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법어
불기 2566년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온 세상이 꽃비 오는 룸비니 동산처럼 화사한 날입니다. 내딛는 일곱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는 날입니다.
온 누리의 모든 생명이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며 찬탄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우리가 모두 본래 부처임을 선포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중생이 부처라고 선포하여 영원한 자유와 안락과 행복의 길을 찾아주셨기에 우리의 기쁨은 더욱 큽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부처님 탄신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생일입니다. 억압과 굴레에 갇혀있던 모든 중생이 부처님으로 태어나는 해방의 날입니다.
그러나 올해도 우리 곁에 오시는 부처님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부처님께서 해방과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셨지만 중생들의 어리석음과 무지한 탐욕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고통 속에 가둬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된 전쟁은 하루에도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있습니다.
불교국가인 미얀마는 군부독재의 억압 속에서 국민들의 고통스런 신음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지하철에선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기치 않은 산불피해로 인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고통은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난과 질병에서 신음하는 인류의 삶은 전쟁의 참화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비참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이러한 인류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선 부처님의 말씀대로 우리 인간들이 눈앞의 이익만 쫓는 욕심과 분별심을 버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질병과 전쟁은 인간의 탐욕이 낳은 비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동사섭(同事攝)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너와 나를 가르는 것은 대립과 분쟁을 부르게 됩니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탐심과 무지가 질병과 재난을 만듭니다.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고, 너와 내가 함께 어울리는 세상은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의 실천이 따를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동사섭의 정신을 실천할 때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웃음과 행복이 넘실대는 화해로운 세상이 건설됩니다. 그러므로 이웃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고 이웃의 즐거움이 나의 즐거움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이러한 동사섭의 정신으로 맞아야 하겠습니다.
우리 불자들이 자연과 더불어 하나로 어울리는 세상을 만들어 환희와 축복의 세계를 열어나간다면 부처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존경하는 불자님들과 화엄종도 여러분!
불기 2566년 사월 초파일,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우리 모두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위한 희망의 등, 코로나와 전쟁 종식을 염원하는 화엄의 등, 세상의 미래를 밝혀주는 광명의 등을 밝혀 진심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다함께 찬탄합시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6년 음력 사월 초파일
대한불교화엄종 화 응 합장 총무원장
http://www.bulgyonews.co.kr/news/36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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