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절기상으로 두 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우수(雨水)이다.
1월 중순 기록적인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더니 최근 며칠 동안 또 다른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1월 중순의 한파에 비하여 한결 부드러워진 것은 오늘이 우수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장군의 위세가 아무리 강해도 곧 다가올 봄날, 경칩(驚蟄)을 지나고 나면 ‘얼어 죽을 내 아들 놈도 없다’는 따뜻한 날을 생각하며 무려 1년 넘게 맹위를 떨치고 있는 또 다른 한파를 짚어 본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정말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코로나 19의 문제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하여 최소 7,500만명에서 1억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흑사병은 유럽을 중심으로 퍼졌을 뿐 동양의 오지인 한국, 정확히 말해 고려 말기 이 땅의 백성들이나 위정자들은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하는지 조차 모르고 지냈으니 지금 우리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코로나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로 발전하여 세계인들은 그야말로 코로나 이전의 생활양식과 코로나 이후의 일상생활이 획기적으로 바뀌었고, 또 바뀔 것이라는 사회인류학자들의 연구와 경고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의 마스크 착용, 5인이상 회동금지, 밤9시 이후 식당과 주점등에서의 접객금지 등이 우리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고 있다.
오늘 필자는 코로나문제를 논하려함은 아니다.
전세계적인 펜데믹 현상에 있어서 한국만의 독특한 사회현상이 발생하였으니 바로 한국에서 코로나의 대규모 확산은 종교단체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음은 여러분들께서도 이미 각 매체를 통하여 능히 알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대규모 확산의 문제에 있어서 종교단체는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 창궐 초기에 대구의 신천지 교회를 비롯하여 서울 관악구의 왕성교회, 사랑제일교회, 인터콥 BJT열방교회 등등 이루 열거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기독교단체의 문제점들이 노정되었다. 필자도 불자로서 타 종교인 기독교를 폄하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교회도 나름대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하여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다가 교회탄압의 일환으로서 교회에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전가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보건당국인 정부나 교회의 각 주장에 일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또 억지 주장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많던 적던 간에 사찰에서도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찰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였다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사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교회에서는 셀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찰에서에서는 왜 이러한 문제점들이 보이지 않는걸까? 사찰을 운영하는 스님들이나 불자들은 모두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착한 사람들이서 일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단정한다. 그렇다면 왜 그런 차이점이 발생할까?
필자의 짧은 소견이겠지만 그것은 교리의 차이점이라기 보다 각 종교지도자들의 포교 방식에 대한 차이점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감히 지적하고자 한다.
즉 교회는 코로나에 의한 펜데믹현상을 환란으로 규정짓고 ‘어떤 환란도 믿음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는 의지에 따라 교회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고, 그럼에도 교회에 나오지 않는 신도는 믿음이 부족한 사람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일예배를 비롯한 각 예배시간에 빠짐없이 교회에 나가게 되는데 그것이 대면 예배가 되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불교에서는 부처님 오신날을 비롯하여 성도절이나 출가절, 열반절 등 사대명절이나 지장제일, 약사제일등 각 제일(祭日)에 신도들이 부처님을 뵙고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하여 가까운 사찰로 찾아 가지만 교회와 달리 엄격한 룰에 의하여 통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코로나 확산의 책임에서 보다 자유로와 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일부 사찰에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스로를 빙자’한 강제(强制)의 방법으로 불자들을 사찰로 불러들이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무릇 종교는 심약한 인간으로 하여금 힘든 고해(苦海)를 헤쳐감에 있어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함에 그 본질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의 일부 사찰, 또 일부 스님들은 중생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움을 확산,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필자의 경박한 단견이기를 바란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연기법, 고집멸도, 팔정도, 육바라밀 등의 부처님 가르침과 마하반야의 가르침을 얻기 위하여 주야로 수행, 기도하고 수시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비롯한 경전을 독송하고, 부지런히 보시를 하여야만 보리심(菩提心)이 생긴다고 법문을 하는데 필자도 당연히 동의를 한다. 그런데 스님들이 발보리심을 강조하는 이면에 젯밥을 염두에 둔 설법은 없는지, 불자로 하여금 법문을 들어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절에 안 오면 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요약되어 오히려 두려움을 조장하는 일은 없는지, 최소한 그런 의구심이 들도록 하지는 않는지 곰곰 되씹어 볼 일이다.
오늘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축생계나 아귀도에 빠져 있다고 싶을 정도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진정 절간에서부터 대자비심(大慈悲心)을 풀어 놓아야 할 때다.
산청 금헌힐링캠프에서 김용수
필자 : 김용수
경력: 시인, 수필가,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회원, 신서정문학회원 국보문인협회, 시우 회원
한국문학신문 연수원장, 남강문학협회 사무총장, 문집: 하루꼬의 바나나, 삼월이 오면 외 다수
경남 연합신문에 소설 올가미 연재 중
경남 산청군 단성면 석대로 281번길231(구 229-19번지) 금헌힐링캠프
http://www.bulgyonews.co.kr/news/3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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