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7년 다시 '부처님오신날'을 맞는다. 바로 일체생명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깨달음을 보여주시기 위해 부처님께서 오신 날이다.
깨달음이란 인격의 존엄함을 구체화하는 일이요, 인간다운 인격을 실현하는 일이다. 곧 자기완성이며 자아실현이다. 그리고 구제란 인간을 근원적 속박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해방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께서 오신 이 날을 '인간존엄의 시대'를 연 위대한 날이라 믿는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또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성찰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또 불교가 이 시대에 그 구제적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오히려 이기적인 기복 신행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자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이 많이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깊어지고 빈부의 격차도 커지는 만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제는 불교가 이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 사회의 고통 받는 곳을 찾아 어루만지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베풀고 나누어야 한다. 우리 불자들은 동시대인으로서 이웃으로서 다른 이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원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 시대 우리 불자들이 갖추어야 할 진정한 정신적 자세이자 덕목이요,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제자로서의 사명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념은 결코 구호로서가 아니라 전 사부대중이 실천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종교에 보다 높은 도덕성과 보다 넓은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불교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종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생구제와 자비실천이라는 불교의 본래 면모를 회복해야 하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매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들을 초청해온 불교가 올해 이들을 배제한 것은 참으로 아쉽고 잘못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굳이 빈자의 등을 거론치 않더라도 그 어떤 정치권력자나 재벌이 올리는 헌화보다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의 꽃 한 송이 공양이 부처님오신날의 의미에 더 부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도 봉축사에서 “이 세상 고통은 사랑과 자비(慈悲)의 헌신(獻身) 없이는 줄어들지 않고 중생(衆生)의 고통을 제 몸에 담는 비원(悲願) 없이는 구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 우리가 밝힌 자비의 등불은 좌절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오만해진 사람들에게는 회심(回心)의 눈을 뜨고 자기를 낮추게 하는 하심(下心)의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했다.
오늘 모든 불자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등을 밝히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땅의 고통 받는 이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위해 등을 밝히고 우리 사회 전체의 평안과 행복을 위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등불을 밝혀 주기를 발원한다.
부처님 오신 날, 이제 우리는 부처님 출현, 그 본래의 참뜻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인간다운 인격의 실현과 인간은 존엄하다는 사실과 모든 인간은 상의상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이러한 진리의 가르침만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천명한다.
부처님오신날을 온 국민과 더불어 봉축하면서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그 위대한 진리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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