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많은 일들을 만나게 겪게 됩니다. 그 많은 일들 가운데 쉽게 잊혀지는 일들이 있는가 하면 또 오랫동안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납자(衲子)로 살아가는 우리 출가승들은 가능하면 세속의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갑니다.
출가 수행자의 삶의 기준은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주신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기준이 부처님의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세속에 허덕이고 있는지가 그 기준점입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떠난 출가자의 삶 역시도 세속과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는 노승의 마음에 큰 충격을 준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아깝게 희생된 영가들의 극락왕생과 더불어 희생된 가족들의 마음의 상처가 빨리 회복되도록 우리 사회가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까운 생명들이 그렇게 어이없이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흡사 세월호 사건을 생각할 정도로 많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이태원의 현상을 지켜보면서 문제 해결을 해서 하루 속히 우리 사회가 이를 통해 건설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얼마 전, 몸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이곳저곳 아프다 보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 누구 못지않게 탄탄한 몸을 가진 저였기에 제 몸에 대해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 있어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몸을 70평생 가까이 사용하다 보니 당연하게 이곳저곳이 고장이 많이 납니다.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몸을 함부로 굴렸던 것이 그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건강을 장담하던 사람이 일찍 죽는다는 말이 제 모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즘 들어 제 몸에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났지만, 새로 몸을 바꾸어 수행하겠다는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소신공양 한다는 마음으로 손을 태웠던 것도 이번 수술을 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행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도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가 봅니다. 마음은 이팔 청춘인데, 몸은 그렇지 않게 고장이 나고 그 고장이 수술에 이르게 되는 것을 보면서 이 육신이 낡아가고 있습니다. 낡아가는 육신을 바로 보는 작은 지혜가 생겨 나게 된 것은 그마나 진리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음에 제 스스로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있습니다. 쉬고 있다고 해도 절 살림을 하면 쉬는 것이 아니지만, 수술로 허약해진 몸을 쉬는 것 역시 훗날을 위한 수행의 작은 활력이라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동진 출가해서, 젊은 시절 종단의 크고 작은 개혁에 동참하고, 그 인연으로 사천의 작은 사찰 운영을 하면 살아가는 이 삶의 과정도, 이 세상에 제가 해야할 인연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 동안의 우여곡절이 많은 저의 삶은 수행자의 모습으로 보면 그래도 무난했던 과정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행자의 모습을 견지하며 저는 더욱 제 자신을 바로 세워나가는 과정이 출가대장부의 모습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정진하게 됩니다. 또 이런 모습으로 불자들을 만나 작은 것이라도 부처님의 삶을 저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많은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찬란한 우리의 젊은 시절도 낡아갑니다. 이런 가르침이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인 <법구경>에 잘 나와 있습니다.
찬란한 임금의 수레는 닳아 없어지듯 육신도 또한 낡아 간다.
그러나 선한 이의 가르침은 들지 않나니 선한 이는 서로 진리를 전한다. <법구경>
사람의 몸뚱이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얼굴도 주름이 덮힌 노년의 얼굴이 되고, 탄탄한 근육도 자신도 모르게 쭈글쭈글하게 변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 역시 작아지고 점점 쇠해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칩니다. 젊은 시절의 생각만으로 노년의 세월의 두께에 한겹 한겹 주름살을 더합니다.
어느날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랍니다. 점점 잔병은 늘어가고 마음은 허무해지니 흐르는 세월이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그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늙어가고 있다는 것에 슬퍼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일이 아닙니다. 단지 늙어가는 만큼 부처님의 제자로 더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지혜가 늘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일입니다.
이제 늙은 이 육신을 바로 보면서 세상과 더불어 살았던 그 많은 흔적들을 통해 이 세상의 덧없음을 바로 보는 지혜를 더욱 쌓아가야 합니다. 한 줄기 바람에도 세상 이치가 다 들어 있는 지혜를 쌓아가시기 바랍니다.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마음 한편 쉬고 싶을 때 사천 신해사로 오세요. 정담이 담긴 차 한 잔 드려 여러분들의 삶의 여정에 행복의 갈피를 함께 만들어 보면 좋을 듯 하네요.
 |
| ▲무공 스님 |
http://www.bulgyonews.co.kr/news/37234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