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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초심을 잃지 않고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국악가수 권미희 씨 |
부귀가 하늘에 닿아도 언제나 죽음이 있고
가난이 뼈에 사무쳐도 오히려 살길이 있네
억 천 년이 지나가도 산은 한결같이 푸르고
달도 보름밤이 오면 다시 둥그러지게 되네
흥선대원군이 가난에 찌들어 있을 때 남긴 한문시 ‘빈한시(貧寒詩)’다. 이 시는 2010년 가요와 국악의 접점을 찾겠다는 꿈을 품고 가요계에 뛰어든 국내 유일 ‘크로스오버’(Crossover) 가수 권미희의 데뷔곡이자 작곡가 임정호 선생의 탁월한 창작력이 가져온 회심의 역작으로 읽힌다.
‘빈한시’는 세도가들의 눈을 피해 뼈를 깎는 아픔과 가난한 생활을 했던 대원군의 이야기, 동서고금 사람들의 세태를 생각하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울림을 주는 싯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빈한시’를 비롯해 강희맹의 ‘京都十二詠’ 양녕대군의 ‘誰復慰香愁’노래 등 처음 발표한 앨범은 우리 고유의 시를 빌어 서양음악과 접목시킨 창가요(唱歌謠)라는 독특한 장르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가수로 떠오르게 했다.
“국악가수는 나 혼자다. 그리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아홉 살 때 김추자 선생으로부터 판소리를 사사한 권미희는 나름대로 독보적인 장르를 개척하면서 국악가수로서 ‘천상의 소리꾼’ 답게 자기 길을 소리 없이 뚜벅이처럼 뚜벅뚜벅 오직 한 길을 걸어왔다.
‘천상의 소리꾼’이라는 말은 작곡가 임정호 선생이 오디션 때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고 나온 평가였다.
“권미희 목소리는 꾸밈없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목소리에 힘이 있다. 소리가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이것이 바로 천상의 소리가 아닌가.”
봉은사 음성 공양은 부처님 가피 덕분
SNS 2020키워드 발표에 의하면 올해의 가장 핫 했던 트윗은 4억건을 기록한 ‘코로나19’였다. 하루 확진자 1000명 돌파, 지구촌 재앙이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가 없다. 국내 키워드도 ‘코로나19’가 700만 건으로 단연 1위. ‘코로나시대’가 우리나라 그리고 지구촌의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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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은사를 찾을 때마다 늘 따뜻한 어머님 품안과 같다고 했다 |
권미희를 만나야 했던 도심의 사찰 봉은사의 방역에 임하는 분위기도 검사가 매우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상의 소리꾼 권미희’ 그는 봉은사 대웅전 참배를 하면서 다시한번 국악가수의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듣고보니 권미희와 봉은사는 나름대로 인연이 깊었다. 그래서 만남 장소를 도심속 사찰 ‘봉은사’로 정한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로 대웅전에 올라 ‘코로나19’가 하루빨리 퇴치돼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다고 한다. 물론 이 기도는 ‘코로나19’로 인해 90%이상 일정이 줄어든 본인을 위한 바람만이 아니었다.
“얼씨구 신이 나 절씨구 신이 난다”
이 즈음 신곡 ‘신이 난다’를 발표한 까닭도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들지만 모두가 신나고 행복해지자고 내놓은 노래였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코로나19’ 하루 확진 1000명시대에 ‘신이 난다며 춤까지 추다니... 눈총받을 일이지만 시름에 싸인 국민들에게 흥과 꿈, 희망을 주자는 의미에서 지난 11월 새 앨범을 내놨다니 그 또한 이해가 된다.
‘위기는 곧 기회’가 아닌가.
“20대 후반 인근 코엑스 행사와 왔다가 도심에 절이 있다고 해서 들렸습니다. 대웅전에 올라 부처님께 삼배를 하면서 ‘꼭 이곳에 인연이 닿고 음성공양을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발원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가피(痂皮) 때문이었는지 권미희의 소원은 부처님을 찾아 발원을 한 탓에 2019년 5월 5년만에 봉은사가 주최하는 ‘라일락음악회’를 통해 음성공양이 이뤄졌다.
권미희는 음악회에서 이선희의 ‘인연’과 더원의 ‘사랑아’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라일락 향기 그윽한 사찰 분위기 속에 국악버전으로 부른 천상의 목소리가 그녀의 음성공양으로 돌아올 줄이야. 이게 바로 자신이 이익보다 남을 돕고 봉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報恩行이 아니고 무엇인가.
“시간은 걸리더라도 조금씩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습니다. 제 인생을 열어주신 가피가 곧 부처님이 십니다.”
