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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이 살아서 강력하게 움직여야 문화예술 교류가 활발하게 움직여 나갈 수 있다는 도예가 김용문 거사 |
‘자연을 닮은 그릇 막사발을 만드는 과정이 불교의 진리인 윤회와 다르지 않다’
문화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어릴 적 흘러가는 구름과 깊은 산속에 있는 사찰을 유난히 좋아했던 막사발 도예가 김용문. 산사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범종소리와 계곡의 청정한 물로 차를 다려 마시면 늘 마음이 안온해지고 평화스러웠었다는 막사발 장인 김용문 거사를 인사동 통인화랑 전시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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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사발을 만들 때마다 순박한 어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김용문 거사 |
"CLOUD IN THE WINGS"
전시장을 메운 작품들은 김용문이 어렸을 때 동심으로 끝없는 의문을 제기했던 흘러가는 구름과 변화무쌍한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꾼 것들이었고 어린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편 역작들이다.
전시회 제목이 주는 의미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날개 속의 구름" 인데 언어로는 카오스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찾아 나서는 우주와 자연적 신비감에 무게를 둔 전시회라고 볼 수 있다.
질그릇 같은 순박한 어린 마음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 날고 또 날던 지난 시절, 그것은 평생을 막사발과 함께한 우보(牛步)였고, 그리고 우보(又步)의 세월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아직까지 10여년 전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가 우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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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 막사발전시회장에서 |
지금 우리는 어느 한국 자족의 원더플한 이야기 <미나리>가 아카데미 작품상 등 6개부문 후보로 올라있다는 뉴스에 해외에서 먼저 알아준다고 환호하고 있다.
‘막사발’ 하면 품질이 낮은 질그릇 사발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웃 일본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7년 동안 조선의 사기장(도공)을 납치해와 ‘이도다완’이라고 일컫는 국보급 도자기로 승화시켰다.
마구의 준말인 ‘막’의 사전적 의미는 거친, 품질이 낮은, 아무렇게나 생긴 등을 가리킨다. 막가다, 막걸리, 막일, 막말, 막살이, 막잡이, 막벌이꾼 등에서 보듯 서민들의 생활을 통칭하는 하층민의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한국적인 막사발이 가장 세계적인 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막사발’은 흙과 불과, 물과 그리고 장인이 일심으로 만든 그릇이고 우주와 삶의 원리가 담겨있는 신의 손으로 빚은 신과도 같은 존재로 가름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가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이때에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하는 문화적인 콘텐츠가 필요한 이때 우리는 분연히 나서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슬기를 모을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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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문 거사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기법의 막사발들 |
도예가 김용문 거사는 경기도 오산 출신으로 올해 67세로 홍익대학교 미대공예과 및 동 대학원 졸업했다. 막사발을 처음 접하게 된 동기는 1984년경 충북 단양 방곡리 빗재마을에서 5년간 산 적이 있었는데 산속 오지에 살면서 나무로 소성하는 장작 가마에 미쳐 일찍부터 막사발 굽는 도공이 됐다.
“가끔 저잣거리에 나가서 막사발에 막걸리 마시며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밤길을 오고 가며 느낀 것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막사발 도공으로서의 참으로 새롭고 경이스러운 젊은 날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990년에 고향 오산으로 다시 오면서 세계막사발 페스티벌은 막사발이라는 상징적 모태가 되었다. 아마도 어릴 적 꿈인 막사발의 화두를 버리지 못하고 막사발 실크로드에 붙들려 이벤트 행로로 이어졌다.
그가 경기도 오산 빗재가마에서 다시 시작한 막사발실크로드라는 대장정을 이끌어 온지 올해로 24년째,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 심포지엄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의 심포지엄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간의 문화예술의 간극을 좁히고 상실되어 가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인류를 위한 문화상생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세계막사발심포지엄’은 온 세계가 한 울타리 안에서 동서양의 문화적 대척점을 가지고 서로 문화예술로 띠잇기를 위해서입니다.”
