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부처님 바로세우기, 문화유산 복원 넘어 민족정신 일으키는 의미 담겨
이승기 씨, 천년을세우다 기금 1억원 전달... 각계인사 400여 명 동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취임 900일을 맞은 3월 15일,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앞에서 '국민화합 기원 108배 기도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는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과 중앙종무기관 스님들, 정관계 인사, 신도 등 400여 명이 참석해 마애부처님 바로세우기의 원력을 다졌다.
진우 스님은 "마애부처님을 바로 세우는 일은 단순한 문화유산 복원을 넘어 민족의 얼과 정신을 다시 일으키는 일"이라며 "머지않아 마애부처님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나라의 번영과 국운 융창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회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을 시작으로 헌화와 헌향, 108배와 다라니 기도, 선명상, 법문, 기금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직할사무처장 진허 스님의 죽비에 맞춰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중앙종무기관 스님들, 대불청 및 포교사단 관계자들이 108배를 올렸으며, 나머지 동참자들은 '다라니'를 독송하며 기도에 동참했다. 굵은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정진하는 모습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08배 후에는 '쉘패스 명상'이 이어졌다. 진우 스님은 법문에서 "선명상은 국민 행복을 위한 가교적 실천"이라며 "탐진치 삼독심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스리면 우리 사회가 정토로 나아가고 진정한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또한 "5000년 찬란한 역사를 이어오면서 수많은 도전과 위기를 극복해온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10대 강국으로 우뚝 서 있지만,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거칠게 숨을 고르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총무원장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생각한 것이 남산 마애부처님을 바로세우는 불사였다"고 밝혔다. 스님은 "취임 900일을 맞이하는 오늘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108배를 올리며 이 원력이 회향되길 간절히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회에는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등운 스님(고운사 주지), 직지사 주지 장명 스님, 동화사 주지 혜정 스님,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 등 교구본사 주지들과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성화 스님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 스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정원주 중앙신도회장, 이길수 대불청회장, 류완하 와이즈캠퍼스 총장, 주호영·김석기 국회의원, 이동협 경주시 의회의장,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등 각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등운 스님은 축사를 통해 "열암곡은 오랜 세월동안 수행자들의 땀과 정진이 서린 성지"라고 강조하며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것은 우리 불자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열망이며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장스님의 108배 공덕, 모든 사부대중의 공덕이 합해져 마애부처님이 빨리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의 지극한 정성이 국운융창, 국민화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은 "천년 고도 경주는 신라의 깊은 불교 전통과 수행 정신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며 "경주지역을 관장하는 불국사의 전 소임자들은 종단에서 추진 중인 과거천년을 돌아보고 미래 천년을 꿈꾸는 '천년을 세우다' 불사가 이곳 경주 남산에서 비롯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이 우뚝 서시는 그날 우리 모두의 마음에 환희심이 가득차며 평화가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법회에는 가수 이승기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승기 씨는 명경문화재단 이사장 주석 스님과 함께 천년을세우다 불사기금 1억원을 전달하며 "종교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국가유산을 다시 세운다는 취지와 진우 스님의 의지에 감동받아 동참하게 됐다"며 "멋지게 다시 일으켜서 많은 분들이 위안을 받고 우리나라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정원주 중앙신도회장은 발원문을 통해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일은 생명평화의 길을 열어가는 불사이자, 과거 천년을 세워 미래천년을 여는 것이며 통일 신라의 꿈과 비원을 실현하는 거룩한 불사"라며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 발원하오니 부처님의 밝은 지혜와 자비로 간절한 기도를 섭수해주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천년을 세우다' 불사는 단순히 쓰러진 불상을 바로 세우는 물리적 복원을 넘어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영적 복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진우 스님과 조계종은 이 불사를 통해 대립과 갈등으로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아우르고, 불교의 화쟁 정신으로 국민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큰 원력을 세우고 있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이 바로 선 그날, 한국불교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김영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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