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산중에서 생활할 때 적적함을 달래려고 개와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이 있다. 개는 주인에게 충성하는데 고양이는 그러지 않았고 그 이유를 알아냈다. 개는 주인이 먹이를 주면 먹은 다음에 시간이 나면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졸거나 멍 때리기를 즐겨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틈틈이 쥐를 잡는 훈련을 한다. 점프를 하거나 순간 이동도 연습하고 나무를 전속력으로 기어오르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고양이는 야성을 잊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언제 주인이 자신을 버릴지 모르므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훈련을 해서 만반의 대비를 한다. 그런데 개는 그런 대비를 하지 않으므로 역으로 주인에게 충성하지 않으면 자신이 스스로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고양이는 야생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므로 독립해서 살 능력이 있고 따라서 굳이 주인에게 개처럼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람도 그와 같다. 자신의 실력을 부단히 기르면서 언제든지 독립적인 생활을 할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자신의 조직이나 상사가 부당한 일을 시켜도 반대하지 못하고 그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지어는 조직이나 상사에 개처럼 충성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반 조직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종교에서도 발생한다. 불자들이 석가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면 굳이 석가의 대리인이라고 자처하는 승려들에게 예속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일부 승려들은 석가의 가르침이 아닌 이론들을 불자들에게 설법해서 불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면서 그들의 발목을 노예처럼 붙잡아두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윤회와 중관 및 유식 사상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불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해서 ‘불자들은 왜 승려에게 충성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개나 불자는 모두 주인이나 승려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생존 혹은 해탈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충성할 수밖에 없다. 개나 불자가 주인이나 승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개는 먹이에서 독립해야 하고 불자는 정신에서 독립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실력을 쌓고 깨달음에 이르면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고 또 어떤 것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완전한 자유인이 되어 드디어 해탈에 이를 수 있다. 불교가 원하는 해탈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며 모든 것에는 승려는 물론 석가도 포함돼야 한다. 그래서 석가가 대중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마지막에 ‘나는 아무 말도 하디 않았다.’라고 한 것이다. 석가의 말에 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탐구하며 정진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대부분의 승려와 일부 불교 학자들이 믿고 있는 윤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필자의 저서 ‘얼굴이 밝은 성직자는 가짜다’에서 상세히 설명했으므로 생략하고, 여기서는 중관 사상의 문제점들을 논하면서 아울러 유식 사상의 문제점도 함께 논해보겠다. 중관 사상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방법에는 논리적인 방법, 실험적인 방법, 실용적인 방법의 3가지가 있다.
1. 논리적인 방법
불교에서 사용되는 중관이라는 단어는 불경 여러 곳서 사용된 중도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도(道)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하늘의 도(우주의 도; 진리)이고 또 하나는 땅의 도(사람의 도; 처세나 수행의 도)인데 석가가 말한 무아와 무상은 하늘의 도이며 중도는 땅의 도이므로 이를 혼동하면 안 된다. 