만든 銀茶器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다 |
대공(大工)업계를 이어갈 인재 찾기가 갈수록 어려운 것은 배우는 과정이 힘들고 대우가 열악하다. 젊은 세대가 웬만한 포부나 자부심이 없으면 선뜻 나서기 힘든 분야가 곧 金銀세공 분야다.
어렸을 적 선배회사에 놀러갔다가 금은세공 작업을 보고 해보고 싶다는 강한 욕심을 가졌던 게 인연이 돼 지금은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생각으로 받을 디딜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앞설 뿐이다.
공방이 지하에 있어야 할 이유도 뚜렷하다. 웬만한 소음도 막을 수 있고 마음 먹고 두드릴 수가 있어서다. 지하이니 열과 분진과 땀으로 범벅이 된 작업장의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몸이 많이 망가졌습니다. 허리는 휘고 이미 고질병이 됐습니다.”
주변에서는 되지도 않을 일 벌이지 말라며 만류해도 고집스럽게 자기 길을 걸어온 한 평생. 그래서 지금 현재 장인 이동수 대표가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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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진 銀茶器들 |
한 마디로 수 만 번 두드려 시간이 만든 명품들은 시공을 초월한 마술이다. 38년 전 종로3가 단성사 인근서 어렸을 때 어깨너머로 배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본인이 갈고 닦은 세공의 길. 38년의 세월은 고난의 길일 수밖에 없지 않았지만 그것이 모여 세공업계 장인으로 우뚝 선 자부심을 버릴 수가 없다.
이 대표의 금속의 마술은 여러 분야에서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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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에 필요한 각종 공구와 금형들 |
삼성그룹 수출탑, 문선명 통일교 교주의 낚싯배, 포스코, 영풍문고 건물 등등 작품들은 유금사 홍제형 사장으로부터 ‘대한민국 보물단지’라는 격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작품이 완성됐을 때 느끼는 희열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새 생명의 탄생을 보고 잠 못 이룰 때도 많았다. 나를 알아줘 다시 한 번 찾아줄 때 뿌듯한 보람을 느끼고 은(銀) 자체 하얀색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불질’과 ‘두듬질’로 인한 땀 범벅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 그 맛을 그 누가 알 것인가.
은세공의 기본 다섯 분야를 1단계 기계(시보리), 2단계 거드름(용접), 3단계 연마(광), 4단계 가래틀, 5단계 조각 등이고 이 5단계 과정을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5명 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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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방한켠에 銀,銅으로 만든 차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
넓지 않은 공간에 이름조차 옮기기 힘든 장비들이 그득하게 쌓인 곳. 큰 작품에 임할 때마다 불심이 담긴 銀茶器에 차를 마시면서 심신을 안정시키곤 한다는 이동수 장인의 작업장 ‘동은공방’에서는 극한직업의 하나인 국내 모든 세공사들을 위한 또 하나의 꿈이 기획되고 있다. 비록 작은 소망이지만 이 대표의 아름다운 발원이 현실이 되기를 빌 뿐이다.
■ 동은공방 010-8610-4927 https://degongbang.modoo.at
<글 / 모악재 · 사진 / 이한규 주간>
http://www.bulgyonews.co.kr/news/35950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2건)
---v---한글날 세종대왕님 신미대사님 한글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