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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
풍요와 결실의 계정 가을입니다. 해마다 자연과 인간 모주가 풍요롭고 넉넉해지는 이맘때가되면 욕심없는 삶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게 됩니다.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바람에 요즘 젊은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저는 스님이라 종교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일자리 문제와는 한발자국 떨어져 있어 피부에 와닿지는 않습니다만 우리 절을 찾는 신도님들의 말씀을 듣거나 언론매체를 접할 때마다 심각한 상황인 것을 깨닫습니다. 특히 험한 일 궂은 일 안 가리고 가장 일을 열심히 할 때인 20대 말부터 30대 중반까지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다고 합니다. 청년실업 몇 백만 시대라고 하는 말은 다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가장 일을 하고 싶을 때에 일을 못하는 고통을 사람들 얼굴 표정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집안 식구들에게 눈치가 보이다 보니 사람을 피하게 되고, 스스로 능력을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워낙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같다보니 일자리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앞서고 지칩니다.
청년실업 문제에 가려 우리가 또 놓치고 있는 문제는 중장년 실업 문제입니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한 분야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닦은 중장년 역시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장년층 실업자는 가정과 자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생각해보면 중장년층 실업자가 느끼는 책임감과 자괴감의 깊이는 청년 실업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업은 개개인의 잘못만이 아니지만 당사자 스스로가 자괴심에 빠져들어 탈선은 물론이거니와 더 심하게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이 실업자 자살이 폭등해 사회적 문제로까지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실업 문제는 개개인의 잘못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일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거품경제에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던 IMF시절부터 실업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경제에 전문 소양이 없다보니 무엇이 문제다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실업 문제는 현 우리나라 경제적 문제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총체적으로 얽히고 설켜 나타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실업 문제는 개개인의 잘못 보다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됐건 우리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못 구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사회구조적인 문제니 뭐니 운운하기 전에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그 사람의 생계도 걱정이 됩니다. 점점 자신감과 자아를 잃어 가는 모습을 볼 때 제일 안타깝습니다.
다만 제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실업문제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라는 것입니다.
요즘 들어 방송을 통해 하루가 멀다 않고 크고 작은 사건들로 온갖 사회부조리 현상들이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일어나면서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집안의 가장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소중한 목숨을 버리는 가슴 아픈 사건들도 자주 들려옵니다. 어쩌다 나라 경제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일 수 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듯 직간접적으로 받는 괴로움과 고통을 안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무소유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 수는 없겠지만 갈수록 삶의 목표가 황금만능주의로 변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절대 돈에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평범한 삶으로 살아가는 것도 어렵지만 실천하기도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앞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마음의 자리를 찾아 진정으로 사회와 이웃을 사랑하며 내가 하는 일에 감사하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진흙속에서도 맑고 향기로눈 연꽃이 피어나듯 불자님들도 결실의 계절 가을의 고마움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준 자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나’를 있게 해준 부모님의 고마움에 감사하면서 가을이 계절을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지금 직장을 잃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힘을 내시고 자신감을 잃지 말고 마음을 올곧게 세운다면 직장을 잃을지언정 자아를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마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말만은 명심하고 새긴다면 언젠가 좋은 직장도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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