진리는 진위가 분명하므로 이도저도 아닌 중도란 있을 수 없으며 오직 사람의 처세에서만 한 쪽에 치우치지 말고 적절한 균형을 취하는 중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중도는 결국 공자가 말한 중용이나 예수가 말한 사랑과 같은 것이며 불교가 사람이 취해야할 바른 자세라고 주장하는 자비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굳이 용도에 따라서 중도와 자비를 분리한다면 중도는 수행자의 바른 자세고 자비는 대중의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에는 자비(중도)라는 단어는 없으며 오직 법(무아 무상)에 의해서 냉철하게 운행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불교 학자들이 설명하는 중관 사상에 오류가 생기는 근본적인 중요한 이유는 중관 사상의 근본이 되는 공(空)의 개념에 착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불교적인 관념에서는 모든 것이 무아(無我)와 무상(無常)이므로 실체가 없으며 결국 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색즉시공이라는 말 속에 있는 공의 개념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의 개념의 혼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색즉시공은 색이 변해서 공이 된다는 것인데 공은 사물이 분자나 분자 이하의 소립자 상태로 쪼개져서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인식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할 뿐 여전히 존재하며 사라져서 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쉽게 다시 설명하면 땅(지구, 별)은 색이고 하늘(대기, 우주 공간)은 공이다. 지구가 사망하면 땅이 변해서 하늘이 되고 나중에 하늘이 다시 땅으로 변하는 반복을 하는 것이 소위 별의 사망과 탄생이다. 땅의 입장에서 보면 땅이 살아 있으면 색이고 죽어서 하늘로 변하면 공이 되는 것이지만 색과 공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도 색(보이는 것)과 공(보이지 않는 것)의 변화일 뿐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공은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고 무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색과 공은 같은 것이지만 공과 무는 전혀 다른 것이다. 1이라는 숫자를 아무리 여러 번 쪼개도 결코 0이 되지 않으며 반대로 0을 아무리 많이 더해도 결코 1이 되지 않듯이 한번 존재하는 것은 영원히 존재하고 지금 존재하지 않은 것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숫자로 비유해서 쉽게 다시 설명하면, 눈에 보이는 1은 색이고 그 1이 수많은 0.0001로 분해돼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공이지만 0은 공이 아니라 무인 것이다. 그래서 0.0001(공)이 모이면 1(색)이 되지만 0(무)은 아무리 모여도 1(색)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는 중관 사상처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아니라, 한 번 있으면 영원히 있고, 한 번 없으면 영원히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려들은 색즉시공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 하고 색즉시공을 중관 사상을 나타내는 비유비무와 혼용해서 사용하면 대중에게 큰 오해를 일으킨다.
중관 사상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불교 학자들의 설명은 일종의 궤변이다. 학자들이 중관 사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언어의 역설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모든 말은 거짓이다.’라는 말이 진실이라고 가정하면 그 말도 거짓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데 이 설명은 엉터리다. 왜냐하면 ‘모든 말은 거짓이다’라는 말은 실제로 진실이 될 수 없는데 그 말을 진실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의 성격을 서술할 때에 서술할 대상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예를 들면 ‘내가 방금 한 말은 거짓이다.’라고 하면 논리적인 모순이 없지만 서술할 대상 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내가 하는 말은 거짓이다.’라고 하면 그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는데 그 말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설명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오류가 섞인 문장을 이용해서 중관 사상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서술 대상이 특정되어도 비교하는 상대나 구체적인 수치가 없이 상태를 규정하면 말 자체에 다시 오류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나의 키는 철수의 키보다 크다.’ 혹은 ‘나의 키는 190Cm이다.’라고 하면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데, 막연하게 ‘나의 키는 크다’라고 비교 대상이나 구체적인 크기를 제시하지 않고 서술하면 말 자체가 오류인데 오류인 말을 이용해서 마치 나보다 키가 작은 사람이 존재해야 키가 큰 나도 상대적(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중관 사상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만약에 세계 3차 대전이 발생해서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면 나는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람이 되지만 나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존재는 결코 아니다. 어떤 사물의 존재 여부는 다른 사물과 상관이 전혀 없지만 사물의 상태를 표시할 때는 비교할 상대가 필요할 뿐인데 불교 학자들이 사물의 존재와 상태를 혼동하므로 중관 사상에 오류가 발생한다. 다시 쉽게 설명하면 지구에 혼자 남은 나는 비대비소(非大非小)이지만 비유비무(非有非無)는 결코 아니다.
