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장계만다라는『대일경』에 설하여진 가르침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 밀교의 근본교리와 함께 만다라의 건립과 방법을 비롯해서 만다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수법(修法)과 작법(作法)들이 자세히 설해져 있다.
『대일경』을 근거로 하는 태장계만다라의 이름은 정확하게 말하면, 대비태장생만다라(大悲胎藏生曼茶羅)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커다란 자비심[大悲]의 태[胎]를 품고서[藏] 생장[生長]케 하는 만다라[曼茶羅]’라는 뜻이다. 대일여래에게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보리심(菩提心)과 대비(大悲), 방편(方便)이라고 하는 부처의 진실한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 마치 어머니가 자궁 속에 아이를 잉태하고 있듯이 보리심과 대비심을 잉태하여 생장시켜 나가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중생이 수행을 통하여 부처가 되는 가르침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태장계만다라는 12개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를 12대원(大院)이라 한다. 원(院)은 담장을 두른 궁실(宮室)을 의미하며, 12개의 담장으로 구획(區劃)되어 있으므로 이를 12대원이라 부른다. 12개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불보살과 여러 존상(尊像)들이 그려져 있다.
12대원 가운데 가장 중심되는 궁실(宮室)이 중대팔엽원(中臺八葉院)이다. 중대(中臺)는 동서남북의 사대(四臺) 가운데 중앙의 자리라는 뜻이다. 이 중대에 바로 비로자나불이 계신다. 그래서 이 비로자나부처님이 계시는 중대팔엽원의 궁실을『대일경』에서 금강법계궁(金剛法界宮)이라 부른다.
팔엽원(八葉院)은 여덟 개의 연꽃잎으로 이루어진 궁실[院]이다. 그 여덟 개의 연꽃잎은 중앙의 비로자나불을 감싸고 있는데, 네 분의 부처님과 네 분의 보살을 나타낸다. 이를 사불(四佛)과 사보살(四菩薩)이라 한다. 사불(四佛)은 중앙의 비로자나불을 감싸고 네 분의 부처님이고, 사보살(四菩薩)은 네 분의 부처님을 협시하고 있는 보살들이다. 이와 같이 중앙의 비로자나부처님과 이를 위시한 사불(四佛)과 사보살(四菩薩)이 있는 궁실이 바로 중대팔엽원이다. 아홉 분의 불보살이 계시는 곳으로 태장계만다라에서 가장 중심되고 핵심되는 곳이다.『대일경』의 교리와 제불보살(諸佛菩薩)의 공능(功能)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덟 개로 펼쳐 진 연꽃잎의 모양이 인도에서는 심장(心臟)에 비유된다. 그 심장은 또한 깨달음 그 자체를 나타낸다. 연꽃의 색깔은『대일경』에서 묘백연(妙白蓮)이라 하여 흰색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중생의 청정심(淸淨心)을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 그림에서는 심장을 본 떠서 적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연잎 중앙에는 대일여래 비로자나부처님, 동쪽에는 보당여래(寶幢如來), 남쪽에 개부화왕여래(開敷華王如來), 서쪽에는 무량수여래(無量壽如來), 북쪽에 천고뇌음여래(天鼓雷音如來)의 사불(四佛)이 있고, 동남쪽에 보현보살(普賢菩薩), 남서쪽에 문수보살(文殊菩薩), 서북쪽에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북동쪽에 미륵보살(彌勒菩薩)의 사보살(四菩薩)이 그려져 있다. 사불과 사보살의 관계는 비로자나부처님의 지혜를 완성해나가기 위한 정(正)과 부(副)의 조력자로써 수행의 단계와 과정을 나타낸다. 즉 보현보살은 보당여래의 밑에서 깨달음에 대한 자각(自覺)과 그것을 추구하는 행위를 나타내고, 문수보살은 개부화왕여래의 밑에서 수행하며 지혜를 증득하는 것을 나타낸다. 관자재보살은 무량수여래의 밑에서 깨달음을 얻어 이상경지(理想境地)에 이르려는 것을 나타내며 미륵보살은 천고뇌음여래의 밑에서 이상경지를 얻어 사람들에게 구제의 손길을 뻗치고자 하는 것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대일여래의 지혜가 보당여래, 개부화왕여래, 무량수여래, 천고뇌음여래의 공능과 사보살의 보조역할과 작용으로써 완성된다는 것이다.
중앙의 대일여래인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사불(四佛)과 사보살(四菩薩)이 무명중생을 지혜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 중대팔엽원이다. 이를 관(觀)함으로써 나 자신이 지혜의 세계에 들어서 일체번뇌와 고통을 멸하게 된다. 중대팔엽원을 앞에 놓고 염송삼매에 빠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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