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계속되니 길가 무성하던 풀들도 시들어갑니다. 어느 절이든 주변에는 야채를 심어 둔 텃밭이 있을 겁니다. 이곳 남녘 우리 신해사에도 작은 텃밭이 있는데 이 작은 텃밭에서 소소한 먹거리들을 생산해 냅니다. 상추와 고추, 오이 등이 자라는 야채들을 보면서 저절로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푸른 싹이 움트는 것을 마음이 절로 갑니다. 그런데 요즘은 가물어 물주는 것이 큰일인데 그래도 관심을 주는 만큼 자라나는 야채들을 보면서 저절로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 기준으로 평소 6, 7월이면 장마대가 형성되어 장마비가 내려 물 걱정이 없는데, 이번 해에는 유독 가뭄이 너무 심한 것을 느낍니다. 시간이 내어 사찰 주변을 나선 산책길에 길가 풀들조차 잎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고 너무 심한 가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텃밭에 물을 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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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공 스님 |
식물이나 곡식들에게 물은 생명수와 같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면 어떤 식물이라도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 부족 국가의 아프리카와 한 방울의 청정한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파고 그 물을 정수해서 먹는 국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 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청정하고 맑은 물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라 해도 소중한 생명을 유지하는 큰 원인이 됩니다. 깨끗한 물을 마셨던 우리나라 역시 주변 오염으로 인해 요즘 물을 사 먹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20여년 전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처럼 우리 지구촌은 우리가 생각한 이상 많은 변화 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간직한 이 환경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는 농촌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농촌사회는 노령화된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수천 년 이어온 농촌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것이 유럽국가와 선진국가로 나아가는 발전의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아기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농촌사회의 희망이 있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그 우울한 변화 속에 고통스러워 합니다. 왜냐하면 도시의 중심이 된 도심지 역시 하루아침이면 널뛰듯 뛰어 오른 아파트 값과 집값이 우리의 삶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농촌이든 도시이든 삶의 구성원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느 지역에 살던지 고통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기에 더욱 우울해 집니다.
여러분들의 행복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행복의 기준도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행복을 누리는 조건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돈, 즉 재물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까요? 남들보다 더 넓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높은 관직을 오르면 행복할까요?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고 넓은 집을 소유하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돈이 없는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많은 돈을 가지면 잠시나마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돈이 많은 사람에게 행복만 있고 아주 작은 고민이나 고통이 없을까요? 어떤 사람들이든 고민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자면서 자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과연 고민이 없을까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생각이지요.
부처님은 삼독심에 빠져 살면 더욱 큰 고통이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재물을 많이 가질수록 그만큼의 곤란과 번뇌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자식이 있으면 자식으로 오는 고통, 재물이 많으면 재물로 오는 고통, 사랑하면 사랑으로 오는 고통, 소유하면 그 소유로 오는 고통이 언제나 마음을 번잡하게 움직인다고 하셨습니다. 어찌 보면 소유한다는 것은 행복을 열어가는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욕심을 키우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순수한 마음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탐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일러주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행복을 갈구하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보다는 둘을, 둘보다는 셋을, 셋보다는 열을, 열보다는 백을 갖기를 바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무한경쟁사회에서 교육을 받다 보니 남들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교육받고 더 잘살아야 하는 것을 살아왔습니다. 탐욕을 부추키는 교육이 최선의 방향이라 생각하고 이 경쟁에서 남을 이기기 위해 나쁜 수단을 사용하고 남의 것을 갖고 남의 생명을 빼앗는 불행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불행은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서 스스로 마음을 바꾸면서 행복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미래세에 부처가 된다는 마음으로 현재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참회하고 나와 이웃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이 주인공의 모습으로 인해 훗날 우리는 미래세에 수행자가 되고 보살이 되고 부처가 될 것입니다. 이 긍정적인 모습에 우리 삶을 녹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를 밝게 빛나게 하는 소금의 역할이며 보살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늘 마음에 녹이며 최선을 다해 나가도록 합시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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