그리고 유식 사상과 궤를 같이하는 일체유심조가 성립되려면 일단 마음(의식, 자아 등)이 존재해야 가능하므로 그것을 알아보자. 마음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마음은 존재하지만 인식이 불가능한 ‘공’인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무’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이 공인지 무인지 알려면 먼저 인간이 인식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현상인지 알아야 한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성질 중에서 한 번 존재하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본질이라 하고 사물이 가지고 있는 성질 중에서 색깔, 열, 무게처럼 잠깐 있다가 상황이 변하면 사라지는 것을 현상이라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현상은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하는 것으로 인간의 감각이 착각하는 것이다.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붙잡을 수 있으면 본질이고 붙잡을 수 없으면 현상이다. 있는 것(본질)은 붙잡을 수 있지만 없는 것(현상)은 붙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생각, 양심, 자아, 영성 등)은 바람처럼 붙잡아서 고정시키거나 상자에 가두어 둘 수 없다. 바람과 의식은 공기와 신경의 운동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들의 운동을 방해하면 바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의식은 본질이 아니라 연기 작용(작용과 반작용에 의한 연쇄 반응)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식은 바람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며 정지하는 순간 사라진다. 다시 말해서 붙잡으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붙잡을 수 없는 것이다. 모든 현상은 사물의 운동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며 사물의 운동 상태는 계속 변하므로 현상도 변하지만 사물이 정지하면 현상은 사라지는 것이다. 현상은 본질이 아니라서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물에서 발생하는 소리, 빛, 온도, 색깔, 무게 등은 사물의 운동이 정지하면 모두 사라지듯이 인간의 의식도 뇌신경이 운동을 멈추면 모두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하다. 뇌신경의 작동이 멈추는 것을 소위 ‘뇌사’라고 하며 뇌사가 일어나면 의식이 사라지는 것이고 심장이 멈추면 생명(현상)도 모두 사라진다. 그러므로 의식(마음)은 인식할 수 없지만 존재하는 공(본질)이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무(현상)인 것이다.
의식이 왜 현상에 불과한지 선뜻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위해서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갓난아이가 칼에 찔리면 그 아이는 아픈 느낌이 생기지만 자신이 왜 칼에 찔렸는지 반성하거나 앞으로 칼을 조심해야겠다는 의식은 일어나지는 않는다. 아프다는 느낌은 칼에 찔림으로써 발생하고 그 것이 반복되면 경험(자료)이 축적되면서 칼을 조심해야겠다는 의식이 서서히 생긴다. 모든 의식은 외부의 자극(자료)에 의해서 만들어진 뇌의 반응일 뿐 스스로 발현된 의식은 하나도 없다. 다시 말해서 의식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유입된 외부 자료와 뇌에 축적된 내부 자료의 상호 작용(연기 작용)에 의해서 일어나는 즉흥적인 결과물일 뿐이다. 그래서 의식은 항상 변하므로 화장실 가기 전과 나올 때 달라지는 것이며 똑같은 사건에 대해서 판사와 검사, 원고와 피고, 여당과 야당의 의식도 항상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식은 자신의 뇌가 내리는 분석결과이므로 이 결과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공 지능 바둑도 프로그램에 따라서 모두 바둑을 다르게 둔다. 모든 컴퓨터나 로봇이 작동하는 과정과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과정은 똑 같다. 하지만 로봇이 외부 정보를 받아서 화를 내거나 감정을 표현할지라도 로봇에 독립적인 의식이나 자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제법무아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실제로 자아는 없으므로 참나(眞我)도 없지만 참나를 추구하는 수많은 수행자들에게 좀 더 알기 쉽게 자아가 없다는 것을 설명해보겠다. 사람의 신체는 심장이 정지한 후에도 살아 있다가 다른 생명체에 이식되면 계속 살아가며 머리칼이나 손톱은 심장이 정지해도 독자적으로 상당기간 살아서 자라난다. 그러므로 생명현상은 하나의 자아에 의해서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부분들이 무아의 상태에서 일으키는 연기 작용(상호 작용)의 결과다. 자연의 모든 현상은 무아와 연기에 의해서 사물이 연쇄적으로 변하면서 우주가 순환하는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한 인간에게 자아가 하나만 있어도 문제가 있고 여러 개가 있어도 여전히 모순이 생긴다. 그러므로 한 인간에게 자아가 하나냐? 아니면 여러 개냐? 하는 이 두개의 모순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자아란 것이 아예 없으면 된다. 그래서 불교가 제법무아라고 주장한 것이다. 만약에 자아나 영혼이 있다면 그것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것을 사람이 만들 수는 없으므로 그것을 만들고 관리하는 조물주도 함께 존재해야 옳으므로 신과 자아(영혼)는 기독교처럼 함께 존재하든지 아니면 함께 존재하지 않든지 해야 옳다.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옳을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몸은 색이나 공으로 변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고 의식(마음, 자아, 영성, 양심 등)은 소리나 바람처럼 현상일 뿐 실제로는 없는 무이며(제법 무아) 중관 사상처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존재는 우주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몸(사물)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영원히 같은 모습은 없으며 시공간이 변하면 그 모습이 바뀌거나(제행무상) 사라져서(색즉시공) 인간의 감각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결코 완전히 없어져서 무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과 무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자아(사물을 관리하는 정신적인 주체)는 없지만(제법무아), 연기 법칙(작용과 반작용의 물리법칙)에 의해서 모든 존재(실체; 사물, 육체)의 모습이 꾸준히 변하는 것이다(제행무상). 그리고 나의 마음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환경이 연기 작용해서 만들어진 거짓된 나(탐 진 치 등 포함)이므로 이것들을 버리면 원래의 나 즉 무아로 돌아가서 해탈에 이르는 것이다.
