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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05/19 15:26:43  이한규
서동석 박사의 도리수행(3)
보편 도리의 핵심, 중정(中正)

세상은 한순간도 정지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과 인간의 변화 양상이 서로 다를 뿐이다. 인류사에서 변화의 이치를 서술한 경전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역경(易經)이다. 역(易)은 ‘해(日)’와 ‘달(月)’이 합쳐진 글자다. 일월과 지구의 순환은 상호작용하면서 자연의 식생과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경과 불경의 가르침은 본질에서 차이가 있지만, 현상에서는 그 이치가 비슷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역을 이해하면 불법을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역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변역(變易), 간역(簡易), 그리고 불역(不易)이다. 변역은 변화 자체로서 무상(無常)에 해당한다. 간역은 섭리의 변화 이치로서 무아(無我)의 수행 도리에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불역은 형용할 수 없는 진리의 본체인 중도실상(中道實相)이다.

 

물질의 변화에 관한 과학적 탐구는 서양과학에서 극도로 발전했다. 나노과학과 천문학이 발전할수록 변화의 극이 공(空)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불교는 마음의 영역 저 너머까지 공을 확대했다. “색은 공이고, 공은 색이며, 수상행식도 그러하다(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라고 하는 반야심경의 말씀 속에 변화의 실상이 다 드러나 있다.

불법과 역의 차이는 관점에 있다. 역이 현상에 집중한다면, 불법은 현상을 초월하는 소승과 더불어 우주의 모든 존재를 하나로 아우르는 대승의 양면을 포괄한다. 물론 역에도 수용과 초월의 도리가 있다. 단지 역의 중점은 현상 차원의 문명과 인간의 심사에 있다. 둘 다 끝없는 혁신을 통해 완성을 지향하는 점에서, 역의 도리와 무아의 수행 이치는 다르지 않다.

 

인간은 현실에서 진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현상과 본질은 ‘같지도 않고(不一)’ ‘다르지도 않은(不二)’ 모순 관계에 있다. 현상과 본질 양면에서 역설적 모순을 타파하는 도리는 중도(中道)다. 주역에서도 가장 중요한 말은 ‘중(中)’이고, 그다음은 ‘정(貞)’이다. 달리 표현하면, ‘중정(中正)’이다. 중정은 현상의 흐름 속에서 양극단에 매임이 없이, 모든 관계를 아우르는 바른 이치를 의미한다. 중정은 중도, 중용, 황금률 등으로 불리는 보편 도리의 핵심이다.

 

석가모니는 진리에 이르는 중정의 수행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팔정도(八正道)를 말씀했다. 정견(正見), 정사(正思),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그리고 정정(正定)이다. 팔정도의 내용을 한글로 쉽게 풀고 종교적 색채를 빼면, 모든 종교사상을 통섭하는 보편 도리가 될 수 있다. 존재의 현상과 본질을 관통하는 강력한 동력은 보편의식이다. 보편적 생명의식의 확장을 통해 인간은 AI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진리에 이르는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의 세상을 이룰 수 있다.

《AI 시대의 생존전략, 수행》의 보편 도리 함양(eastosuh@daum.net)


 


■서동석 박사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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