1998년 궐동 빗재가마에서 시작된 세계막사발심포지엄은 2021년 현재까지 이르렀다.
2005년에 중국 산둥성 쯔보(zibo city)에서 치박 세계막사발심포지엄이 열리면서 15년 동안 계속 잇고 있는데, 2010년에는 터키 앙카라에 있는 국립 하제테페대학교 미술대 도예과에서 한국형 막사발 장작가마를 축조하여 HACETTPE INTERNATIONAL MACSABAL SYMPOSIUM이 10년간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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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세계막사발실크로드 심포지엄 포스타 |
일본 백자의 시작은 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의 기술로부터 비롯
김용문 작가는 1998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막사발 심포지엄을 무려 46회를 치른 바 있다. 막사발은 조선 도공이 오랜 숙련 끝에 만든 밥그릇, 국그릇, 막걸리 그릇, 또는 찻사발로 우리 생활에 두루 사용했던 생활 속에 귀중한 도자였음에 의심에 여지가 없다.
“일본 백자의 시작은 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의 기술로부터 비롯됐는데 학계 일각에서는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당시 도자기 제조기술은 현대로 치면 최첨단 반도체 기술과 같은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이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출병으로 수천 명의 도공을 납치하여 일본 아리따의 도자기 산업을 일으켰으며, 그 중 이삼평 가네가와 산페이는 일본 도자기의 신으로 추앙받으며 도조로서 아리타에서 명망을 이어 가고 있다.
유럽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16세기부터 근세까지 중국 경덕진에서 800만점의 도자기를 수출하였으며, 이것은 바로 도자기, 실크 등으로 수출로 부를 톡톡히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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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하제테페(앙카라)세계막사발심포지엄에서 세계도예작가들과 함께 |
25년째 이 행사를 주도해온 김 장인은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를 하나로 잇는 띠잇기 막사발실크로드 심포지엄을 기획 중이다. 비록 경제적 여건이 어렵긴 해도 문화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고유의 ‘막사발’의 세계화를 향하는 그의 꿈은 1998년 세계막사발 장작가마축제가 오산에서 처음 시작해 2005년 중국 산둥성 치박시에서 실크로드심포지엄이 16년 지속되고 있고, 2011년 터키 앙카라에서 하제테페 대학교 막사발 실크로드 심포지엄이 11년, 이어 25년째 한국, 중국, 터키에서 무려 46회 국제 막사발 심포지엄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거쳐 몽고, 산둥성 쯔보시, 시안을 거쳐 카자흐스탄, 우즈베케스탄, 이란,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현대판 실크로드를 만드는 거창한 꿈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터키 앙카라에서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장인은 이 거대한 작업을 위해 데 중국을 비롯해 거쳐 수많은 나라와 접속 중이다. 말하자면 지구라는 한 우주의 플래닛 띠잇기 운동이다. 말은 잘 통하진 않으나 작은 몸짓하나로도 문화예술이라는 액션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에 그의 작은 날개 짓 하나가 세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여 하나가 되고자 하는 거창한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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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터키 HACETTEPE MACSABAL 심포지엄에서 |
막사발을 만들던 어느 날 성형한 막사발 위에 나비 한 마리가 앉았다. 언제가는 서쪽으로 가리라던 그의 행로가 중국 산둥성 치박시, 북경을 거쳐 터키 앙카라에 닿았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막사발은 또 다른 작은 우주라고 한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리를 가는 붕새를 타고 간다는 것은 넓은 우주로 보면 카오스의 작은 세계의 일부인지 모른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르지만 굳이 서쪽으로의 행진은 무엇을 찾으려는 역행하는 구도자의 모습처럼 여겨진다.