무아, 연기, 무상 이라는 3단어면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아는 시간과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본질의 속성을 설명한 것이고, 무상은 시간에 따라서 변하는 외형적 모습을 설명한 것이고, 연기는 변하지 않는 본질과 변하는 모습 사이를 연결해주는 법칙을 말한 것이다. 만약에 자아가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작용해서 무상의 변화를 유도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바로 연기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비유비무를 주장하는 중관 사상이 수긍이갈 수 있었지만 이제 우주의 실체와 생명의 본질이 밝혀진 지금은 옳다고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있는 것은 영원히 있는 것이며 없는 것은 영원히 없는 것이므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중관 사상은 교묘한 궤변에 불과하다. 중관 사상의 바탕이 되는 잘못된 공사상은 결국 모든 존재의 가치를 부정하게 되며 모든 가치를 부정하면 진리(깨달음이나 해탈 포함)마저 부정해야 하므로 공사상은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진다. 모든 것이 정말로 공이면 수행을 할 필요도 그리고 종교를 가질 필요조차도 없어진다. 그리고 수행자들은 별과 별 사이의 텅 빈 공간에는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정체를 모르는 암흑 물질로 가득하고 그것이 색즉시공의 공이며 진정한 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경험하는 무아지경은 장시간 명상에 빠지면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해서 오감으로부터 뇌로 전달되는 정보가 일시적으로 차단되어 정상적인 감각과 의식이 사라지고 환각 상태에 빠지게 된다. 외부로부터 정보라는 원료가 뇌라는 생산 공장으로 안 들어오므로 의식이라는 제품이 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의식은 똑같은 외부 정보를 받아도 100인이 있으면 100인의 것이 모두 다르다. 의식은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연기 작용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각각의 뇌가 가지고 있는 환경에 따라서 모두 다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 실험적인 방법
앞에서 길게 설명한 이론적인 주장에 이해가 안 가면 직관을 이용해서 중관 사상의 문제점을 간단하게 실험으로 알아볼 수 있다. 중관 사상이 주장하는 핵심은 모든 존재에 ’공‘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비유비무‘라고 주장하므로 이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면 된다.
중관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다음과 같이 실험하면 중관 사상의 문제점(모순)을 깔끔하게 증명할 수 있다. 실험을 주관하는 사람이 날카롭고 거대한 칼을 들고 중관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는 건가 아니면 없는 건가?‘ 라고 물어보면 된다. 그 질문의 대답은 3가지가 가능한데, 하나는 ’있다’이고 또 하나는 ‘없다’이지만 애매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중관 사상처럼 대답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만약에, ‘없다’라고 대답하면, ’없으니까 칼로 찔러도 되느냐?‘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만약에 ’있다‘라고 대답하면, ’당신이 주장하는 중관 사상에 의하면 사물의 존재를 비유(非有;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므로 정말로 그 주장처럼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당신을 칼로 찔러봐도 되겠느냐?‘라고 물어 본다. 그런데 그런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대답하면, ’나는 그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으니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해보기 위해서 칼로 당신을 한 번 찔러보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느냐?‘라고 물어보면 아마 그 사람은 무릎을 꿇고 항복할 것이다.
