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하지 말라, 자만하지 말라
좌우명은 “초심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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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은 문화이자 나아가 내가 만드는 것은 모두 명품이고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오숙희 명인 |
먹는 것이 담백하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마음이 상쾌하면 잠을 편히 잘 수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도파민이 생성되고 뇌를 활성화시키 듯이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진리다.
‘해피 700’의 고장 강원도 평창 봉평면 ‘봉평미가연(味家宴)’과 오숙희 명인, 그가 자부심으로 만들었다는 메밀요리를 만날 수 있게 됐으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라는 ‘백암록’의 한 구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청정지역 봉평은 이효석이 태어나고 자란 땅, 또 우리나라 대표적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아닌가.
“제대로 맛을 느끼지 않고 먹는 것 같습니다.”
오 대표는 우리 일행이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 등 5감(5感)으로 음미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휴일마다 전국적 맛 소문 때문에 먼 길 왔다가 손님이 넘쳐 구경도 못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기로 소문난 곳이 곧 미가연이고 메밀요리인데...
살아가면서 잘 먹는 것은 곧 건강이고 행복이다. 행복한 마음은 나아가 예술로 승화된다. 오 대표는 이 시대 메밀요리 명인답게 본인이 절묘한 찬스에 내놓는 것이 곧 명품이고 곧 예술이라고 말했다.
“대관령 한우와 메밀싹, 참깨, 참기름으로 만든 ‘메밀싹육회’ 한 접시를 먹으면 맛도 맛이려니와 속이 든든해서 20년 넘게 오고 있습니다.”
오 대표와 오누이로 지내고 있다는 한국만다라의 작가 玼䢖 김경호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미가연’ 대표적 메뉴인 메밀싹 무침, 명품육회 비빔국수 이대팔(2:8)미가면 등은 곧 오 대표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인 듯싶었다
“내가 만드는 것은 모두 명품입니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도 다녀간 유명세(?)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관심을 가진 ‘미가연’이니 이런 자부심이 오늘의 ‘미가연’이 있게 됐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대팔 미가면’ 일주일에 두 번 먹으면 팔팔
<메밀음식문화연구소>는 세계화의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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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쓴 메밀 단 메밀을 섞어 만든 모든 메뉴는 미가연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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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 맛 소문 때문에 먼 길 왔다가 손님이 넘쳐 구경도 못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기로 소문난 미가연 |
봉평 미가연 메뉴 중에는 ‘이대팔 미가면’이라는 게 있다. 일주일에 두 번 먹으면 팔팔하게 산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는 곧 메밀요리의 성분과 특징을 압축한 말로도 들렸다.
“음식은 문화입니다. 더 나아가 내가 만드는 것은 모두 명품이고 예술입니다.”
오 대표는2013년 정부나 도, 군의 보조 없이 사비를 들여 ‘미가연’ 인근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메밀음식문화연구소’를 열면서 평창은 평창답게, 미가연은 미가연답게, 메밀은 메밀답게, 봉평은 봉평답게 참맛을 만끽할 수 있는 대한민국음식문화 창달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연구소 타이틀은 MBC드라마 <전원일기>에 특별 출연해서 알게 된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연구소는 꿈나무 친구들이 쉽게 문 두드리는 희노애락 공존의 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작정입니다.”
연구소 발족 이후 전국요리경연대회서 은상, 각종 요리경연대회 심사위원 참가 등 실적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우선 2020년 월드마스터위원회로부터 인정받은 ‘세계명인’으로서 ‘K푸드’를 향해 대한민국, 강원도, 그리고 평창의 메밀요리를 홍보하는 계획을 이미 세워 놓은 상태다.
나아가 <세계메밀심포지움> 등을 통해 메밀요리가 전 세계에 알려지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리 다음 세대는 전통 반, 퓨전 반을 지향하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그동안 미국 PBS, 일본 NHK 등에 출연 한국의 메밀요리를 알리는데 일조한 오 대표는 ‘K푸드’를 통한 메밀요리의 세계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본명 오숙희, 별명 ‘봉(뽕)순이
지난해 12월 연중무휴 깨트려 파격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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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도 다녀간 유명세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봉평 미가연 |
본명 오숙희 보다 ‘봉(뽕)순이’로 더 잘 알려진 오 대표는 외식업 33년 만에 지난해 12월부터 수요일 휴일을 선언했다. 연중무휴 관례를 깨트린 과감성이었다.
“쓴 메밀 단 메밀을 섞어 만든 미가연의 모든 메뉴는 저의 자부심이자 자랑입니다.”