“구름은 서로 엉켜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헝클어진 사람의 마음들은 어디에 둘 줄 몰라 쩔쩔매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모든 것 얻었다지만 물질문명이 더욱 나갈수록 더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린 다시 헝클어진 서로의 행로 붙들어서 잃어버린 순수시대의 마음을 찾아 날개짓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의 작품 속에 흐르는 1984년 개인전 "수장제" 는 충주땜 수몰로 갈 곳을 잃은 수몰민의 토우형상을 빚어 물속에 수장하는 제의적 퍼포먼스(행위예술)를 통해 고향을 잃은 수몰민들에게 큰 힘을 주기도 했으며, 1985년 제주도에서 벌인 퍼포먼스 및 전시 "방사 방사 방생"은 사악한 것은 막고 죽음을 초월하고 방생 자체가 인간 방생일 수 있다는 초월적 관념의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文化 大業은 없는가?
사람만의 유일한 이 문화코드를 붙들 수 있다
김용문 작가는 2006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막사발을 한국문화 100대 상징물로 오른 인물.
100대 민족문화상징이라 함은 우리민족이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간적,시간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형성되어온 문화 중 대표성을 가진 100가지 상징을 말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울러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상징을 개발하고 우리민족의 문화유전자(DNA)를 찾고자 만들어졌다.
“1998년 세계막사발 장작가마축제가 오산에서 처음 시작해 2005년 중국 산둥성 치박시에서 실크로드심포지엄이 16년 지속되고 있고 2011년 터키 앙카라에서 하제테페 대학교 막사발 실크로드 심포지엄이 11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25년째 한국, 중국, 터키에서 무려 46회 국제 막사발 심포지엄을 치렀는데 이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를 하나로 잇는 띠잇기 막사발실크로드 심포지엄을 지속하고 싶다고 했다. 비록 경제적 여건이 어렵긴 해도 문화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큰 의미가 있다.
“‘ART FOR PEACE’ 세계막사발 실크로드 탐사를 앞두고 그 옛날 실크로드 길을 떠났던 길을 21세기 문화예술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무대에서 우뚝 솟는 세계 막사발실크로드 깃발을 바로 세워서 나가야합니다. 제일 먼저 대한민국에서 출발하여 중국 산둥성 도자기 도시 치박시를 거쳐, 시안을 거쳐 카즈흐스탄 누루술시,터키 앙카라 하제테페대학교 세계막사발심포지엄 장소를 거쳐 실크로드 마지막 장소 이스탄불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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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사발그림으로도 유명한 도예가 김용문 거사의 작품 |
김용문 작가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 누구와도 만나 문화예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문화예술이 잠재하고 있는 신비와 새로운 영역은 삶의 부분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위대하고 숭고한 것이다.
그는 깊숙한 산야를 찾아 헤매는 참구도자를 만나고 싶다고 털어놨다. 문화예술은 무에서 유를 찾아 떠나는 구도자적인 탐색자이기 때문이다.
“대나무에 무작위로 구멍을 뚫어서 자신들만의 음을 찾는 대피리의 소리(음계)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한 것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아주 독특한 화음의 변화를 스스로 구현하기 때문에 독특하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우주의 엄청난 굉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낯선 음악을 이해 못했을 때 그 불협화음은 불행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래전 그가 한 신문에 칼럼으로 썼던 것 중 한 문장이다. 사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예술세계는 무한하다. 우리는 이것을 잡아 나가야 하고 무한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우리 대한민국을 살리는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
문화예술은 살아서 강력하게 움직여야 문화예술 교류가 활발하게 움직여 나갈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서 이룩해야 할 직접적인 단서가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은 머리로 하는 게 서로 공유하는 삶의 대면적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눌렸던 마스크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화예술은 폭발할 것이다. 더 많은 인류공영의 문화예술 콘텐츠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진정한 기교는 치졸해 보이고, 진정한 웅변은 어눌하게 들린다. 예술은 무한하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무한한 예술은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소홀하게 보일지 모른다.
김용문 도예가를 만나고 나서 ‘자연을 닮은 그릇 막사발을 만드는 과정이 불교의 진리인 윤회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 떠올랐다.
글 · 사진 이한규 주간
http://www.bulgyonews.co.kr/news/3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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