성철 스님의 말대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뿐이며, 중관 사상처럼 산은 산이 아니고 물도 물이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성철 스님도 오랜 기간 동안 중관 사상을 주장해오다가 나중에 중관 사상의 오류를 깨달았지만 차마 그것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에둘러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세상에 전함으로써 중관 사상의 오류를 후학들이 인식하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3. 실용적인 방법
중관 사상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설혹 중관 사상이 허구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서 잘 살수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종교 자체가 허구라고 하더라도 종교가 인간의 삶에 큰 도움이 된다면 멀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설혹 중관 사상이 진실이거나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버리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대한민국의 모든 병사가 중관 사상에 심취되어 북한군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거나, 전쟁이 일어나도 전쟁은 일어난 것도 아니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라면서 명상이나 하고 있으면 그 전쟁에서 누가 이기겠는가? 21세기에 총칼의 무력 전쟁은 없지만 경제 전쟁과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중관 사상으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 경제 발전과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도 중관 사상을 잘못 이해하면 모든 행동에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회색분자가 되거나 모든 것이 될 대로 되라고 놔두는 방임주의자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열심히 해봐야 다 헛것이라는 허무주의자나 염세주의자가 되기 쉽다. 때로는 그런 것이 현명한 처신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버림받는다.
지금까지 중관 사상의 문제점을 논리적, 실험적, 현실적 3가지 방법으로 살펴봤다. 그리고 의식은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현상에 불과해서 연기 작용이 없으면 의식은 스스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으므로 의식이 무엇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유식 사상도 역시 허구가 될 수밖에 없다. 존재하지도 않는 마음(자아)이 무엇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일부 수행자들이 자신은 마치 깨달은 도인인양 하면서 몸은 거짓된 나(헛것)이고 참나(진아)가 따로 있어서 마치 유체이탈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앞에서 말한 중관 사상의 실험적 방법처럼 ’내가 칼로 당신의 몸을 찔러도 몸은 헛것이니까 당신의 참나(진아)는 유체이탈을 해서 아무런 동요를 하지 않고 당신의 상처를 고요하게 무심의 경지 즉 무아지경으로 관찰할 수 있겠는가?‘ 라고 물어보라. 그리고 내가 당신을 찔러도 당신이 무아지경으로 고요히 당신의 상처를 관찰하면 당신을 도인(무아지경에 도달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당신 앞에 무릎을 꿇겠다고 말하면 아마 그 사람이 먼저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만약에 칼로 도인을 찌르면 그 도인은 참나(진아)는 인간이 개발한 언어 일뿐 실제로는 없으며 오직 자신의 몸이 자신의 전부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큰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육조 선사에게 어떤 제자가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육조 선사가 당황해서 선문답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삼베 일곱 근이라며 동문서답을 했는데 불교계에서는 그 대답에 무슨 대단한 뜻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해석한다. 그러나 육조 선사가 우주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그 질문은 대답을 할 가치조차도 없었다. 왜냐하면 우주의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가지 않으므로 당연히 하나도 아무데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언제나 모든 것 그대로며 결코 하나로 돌아가지 않는다. 만약에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간다면 역으로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나올 수도 있고 그러면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빅뱅이나 기독교가 주장하는 천지창조도 합리적으로 성립될 수 있다. 그리고 육조 선사에게 물어본 질문을 다르게 바꾸면,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온다는데 그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가? 라고 할 수 있다. 이 질문도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지 않으므로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대답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일체유심조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우리의 거짓된 마음(탐 진 치 등)이 조작하는 것이므로 그 거짓된 마음을 버리고 우주의 법칙과 순리에 따라서 지금 여기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바로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해탈이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인간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 겉으로는 국가나 사회 혹은 소속 정당의 이익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그 이익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대의명분으로 조직의 이익을 내세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권력 기관에 종사했던 어느 유명 인사가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유명 인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보다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더 오랫동안 자신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에 조직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아예 사람이나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오직 필자에게 충성하고 싶으며 그래서 고양이처럼 강자(조직이나 주인)에게 예속되지 않고 항상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독자들도 그러기를 권고한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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