동종 업계와의 차별화는 ‘육회비빔국수’ ‘메밀싹나물육회’ ‘메밀싹나물’ 등 3개 메뉴에 대해 특허등록을 마쳤다는 것과 7~8개의 매뉴도 상표등록을 끝냈다는 사실. 모두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가의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스텐그릇 등으로만 사용됐던 식기들을 고급스럽게 색깔 입힌 자기 그릇들로 몽땅 교체한 것도 시각적인 고객의 눈높이와 메밀국수의 격을 한결 높이는 계기가 됐다.
“왜 미가연인가?”
이 물음에 오 대표는 건강하다, 섬섬(밋밋)하다, 특별하다, 신선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금 이 시간 긴장 풀면 1분도 안 걸려 무너지는게 세상삽니다. 잘 됐다 하는 순간 살얼음판이고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오 대표는 매일매일 ‘미가연’ 정문을 바라보고 감사하고 고맙고 더 열심히 잘하겠다고 다짐하며 절을 올린다고 한다. 수많은 손님들의 표정을 읽다 보니 이제는 한 번만 봐도 손님의 기색을 살필 수 있게 됐다. 어느 날 하루도 긴장을 늦춘 적이 없었다고 했다.
여고 때 여군 꿈, 40 넘어 대학 진학
친정 어머니 70 넘어 한글 깨우쳐 소원 풀어
‘미가연’ 룸 마다 봉구(부군 신현구 회장의 구), 봉순이(창업자 본인), 봉달이 등 명패가 걸려있는 것도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인 풍경이다.
“봉평에 오셨다면 놓쳐서는 안 될 맛 미가연”에 들어서면 두 개의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4남매를 자수성가 시킨 친정 어머니 박점남(86) 여사의 동시(童詩) 액자였다. 70세 넘어 독학으로 한글을 깨우쳐 밀양시 주관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이란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이랄까 거의 같은 시기에 엄마는 한글을 깨우쳤고 딸 봉순이는 48세의 나이에 원주 송호대학조리학과, 50세에 한양대 외식경영학과와 연세대 MVP최고위과정을 마쳤다.
액자 속의 동시는 70넘어 평생 소원인 한글 깨우치기가 얼마나 힘드셨던지 한 구절 한 구절이 산 넘어 산이라는 피나는 노력이 흔적임이 역력했다.
“왜 이리 어렵노/산 넘고 나면 또 산이다/받침 없는 놈 끝내고 나면/받침 한 놈 있는 게 오고/받침 한 놈 끝내고 나면/받침 두 개 있는 게 온다/이놈 저놈 빼지 말고/언제 나도 한 번 줄줄 읽어보고 가겠노”
화제의 어머니 박 여사의 한글을 깨우치려는 노력과 열정, 딸 ‘인간 봉순이’의 학구열은 세상의 풍파에 얽매이지 않는 불굴의 모습이다.
돌이켜보면 ‘미가연’의 오늘을 있게 만든 것은 바로 친정 엄마였다. 여고시절 어깨너머로 배우게 한 것도 엄마의 음식솜씨였다. 뒤늦게 한글을 깨친 엄마는 홀홀 단신 고향 삼랑진을 떠나 낯선 땅 평창에 와서 고깃집을 하게 만들었고 ‘미가연’을 창업하게 했으며 결국 오늘의 메밀요리 명인을 탄생시킨 게 바로 엄마라는 결론이 나온다.
여군을 꿈꾸던 김해 진영여상 재학 때 사이클선수들을 위해 김치찌개를 끓여 주던 학교성적이 꼴찌(?)였다는 한 소녀는 지금 메밀요리명인, 세계명인, 신지식인에 석탑산업훈장, 한식대가 수상 등을 받고 한국요리업계에 뚜렷한 위치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어찌 보면 이게 바로 모녀가 이룩한 인간승리, 인간 만세가 아닌가 싶다.
‘제법집요경(諸法集要經) 마음 새기며 한 평생
지금도 부처님 의지하며 불교와 인연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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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당시 참가선수단에게 한국음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 미가연 오숙희 대표 |
“욕심으로 탐내어 만족할 줄 모르고 사치스러운 옷으로 마음대로 몸을 장식하고 거만한 마음을 내어 부끄러움이 없으면 모든 악이 이를 따라 일어난다.”
오 대표가 항상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제법집요경(諸法集要經)’의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이다.
제법집요경은 또 “탐욕은 독초와 같고 치열한 불꽃과도 같다.”고 가르침을 주셨다.
오 대표를 대하며 생각나는 말이 있다.
“가장 파괴적인 단어가 ‘나중’이고, 가장 생산적인 단어가 ‘지금’이다.”라는 말이다.
오 대표와 불교와의 인연은 어땠을까?
