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은 방역 책임자들의 영역이고 우리 시민들은 당국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인류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인류가 출현한 후부터 지금까지의 시대를 3개의 큰 카테고리로 엮어 그 하나하나를 ‘물결’로 표현하였고, 엘빈 토플러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반도체와 컴퓨터, 인터넷에 의해 전 세계의 축적된 지식이 광속으로 교환되는 사회인 제3의 물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즉, 엘빈 토플러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정을 구분하여 ‘물결’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작금의 바이러스에 의한 생활 양태의 근본적 변혁이 바로 그것이다.
즉, 코로나 시대의 도래와 그에 따른 인간 생활의 근본적 변화를 필자는 감히 제4의 물결이라고 칭하고자 함이다.
지난 호에서 필자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코로나 이전의 시대와 달라진 생활상에 대하여 일부 언급하였다.
참으로 우리는 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전제군주국가의 절대 권력자인 왕이나 근대에 이르러 공화정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전제군주와 다를바 없는 독재자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일상 생활의 억압과 규제를 우리는 군소리 없이 받아 들였다.
명절이 되어도 부모 자식, 형제들간에 만날 수가 없다.
집안에 감염자라도 한 명이 생기면 그야말로 그 집안은 초토화가 된다. 당연히 감염자는 가족과 떨어져 격리시설에 들어가야 하고, 감염자가 많아져 격리 수용의 한계를 초과하게 되자 그때 부터는 자가 격리라는 희한한 용업가 생겨 그 사람은 집안에 거주하기는 하되 가족간에 만나 대화는 물론이고 격리된 상태로 혼자서 식사를 해결해야 된다.
한 집안에 같이 살면서도 대면이 금지되기 때문에 대화는 휴대폰으로 하여야 한다.
밖에서도 4인 이상의 집합이 금지되기 때문에 종교활동이나 취미생활이 제한됨은 당연하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대포 한잔을 하거나 식사를 해야 되는 경우에도 소위 쪼개기 식사라는 편법을 사용하여 4인 단위로 식당에 들어가서 옆 테이블에 앉은 동료들을 마치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위장하여야 한다. 범법자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겨우 짜장면 한 그릇 사 먹으러 식당에 가야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식당 입구에서부터 검문을 받아야 한다. 체온을 재고, 예방 접종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최근에 외국을 다녀 온 사실이 있는지, 기침, 콧물이 나는지 등등... 내 개인의 신상을 모조리 털어 놓아야 겨우 한 그릇 밥을 얻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 갈 수도 없고, 교회도 문을 닫아 버렸다. 직장은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형태의 근무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천, 수만 명의 열띤 응원 속에 치루어져야 하는 축구, 야구등 운동 종목이 관중이 없는 썰렁한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치루고 있고 우리는 TV 화면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만 보아야 한다.
백화점을 다녀 왔는데, 교회에 갔다 왔는데, 식당에서 식사 한 번 하고 왔는데, 급한 볼일이 있어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을 다녀 왔는데 우연히도 동석한 사람 중에 코로나 환자가 한 사람이라도 나타나게 되면 빠르면 하루, 이틀, 늦어도 며칠 안에 낯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며칠 날, 어디를 다녀 온 사실이 있지요?” 꼼짝없이 잡혀가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동안 내가 접한 사람들 신상을 제출하여 그 사람들도 모조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나로 인해 검사를 받게 되는 사람들에게 나는 죄인이 된 것이고, 그 사람들은 일응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도 날아 오는 싸늘한 눈초리를 외면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사실로 나는 순식간에 죄인이 돼 버리고 만다.
식당이나 영화관,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일단 내 신상을 오픈 한 후에야 그것이 허용된다. 물론 방역 당국에서는 그렇게 수집된 개인 정보는 불순한 목적으로 쓰여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바보는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가 향유해 오던 천부인권(天賦人權)이나 헌법적 가치라고 주창하던 나의 내밀한 정보가 그대로 오픈되어 나의 오늘 하루 동선(動線)까지 까발려 지는 세상에서 무기력한 시민은 거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부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다.
코로나펜데믹은 우리의 일상 생활을 이렇게나 바꾸어 버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코로나 바리러스 팬데믹이 바꿀 세계의 질서(The coronavirus pandemic will forever alter the world order)’라는 사설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의 공동의 적으로서 향후 세계는 가정, 의료, 교육, 정치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바 있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더라도 언제든지 이러한 팬데믹 현상이 찾아들것이므로 이러한 변화에 재빨리 편승해서 적응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가볍게 접촉하다는 듯의 contact가 부정사 un이 합쳐져서 untact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우리는 untact 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함께 웃고 먹고 뒹굴면서 사랑을 익혀 가는 것이다.
마음만은 ontact해 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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