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 스님은 노처사에게 의상대사가 현몽하시어 밑도 끝도 없이 용방사를 중창하라는 부름을 받고 그동안 전국의 명산을 섭렵하며 용방사를 찾아다닌 끝에 이곳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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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 김용수 시인 |
노처사는 자신도 오래전에 여우굴의 전설을 듣고 이곳까지 흘러온 후 이곳이 고려시대 때 창건된 용방사지였음을 확인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여우굴이 용방산 꼭지에 있고 쉬이 접근할 수 있는 길도 없어 중창불사는 고사하고 사람이 거처하기에도 어려워 미련을 접고 하산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 중에 산꼭지에 올라서서 하계(下界)를 내려다보니 왜 이곳에 용방사라는 사찰이 들어서게 되었는지가 보이더란다. 특히 용방사는 고려시대 때 창건된 사찰로서 나라의 안녕과 국운을 비는 전국의 명당 터에 창건된 비보사찰(裨補寺刹)로서 갖추어야 될 여러 조건들이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배산임수(背山臨水)하고 청룡백호(靑龍白虎)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내수구와 외수구 뿐만 아니라 가까이 보이는 안산(案山)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혈(穴)자리가 보전되고 있는데 이 혈자리에 여우굴이 있어 이 여우굴 앞에 도량을 앉힌다면 천하제일의 가람이 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이곳에 주저앉아 나무 한 토막, 돌 한 개, 흙한 줌을 세월과 함께 쌓은게 어언 20여년이라고 하였다.
노처사도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 왔을 때 산세를 둘러보고 내려갈 생각을 하였으나 날이 저물고, 당장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여우굴에서 하룻밤을 자고 날이 밝으면 내려갈 요량으로 객장(客裝)을 펼치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수염이 무릎까지 내려오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나타나서 ‘여기가 네가 있을 곳인데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고 꾸짖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으며 당장 갈 곳이 마땅찮은 현실이 꿈으로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결국 이곳에 정을 붙이면서 살아오던 중이었다고. 그런데 얼마 전 그 노인이 다시 현몽하시어 ‘임자가 나타났으니 미련 두지 말고 암자를 넘겨주고 속히 떠나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아마 스님이 용방사를 일으킬 임자인가 보다’라는 말을 하였다. 도윤 스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보려고 하였는데 뜻밖에도 노처사는 처음보는 스님에게 비록 누옥(漏屋)이지만 자신이 20여 년을 거처하던 집을 선뜻 내주겠다고 하면서 부디 용방사를 중창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도윤 스님은 황망하기도하여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노처사는 날이 밝자 정말 소지품 몇 가지만 챙겨 하산해 버리고 말았다.
도윤 스님은 노처사에게 당장 갈 곳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부처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니 부처님이 유숙(留宿)할 곳을 마련해 주시겠지요’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여우굴과 다 쓰러져가는 집을 엉겁결에 넘겨받은 스님은 그 후 15여 년 동안 갖은 풍상을 겪으면서도 여우굴 안에 동굴법당을 마련하고 부처님을 모셨으며 동굴법당 바닥에 부처님의 법(法)과 우주 질서를 형상화시킨 천관도를 부조한 석물을 깔고 법당 입구에도 천관도를 세움으로서 비로소 법당으로서의 자그마한 형식을 갖추었다. 그리고 수차에 걸쳐 약 20여리에 이르는 진입로를 손수 개척하는 등으로 용방사 중창을 위하여 진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용방산 깊은 곳에서 발원한 용천수(龍泉水)의 수질이 워낙 좋고 이 용천수를 마신 사람이 그간 앓고 있던 지병이 깔끔하게 낳았다는 말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도윤 스님은 2018년 3월 남평문씨 종친회에서 고려충신 문가학의 위령제를 겸한 천도재를 모셔 달라는 제의를 받기에 이르렀는데 이 천도재가 그간 도윤 스님이 용방사 중창 불사를 하려는 노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받는 실질적인 첫발이라는 생각에 남달리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경상남도에서는 문화재청에 용방사터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였고, 문화재청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이 발행한 불교사원지, 태종실록, 조선총독부 발행의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 문화재관리국에서 발간한 문화유적총람등 방대한 자료를 조사한 끝에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불교문화연구소에 지표조사를 의뢰하였다. 그 결과 2019년 상반기에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연구소에서 공동으로 발행한 ‘한국의 사지(寺址)’라는 책자에서 “이곳이 용방사지였다는 구전이 있고, 사역내에 산포한 유물로 보아 고려시대에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서 향후 암굴 전방 평탄지 및 사찰 서쪽 영역에 대한 정밀 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고 결론지었다.
도윤 스님은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기관과 요로에 끊임없이 민원을 넣어 정밀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스님 스스로 일부 발굴을 시도하여 건축물을 짓기 위한 기초 공사인 축대의 흔적을 발견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얻고 있다.
스님은 자신이 수도 정진하고 있는 이곳이 고려시대 때 창건한 용방사지였다는 사실을 고증한 성과에 그치지 않고 용방사 중창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전심 진력하겠다는 결의를 보내고 있어 스님의 그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필자도 고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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