어렸을 때 엄마 말을 안 들으면 하얀 천 조각을 가지고 절에 가서 앞뒤가 빨갛게 물들 때까지 기둥을 닦고 오라는 벌을 받아야 했던 절에 대한 희미한 기억, 그렇지만 지금도 힘들 때면 그때의 인연을 되새기고 재적(在籍) 사찰인 오대산 월정사 말사 대원사와 흥정산 보탑사를 찾는다고 한다.
“지금도 부처님 의존 많이 하고 있습니다. 베풀고 나눠주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 대표의 일상은 ‘남에게서 재물을 탐하지 않는 것이 우리 집 보배(以下貪爲寶)라는 말이 있듯 비록 사업에 큰 성공을 했다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그 자세가 아닐까 싶다.
보시(布施)는 댓가를 바라지 않는 베픎이다. 넘어진 사람 일으켜 세우고, 미소를 짓는 것도 보시, 그렇지만 좋은 상품(요리) 만들어 뭇 사람에게 기쁨과 이로움을 주는 것 또한 보시가 아닐까.
“죽을 고비 넘기고 실패 몇 번 하고 나니 조바심 내지 말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 대표의 불심은 살아오면서 터득한 보살행은 살아온 인생 그 자체에서 비롯됐다.
평생 화장 안 하는 여자 ’미가연 봉순이‘
‘장군’ ‘대장’이 별명이자 강원도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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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치도 모르고 화장이란 것도 모른다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오숙희 명인 |
밖에 나가면 남자로 보이는 사람, 마치 조폭(?)처럼 모자 삐뚜로 쓰고 8도 전국을 누비며 안 가는 곳이 없는 평생 화장을 안 해보았다는 사람...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오 대표를 보고 사람들은 ‘장군’이라고도 부르고 ‘대장’이라고도 불렀다. 여성인데도 여성과 연관된 별명이나 애칭은 없다. 그러나 ‘미가연’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 이제는 ‘미가연 봉순이’가 평창은 물론 전국적인 애칭으로 자연스럽게 굳혀졌다.
“사장님 너무 당당하십니다.”
죽을 고비 숱하게 넘나들며 고생 고생 끝에 성공을 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겨울이면 8천원 짜리 신발 신고 서울이랑 전국을 평소 입은 그대로 나가는 것은 과연 무슨 자신감이고 배짱일까.
오 명인은 세상에는 그냥 만들어지 것이 없다는 확신의 소유자다.
“초심을 잃지 말자.”
오 명인의 좌우명을 생각해 보았다. 훌륭한 사람이란 아이 때의 그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선물이 들어오면 미가연 식구들을 우선 챙기고 그다음에 가족 차지가 될 만큼 종업원을 위하는 배려가 남다르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제가 가는 길은 남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길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 대표의 미가연에 대한 열정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국수에 쇠고기 육회라는 메뉴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이를 맛본 사람들은 ‘강원도의 자랑’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EBS에서 방송된 <신계숙의 맛터사이클>에 출연하자 신 교수는 “내공을 뽑아낼 만큼 잘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신교수와 자매 같다는 반응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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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숙희 명인과 오누이로 지내고 있다는 한국만다라 작가 체율 김경호 명인 |
익교(翊敎)는 법명으로 체율 선생으로부터 받았다.
“메밀음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수하고 공부하게 해서 많은 사람에게 이롭게 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메뉴 개발은 끝이 없습니다. 대중성 없는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셰프 등으로 전환할 때 전통음식은 사라지고 퓨전화되다 보니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 대표는 다음 세대는 전통 반, 퓨전 반이 돼야 하고 대중성을 가지고 가야만 살아남는다고 강조하면서 오 대표가 내놓은 상품들은 명품이자 자타가 인정할뿐더러 그러나 내 자신이 더 인정하고 있다고 특유의 자부심을 잊지 않았다.
“메밀면은 100번 씹어야 제 맛이 납니다. 많이 씹으라고 하면 안 씹는 게 사람들이 습성이지만 100번 씹으라면 자연스럽게 많이 씹게 돼죠. 그렇게 씹어야만 ‘히뜩끼’는 맛이 납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별나게 사는 사람, 인간 오 대표는 해마다 4월17일 ‘봉순이 기념일’이 오면 500석 규모로 어르신 2000명을 협찬 없이 초청해 하루 종일 화합 한마당 잔치를 벌여왔다.
“처음처럼 초심을 잊지말자”
아마 먹방의 시대인 지금도 오 대표는 ‘미가연’ ‘메밀음식문화연구소’ ‘전국음식투어’ ‘방송 강연, 출연’ 등을 통해 메밀요리 세계화 방안을 찾느라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 같다.
평창/글 = 길주 전문위원
사진 = 이한규 주간
http://www.bulgyonews.co.kr/news/3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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