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추운 바람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초록 새싹이 움크리고 있다가 활짝 기재기를 폅니다. 새순이 나오는 차나무 잎파리에 저절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번집니다. 이제 얼마 후면 전국에서 남쪽으로 차인들이 온 산을 누비며 첫 수확을 하겠지요. 그저 그 생각만으로 흐뭇해집니다. 고디 고운 향기로 마시는 녹차의 기운이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립니다.
차나무는 참 신기한 나무입니다. 동백과에 속해있지만 그 형태는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겨울 초입 11월부터 볼 수 있는 꽃은 차나무가 유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무렵에 차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경의롭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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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공 스님 |
수행자들이 차를 좋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향기가 좋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맛이 좋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 나무 줄기에서 올라오는 새 순이 저를 감동시킵니다. 야들야들하고 싱그러운 새싹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집니다. 잠시 바라보고 있는 시간마져 잊고 말지요. 그리고 겨울에 피는 차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요즘 차 생산지가 충청도를 넘어 경상도, 일부는 경기도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눈발을 맞으며 피는 차꽃을 고운 자태로 꽃을 피워내고 맑은 향기를 뿜어 내겠지요. 겨울을 이겨내듯 소담하게 피는 차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해 집니다. 그 차꽃에 흐트러진 제 마음을 잠시 담아 녹여냅니다.
우리가 연꽃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요.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청결하고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며 맑은 향기를 선사하기때문에 불가에서는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꽃으로 여깁니다. 오염된 곳에서 자라지만 본래의 청정함을 잃지 않은 그 본질이 바로 우리가 지녀야 할 불성입니다. 어디에서 물들지 않고 백년 천년 변함없이 지녀나가야 할 수행승의 모범이라 할 수 있지요. 또 천년이 지나고 인연이 만나면 그 연꽃은 싹을 틔운다고 합니다.
우리가 불교 공부를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깨달음을 향해 가는 목적입니다. 미래세에 부처를 이루겠다는 서원이고, 극락세계에 왕생하리라는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이상적인 세계를 극락세계(極樂世界)라고 말합니다.
<아미타경>에 이르길 ‘극락세계는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정토세계로써 괴로움과 걱정이 없는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계’입니다. 사람들은 괴로움이 없고 걱정이 없기를 바라고 삽니다. 그것이 죽어서 가는 정토 세계일 수도 있지만, 우리들이 살면서 괴로움을 여의고 걱정이 없다면 그것이 극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누가 주는 것이 없는데 스스로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정히 하고 극락세계에 오를 수 있는 발원문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극락세계에 계시어 중생을 이끌어 주시는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옵고, 그 세계에 가서 나기를 염불행자 000는 발원 하옵나니 자비하신 원력으로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네 가지 은혜 끼친 이와 삼계 중생을 위하여 부처님의 위없는 도를 이룩하려는 정성으로 아미타불의 거룩하신 명호를 수지하여 극락세계에 가서 나기를 원하나이다.
업장은 두텁고 복과 지혜 부족하여 더러운 마음 물들기 쉽고 깨끗한 공덕 이루기 어렵기에 이제 부처님 앞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예배하고 참회하나이다.
저희들이 끝없는 옛적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몸과 입과 마음으로 한량없이 지은 죄와 맺은 원수, 모두 녹여버리옵고 이제부터 서원 세워 나쁜 짓 멀리하여 다시 짓지 아니하고 보살도 항상 닦아 정각을 이루어서 중생을 제도하려 하옵나이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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