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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5/05/08 16:43:30 최승천

수행자의 정원에서 보내는 위로와 응원

정원예찬

현진 지음

담앤북스

17,200원

현진 스님은 13년째 충북 청주 마야사에서 정원을 가꾸어 왔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정원을 가꾸면서 사계절 풍경 속 꽃의 법문을 기록한 『수행자와 정원』의 연작이다. 스님은 마야사 정원을 가꾸며 느낀 사유와 깨달음을 명료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전하고 있다. 산중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히 흙을 만지고 꽃나무를 키우는 차원이 아니다. 담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수도자의 수행이자 세상과 만나는 조용한 대화다.

스님은 흙을 고르고 풀을 뽑고 꽃을 키우는 소박한 행위 속에서 ‘비움’과 ‘머묾’, ‘만족’과 ‘순리’의 의미를 전하며, 자연이 들려주는 무설법문을 통해 우리에게 지혜로운 깨달음을 건넨다. 그 깨달음은 자족과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이다.

책은 반짝이는 사유의 조각들을 따라 4장으로 나뉜다. 1장은 ‘자연에서 배우는 삶’을 담았고, 2장에서는 ‘자족하는 기쁨’을 노래했다. 3장은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에 대해 서술했고, 4장에서는 수행자의 정원에서 피어난 ‘사유의 조각들’을 따뜻하게 풀어냈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정원생활의 고요와 기쁨이다. “지금의 기쁨을 말하라면 정원 뜰과 마주하는 것”이라는 그는 봄기운에 기대어 외등이 켜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하고, 빗소리를 감상하며 조촐한 시간을 보내는 게 독거(獨居)의 즐거움이며, 해가 기운 뒤 산그늘 아래에서 풀을 솎아내고 있으면 마음이 한적하고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현진 스님은 간결한 문체를 즐긴다. 그 속에 재기 번득이는 지혜가 엿보이고, 담백한 농담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책 중에 가장 좋은 책은 산책”이라거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은 ‘잠시 멈춤’”이라는 문장이 있다. 또 “요즘은 돌아서면 풀이에요.” “그럼 돌아서지 마세요.”라는 대화가 있는가 하면, “그래서 농담 삼아 ‘초(草)집중’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잔디에 앉아 풀 뽑아내는 일만큼 집중력 높이는 수업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라는 표현들도 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는데 현진 스님의 글은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문장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