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명절 추석을 보내고 바라보던 들판은 이제 수확을 앞둔 시점인지 누렇게 수확
을 기다리던 이삭들이 제법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9월 초 전국을 강타했던 힌남노의 중심에 있었던 이곳 사천 신해사도 많은 우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습니다. 포항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지만, 20여년 전 태풍 매미와 비교해 그나마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가 적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9월 태풍 중의 하나가 난마돌의 예상 경로가 한국을 비켜 가길 바라며, 지난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의 이재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기도하고 마음을 쏱아 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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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공 스님 |
이 세상 종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불교인이든 기독교인이든 우리 자신이 믿는 종교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믿음에 금이 가면 자신의 종교에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종교이든 신행생활에 있어 가장 기본으로 믿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도 믿음을 제일로 꼽고 있으며 이를 강조합니다. 믿음의 공덕에 대해서는 <화엄경>의 현수품에서 가장 자세히 잘 설해져 있습니다.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다”라는 표현 외에 “믿음은 더러운 작용이 없기에 청정함을 가지고 교만을 없앤다. 따라서 믿음이야말로 공경의 근본이며 법장의 제일가는 재물이어서, 청정한 마음의 손이 되어 여러 덕행을 받아들인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또 “믿음은 보시가 되어 나타나서 마음에 인색함이 없게 하며, 믿음은 능히 기쁨을 낳아 부처님의 가르침에 들어가게 하며, 믿음은 능히 지혜의 공덕을 증장시키며, 믿음은 능히 여래지에 이르게 한다.”
이렇듯 믿음은 우리 불자들에게 있어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화엄경>에서는 믿음은 불도의 근원이며 공덕의 어머니라고 할 정도로 불자들에게 있어 가장 무거운 믿음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종교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 가족 역시 믿음을 바탕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혈연관계이지만, 그 관계 속에서도 부부와의 신뢰, 자식과의 믿음, 형제와의 믿음이 서로의 결속을 강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서로 믿고자 하는 마음이 바탕될 때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고 그 사람이 하는 일에 긍정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열반경>에서도 믿음에 대해 여러 가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선남자여,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즉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이다. 보살은 마땅히 알라. 믿는 자는 곧 선(善)이요. 믿지 않는 자는 선이라 할 수 없다. 착한 벗을 가까이 하면 신심(信心)을 얻는다. 이 신심은 보시와 그 과보를 믿음이며, 선과 그 과보를 믿음이다. 이것을 올바른 믿음이라 한다. 신심을 얻게 되면 깨끗한 계율을 닦고, 보시를 늘 즐기며, 지혜를 바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위 경전처럼 ‘믿음’은 믿는 사람과 믿지 않은 사람과 나누어집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우리 종교인들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내가 믿어 열심히 행하면 선(善)이 되지만, 이를 믿지 않고 행하지 않으면 그렇지 못한 가르침은 우리들의 생활을 다르게 변화시켜 놓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종교인이며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불자인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는 이들과 함께 공동의 선을 이루어 이 사회를 보다 큰 믿음의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바른 믿음을 가지면 이를 통해 올바른 선행을 하게 되고 이 선행이 더 큰 행복을 불러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악행을 행하는 이들은 선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만의 이익을 위해 남의 행복을 해치는 일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만 잘 살 수 있으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남을 해치고 남의 행복을 불행으로 바꾸어놓습니다. 이러면서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습니다.
확고한 믿음은 우리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특히 불자들은 진리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합니다. 이 확고한 마음이 정토 세계를 열고 만드는데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정토 세계에는 너와 내가 없습니다. 오직 행복한 가치만이 있는 세상입니다. 따라서 불자들은 어떤 역경이 닥칠지라도 물러섬 없는 용기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불자의 용기이며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긍정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진 역경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을 믿는 제자들은 마음을 더욱 공고해 끝내 모든 이들이 행복의 과실을 얻을 수 있도록 진실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온 법계에 연꽃 향기가 가득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있는 불자들이 더욱 성실한 믿음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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