권미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처님 가피를 믿고 해맑은 소녀처럼 순백이 꿈과 이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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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국악가수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음반들 |
천상의 소리꾼 ‘크로스오버가수’로 자리매김
가수란 대중가수 성악가수 민요가수 국악가수 등 다양하다. 가수 권미희에게 따라다니는 명칭도 국악가수, 불자가수, 천상의 소리꾼, 크로스오버 등 여럿이다. 그 중 권미희가 꼽는 이름은 ‘크로스오버’다. ‘크로스오버’는 장르가 서로 다른 음악의 형식을 혼합하여 만든 음악을 가리킨다. 우리의 고유의 창가요라는 독특한 영역과 서양음악의 조합이다.
‘세실리아’가 세례명으로 천주교집안 출신. 그런 그녀가 찬불가 앨범을 내고 ‘불자가수’ ‘불자’라는 명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제 인생을 열어주신 게 바로 부처님이시고 이것이 바로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찬불가는 홀로 할 수 있는 명상과 참선이 있어 제가 소망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공연관계로 전국을 다니게 되면 현지에 있는 크고 작은 사찰들을 수소문해 참배를 하는 것도 권미희의 주요 스케줄이라고 했다.
“국악가수는 저 혼잡니다.”
자부심,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나오는 멘트가 아닐텐데 지금 동국대 불교문화예술대학원서 한국음악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말에 관한 한 권미희는 서슴없다.
어느 순간부터 ‘국악가요 하면 권미희’ 라는 말에 익숙해진 인물로 떠올랐다. 뿐만아니라 우리 고유의 소리와 서양음악을 접목시켜 창가요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떠올랐다.
“찬불가를 통해 나만의 음악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더불어 국악가요도 봉오리가 솟아올라 꿈이 피어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넌지시 일깨워준 한 마디는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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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전국노래자랑 돌아온 전설에 출연하여 '배 띠워라'를 부르는 권미희 |
소띠, 2021 소띠해 맞아 새 도약 기대
다가오는 2021년은 辛丑年, 즉 소띠해다. 자료를 찾아보니 흰(白)소해인 내년도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라고 한다. 소는 일하기 전 생각을 깊이 하고 계획을 세우는 근면한 성격으로 책임감도 높아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이다.
다소 장황한 소띠에 대한 설명을 굳이 하는 것은 권미희가 가수 데뷔 10년을 맞이하고 1985년생 소띠이기 때문이다.
“찬또배기만 있나, 여기 권또배기도 있다.”
‘미스터트롯’서 같은 대구 태생인 이찬원이 ‘진또배기’로 예선전을 통해 유명해지자 퓨전 국악가수 권미희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흥터지는 또 하나의 ‘권또배기’가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유명세를 탔다.
“판소리, 한국무용, 장단, 가야금 등을 시작한 것이 불과 아홉 살 때이고 이때 성악, 합주단 등 활동도 함께 하며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중학생일 때는 노래방 다니는 게 일과였는데 집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할 만큼 생활화되었습니다.”
덕분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몇 천 곡의 노래가 입력돼 있다. 못 부르는 노래가 없는 것도 권미희만의 자랑이다.
알고 보니 권미희의 집안은 예능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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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공연으로 알콩달콩 권미희의 한시데이트 공연장면 |
컴퓨터정보처리학원장이던 아버지 권영문 씨는 하모니카와 기타, 평범한 주부였던 어머니 조태연 씨는 한국무용, 동생 권홍철 씨는 판소리, 고수, 장단 등등...
2003년도인가, 이들 가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리솔’(아릿다운 솔나무)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대구 인근 고령 등을 비롯해 사할린동포 대상 공연, 전국 요양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이 봉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했다.
“잘난 것도 아닌데 박수 쳐주고 흥겨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생사고락과 인생사를 많이 배웠습니다.”
요양원을 갈 때마다 느끼는 소회는 남달랐다고 했다.
“봉사를 통해 박경옥 선생님을 만났고 작곡가 임정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계명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것은 본인을 위한 것이지만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에 팬이 많은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초등학교6학년 때 아버지가 작사한 ‘다듬이 소리’로 창작국악동요 대상 수상 등과 2009년 ‘KBS전국노래자랑’ 상반기 결승서 최우수상을 차지하면서 가요와 국악의 접점을 찾는 소리꾼으로 등장했다.
종불구생(從佛求生), 부처님에 의해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사람을 말한다. 2010년 권미희라는 이름 걸고 내놓은 가수 활동이 만 10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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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에 갈 때면 언제나 사찰을 먼저 찾아 부처님전에 기도를 올린다는 다정한 오누이 |
권미희는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내고, 꾸준히 활동하며, 자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곧 가수라고 할 수 있고 그 속에 사상이나 가치관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악가요 장르의 시초자로 인물치레, 사설치레, 득음으로 자리매김한 그녀의 말이 예쁘게 느껴지는 연유는 그 꿈이 그 누구의 말보다도 진솔하고 소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글 · 길주 전문위원 / 사진 · 이한규 주간
http://www.bulgyonews.co.kr/news/36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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