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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2/08/19 11:58:34  이한규
김용수 칼럼
물 이야기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는 물 좋고 산이 좋아 전국의 산야 어디를 가더라도 목이 마르면 개천이나 계곡 할 것 없이 흐르는 물이 약수가 되어 그냥 엎어져서 마시거나 옆구리에 차고 다니던 조롱박으로 떠서 벌컥벌컥 마시면 그게 보약이 된다고 배워왔고, 실제 그렇게 살아 왔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과 거의 동의어(同義語)로 쓰이는 말이 물이 보약이다. 우리 나라 지천 어디에 가도 깔려 있는 것이 물이었고, 흥청망청 쓸수 있는 것이 물이었디. 그래서 ‘~를 물쓰듯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물이 흔한 것은 사실이다. 지표면의 70%가 물이고, 남극과 북극, 히말라야등 고산지방의 표면에 약 10%의 얼음과 눈이 쌓여 있으므로 지표면의 80%가 물이다.

우리몸을 구성하는 성분중에 수분(水分), 즉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구와 같이 70%이다.

아마도 신이 인간을 창조하면서 지구 표면의 물의 구성비를 인간 몸의 물의 구성비와 같게하는 신묘한 기술을 부렸음이 분명하다.

지구외에 가까운 행성이나 위성 어디를 봐도 대개는 암석이나 가스로 만들어져 있고 물이 존재하는 곳은 없다.

생명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하고, 우리가 사는 지구는 충분한 물이 있었기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고 우리 인류는 축복받은 종족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흔한 것이 물이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물을 물 쓰듯 하면서 살아왔다.

먼 길을 가다가 목이 마르면 지천으로 흐르는 하천을 찾아가서 물에 엎드려 그 물을 마시고, 또 가다가 목이 마르면 부근에 있는 우물에서 맑고 깨끗한 물 한 바가지를 퍼서 벌컥벌컥 마시면서 허 참, 물이 달다고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인사치레 한마디하고 가던 길 가는 우리네 조상들이었다.

그런 물을 두었고, 그런 물을 가진 우리는 최소한 먹는 물 하나는 걱정없이 살아 왔다.

우리가 어렸을 때 서양 사람들은 물을 사서 먹는다는 말을 듣고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물을 사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화제에 올리곤 했다.

그런데 그것이 불과 몇 십 년 전의 옛이야기가 되었고, 이제 우리도 생수를 사먹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유럽이나 동남아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그렇게 녹록지만 않은 것이 물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가 있다.

호텔의 욕조에 물을 받아 놓았다가 씻으려 하면 욕조 바닥에 허연 회가 가라앉은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청소를 게을리한 샤워 꼭지나 수도 꼭지 구석마다에 때가 끼듯 달라붙어 있는 하얀 회를 볼 수 있다.

샤워를 하면서 비누를 잔뜩 칠한 후에 물 한 바가지를 덮어쓰면 금새 비눗끼가 싹 달아나버리고, 머리를 감고 나도 푸석푸석한 것이 마치 더러운 물에 씻은 것 같이 개운해 지지 않는 느낌.

이것이 한국 등 복 받은 몇 몇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의 물 사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최소한 먹는 물만은 생수라고 불리는 물을 사서 먹고 있다.

행여 그렇지 않더라도 가정마다 정수기 하나 쯤은 갖추어 두고 그 정수기로 일차 걸른 물을 또 한 차례 끓이고 나서야 먹고, 마시는 타성에 젖어 버렸다. 그것은 정부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이라는 홍보가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수도 관련 시설의 노후화나 낙후로 인하여 수도꼭지에서 벌건 쇳물이 녹아 나오고, 가끔은 수돗물 속에 허용량이상의 대장균이나 각종 세균들이 득시글거린다는 보도를 보면 정부에서 말하는대로 안심하고 그냥 먹을 수돗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그런 인식 저변의 결과 생수를 사 먹거나 최소한 정수기라도 놔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기게 만든 것일 것이다.

 

정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부족국가라는 말을 하고 있다.

여름철마다 집중호우가 내리고 또 전국 어디를 가나 대규모 댐이나 관개시설들이 되어 있고, 더욱이 집집마다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맑고 깨끗한 물이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정부에서 말하는 물부족국가라는 말이 실감 있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유엔에서는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000이하인 국가를 물기근 국가로, 1,000~ 1,700인 국가는 물 부족국가로, 1,700이상인 국가는 물 풍요국가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1,200정도이지만 1인당 물소비 예상량이 이보다 높은 1,472정도이므로 물부족국가로 분류된 것이다.

더우기 유엔에서는 한국이 2025년이면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보고서까지 나오고 있으니 정부는 종합적인 정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각자가 물 부족 사태의 해결을 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가 물 부족국가라는 말이 실감 있게 와 닿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높은 상수도 보급률이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상수도 보급률은 99.1%로 서울 등 7대 도시는 99.9%, 기타 시역이 99.3% 정도이며, 나머지 농어촌을 그보다 약간 낮지만 전국 평균이 99.1%이다. 위 통계 자료가 지금부터 5년 전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므로 우리나라는 사실상 상수도 완전 보급국가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이렇게 높은 상수도 보급률의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있다.

언제든지 수도꼭지만 틀면 맑고 깨끗한 물이 펑펑 쏟아지니 정부가 국민들에게 아무리 물 부족국가라고 떠들어도 국민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김용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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