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의 구조
일반적으로 만다라(曼茶羅)라고 하면 부처와 보살과 명왕들이 집단으로 그려진 그림을 연상한다. 그러나 형태상으로는 흙을 쌓아올린 단(壇)에 그 기원이 있다. 인도의 바라문교에서는 흙으로 단을 쌓고 그 단 위에 신상(神像)을 안치하거나 신상을 그려 신을 초청하여 공양하는 수법(修法)을 행하였다. 이것이 밀교에 수용되어 토단(土壇) 위에 부처와 보살과 명왕들을 모시는 것으로 발전되었다.
만다라를 토단(土壇)으로 조성하는 전통은 오늘날 티베트 불교에서 볼 수 있는데 호마(護摩)라든가 공양(供養)을 올리는 밀교의식을 행할 때 토단의 만다라를 축성하고 흰가루로 선을 긋고 채색(彩色)하여 의식을 진행한다.
의식이 끝나면 흙으로 쌓은 토단을 허물어 버린다. 어렵게 조성한 토단만다라를 없애 버리는 데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무상(無常)의 진리다.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의미다. 만다라를 멸하므로써 무상의 진리를 깨닫는다.
두 번째는 ‘해탈’의 진리다. 의식이 끝나면 만다라는 더 이상 필요가 없으므로 미련 없이 없애버린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있다는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메세지이다. 번뇌의 원인인 집착을 없애는 것은 곧 해탈을 의미한다.
흰가루로 선을 긋는 것은 청정한 도량의 결계(結界)를 뜻하고, 채색(彩色)은 장엄(莊嚴)을 의미한다. 이는 의식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엄으로써 공양을 올린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토단만다라의 전통과 구도(構圖)는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만다라의 도상(圖上)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만다라는 항상 중앙에 궁전(宮殿)과 성벽(城壁)과 성루(城樓), 성문(城門)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은 고대인도의 왕성(王城)을 모방한 것이다. 그래서 중앙의 대일여래가 계신 곳을 ‘금강법계궁(金剛法界宮)’이라 부른다.
이러한 형태가 4세기 무렵의 밀교 선구경전(先驅經典)의 하나인『금광명경(金光明經)』에 나타나는데, 동서남북으로 아축(阿閦), 보상(寶相), 무량수(無量壽), 미묘성(微妙聲)의 사불(四佛)이 등장하고 부처로부터 불법(佛法)의 수호를 부촉받은 사천왕(四天王)이 사방의 성문(城門)에 배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찰 입구에 사천왕이 모셔져 있는데, 이 문이 천왕문(天王門)이다.
또『반야이취백오십송주(般若理趣百五十頌注)』에 의하면, 만다라의 제존(諸尊)으로 왕궁에 거주하는 왕(王)과 왕후(王后), 대신(大臣), 왕녀(王女) 등을 배대하고 있으므로 왕성의 모방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만다라 상에서 수많은 불보살들이 하나같이 공통된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서원과 수행, 깨달음의 과정을 묘사한 것으로 공능(功能)과 내용에 따라 도상(圖上)에 횡으로 종으로 배열되어 전체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 즉 동일한 성격의 공능(功能)이 불(佛)에서 보살(菩薩)로, 보살에서 명왕(明王)으로, 명앙에서 천신(天神)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깨달음의 극치를 나타내는 본존불(本尊佛)을 중심으로 좌우, 상하의 균형을 이루면서 각각의 활동, 효능, 작용에 상응하여 모든 존상(尊像)들이 배열되어 있다. 전체와 개체가 유기적으로 작용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수레바퀴가 빈틈없이 돌아가듯….
만다라를 통해 얻는 교훈은 ‘모두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모두가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남을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하고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불보살이고 명왕이기 때문이다. 제불보살의 만다라가 당체법문(當體法門)을 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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