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학의 일대(一代)와 문가학의 전설이 담겨있는 용방사의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고 용방사를 중창하는데 일생을 걸고 용맹정진하고 계시는 노스님이 있다. 바로 약산 도윤스님(藥山 道允)이다. 필자가 도윤스님을 만났을 때 처음에는 백만 원군이라도 만난 양 반가워 하셨지만 문가학의 역모 사건이 과연 역모 사건이었느냐는 필자의 다소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자 스님은 강한 반발을 하셨다.
그러나 역사를 인식하고 해석하는데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고, 다양한 해석을 검증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에 나타난 여러 가지 해설, 즉 하나하나 씩의 학설 중에서 공통된 견해가 많이 나오면 그것이 통설이 되고 마침내 정설이 되지 않느냐고 스님을 설득하여 스님으로부터 긍정을 받으면서 객관적 사실에 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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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수 시인 |
스님은 약 20여 년 전 전국의 명산대찰을 찾아 탁발 수행을 하시던 중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시 눈을 붙였을 때 홀연히 의상대사가 현몽하시어 ‘용방사를 찾아 복원하도록 하라’ 밑도 끝도 없는 말씀을 들었고, 잠에서 깬 스님은 어디에 있는 절 인지, 언제적 절 인지도 모르고 단지 ‘용방사(龍方寺)’라는 이름만 가지고 어떻게 찾느냐는 가벼운 생각에 절 찾기를 포기하였는데 꿈이 너무나 생생하고 대사의 말씀이 너무 또렷하여 심중(心重)을 버리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 두던 중 마침내 그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용방사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도윤스님은 용방사라는 명칭이 가지는 함의를 생각하던 끝에 혹시 용방산이란 산에 있는 절이 아닌가 하여 낯선 곳에 갈 때 마다 노인들을 만나면 “이 부근에 용방산이 있다는데 어디냐, 아니면 용방사라는 절이 있다는데 혹시 아는냐?”고 물었고, 관공서나 그 지역의 문화원등을 찾아 용방산이나 용방사에 관하여 물어 그 흔적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약 15년 전 마침내 산청군 신안면에 이르러 한 70대 쯤은 돼 보이는 노인으로 부터 대성산(둔철산 옆에 있는 다소 낮은 산) 옆에 용방산이 있었고, 용방산의 8부 능선쯤에 용방사가 있었으나 지금은 허물어져 흔적도 없다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다. 특히 그 노인은 조선조 때 전국의 산이름 중에 용(龍), 왕(王), 황(皇) 자가 들어 가는 산 이름은 역모의 가능성이 있는 지명이라 하여 모두 바뀌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용방산이라는 지명도 사라지고 지금은 대성산의 한 자락으로 불리워지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그 노인이 일러 주는대로 한달음에 굽이굽이 용방산을 올랐던바, 십리 산길을 헉헉대며 올라간 그곳에는 다 허물어져 가는 누옥(漏屋)이 한 채 있고, 그 뒤로는 큰 바윗돌이 구르고 엎어지고 깎아지면서 생긴 자연 동굴이 있으며, 누옥의 옆과 앞에는 벙벙한 구릉지가 나타났지만 그 구릉지는 자연스레 만들어진 구릉이 아닌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구릉지라는 강한 느낌이 풍겨왔다.
그 누옥에는 주인이 출타하고 없었지만 동굴에는 촛불을 피운 시커먼 그으름과 주변에 흩어진 여러 가지 흔적들로 보아 그 주인이 무당이거나 그곳이 무당의 굿당으로 사용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님은 주인도 없는 집 앞에 서서 멀리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세상을 둘러보고, 이곳이 배산임수(背山臨水)한 지리로서 청룡백호(靑龍白虎)가 잘 발달되어 있고 더욱이 내수구와 외수구 뿐만 아니라 가까이 보이는 안산(案山)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혈(穴)자리가 보전되도록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이며 멀리 보이는 조산(朝山)들도 청룡백호를 압도할 정도로 높지도 낮지도 않는 것이 전체적으로 혈과 명당자리를 동그랗게 감싸 주면서 주작, 봉황이 춤을 추는 산세니 필시 임금이 테어 날 명당 자리로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혈자리에 해당되는 곳에는 그야말로 혈(穴)이 분명한 동굴이 있고 그 동굴 앞에는 천하의 절터로 손색이 없는 구릉이 잘 발달 되어 있었다.
도윤스님은 그의 짧은 풍수 지식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이곳에 절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고 더욱이 불교가 융성하였던 고려시대 때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하여 전국의 명당터 3,800곳에 비보사찰(裨補寺刹)을 지을 정도였는데 이런 천하의 명당 터에 절이 없을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꿈에서 본 용방사터가 눈 앞에 평쳐진 현실의 용방사 터와 완벽하게 일치하니 이는 필시 부처님의 인도와 의상대사께서 현몽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어차피 스님은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탁발승이지 않는가. 스님은 세속(世俗)만 가득 담겨 어깨를 짓누르는 바랑을 훌 벗어 던지고 바람 흐르는 벼랑 끝에 서서 소매 끝을 흔드는 바람을 가슴으로 맞으며 졸졸 흐르는 용천수 한 모금에 주린 배를 채우니 멀리 남쪽 하늘에서 밀려오는 한 줄기 구름떼처럼 밀려드는 안온함.
여기가 내 거처로다. 집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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