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령이자 시작인 목련이 봉우리가 터져 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남녘에는 벌써 매화가 보름 전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고, 황홀한 그 내음에 봄을 맞이합니다.
몇일 전, 부처님의 열반절이 있었습니다. 요즘 부처님의 4대 주요 명절을 잘 기념하지 않고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부처님의 열반을 중심으로 함께 기념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음력으로 2월 15일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비롯 부처님 성도하신 날, 출가하신 날과 더불어 이날은 불교의 사대 명절 중에 하나로서 매우 뜻깊게 여기는 날입니다.
불교사에서 부처님의 열반은 역사적으로 시간의 마지막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고통의 시간인 윤회가 끝나는 최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 중에서 최후를 열반으로 성화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불기2567년 가운데 불기(佛紀)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을 기준으로 할 정도로 불자들에게 있어 부처님의 열반절은 다른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불교는 부처님의 육신의 죽음으로 모든 역사가 종말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이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에서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질적 전환에서 열반의 의의는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불자들은 더욱 큰 자긍심을 갖고 불교에 대한 자긍심을 더욱 가져야 합니다.
열반(涅槃)이란 산스크리트어의 닐바나를 한문으로 번역한 말로서 탐·진·치(貪瞋痴) 이 세 가지를 완전히 제거하여 멸진한 상태를 뜻합니다. 부처님의 최후여행을 묘사한 <열반경>에는 열반을 행하는 그의 걸음이 너무나 고귀하고 거룩함을 사실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는 제자들을 향하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슬퍼하지도 말고, 서러워하지도 말라! 이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 미워하는 사람이나 한번 만난 자는 반드시 이별하는 것이라고 내가 일찍 이 가르치지 않았느냐.”며 조용히 타 이르기까지 하시었습니다.
이 가르침이 생자필멸 회자정리라는 큰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즉 태어난 자는 누구나 반드시 죽고,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지는 법이라는 가르침은, 불자라면 누구가 공감하는 가르침이며 따르고자 하는 진실된 부처님의 여정인 것입니다.
인도 초기교단의 불제자들은 부처님이 열반하시자, 부처님과 인연된 자리마다 거룩한 불탑(佛塔)을 세웠습니다. 부처님의 거룩한 여정은 그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우리 중생들에게 전해졌던 것입니다. 특히 부처님의 죽음은 육도 윤회의 끝나던 의미로 더욱 불제자들이 이를 본받아 더욱 정진했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중생을 위해 평생 걸어오셨던 그 여정은 영원한 적정의 길이고 동시에 평화의 길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고요하고 적정을 되찾을 때, 불교의 여정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불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한결같이 행해야 할 평화의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중생들의 근기는 모두가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근기에 맞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중생들은 깨달음의 길로 나가지 못하고 허송 세월을 보냅니다. 그 연유는 말만 앞서고 실천은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엄경>에 이릅니다.
“듣기만 하는 것으로는 진리를 알 수 없다. 이것이 구도의 진실한 모습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기만 하고 먹지 않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듯이, 듣기만 하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그와 같다.
가난한 사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남의 돈을 세어도 자기는 반푼도 차지할 수 없듯이, 듣기만 하는 사람들도 그와 같다. 장님이 그림을 그려 남들에게 보일지라도 자기 자신은 볼 수 없듯이, 듣기만 하는 사람들도 그와 같다.
중생들 중에는 빨리 해탈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탈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만약 어리석음을 없애 해탈하려고 한다면 오로지 굳은 결심으로 용맹스럽게 정진해야 한다. 젖은 나무에는 약한 불이 꺼지고 말듯이, 게으른 사람도 그와 같다. 눈을 감고서는 보름 달빛도 볼 수 없듯이, 게으른 사람이 진리를 찾는 것도 그와 같다."
강물이 한번 흐르면 다시 되돌아 가지 않듯, 우리 인생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백천만겁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 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났거늘 어찌 게으름만 피워 육도 윤회의 길을 다시 걸으려 합니까? 부처님의 열반절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 날 수 있는 인연의 자리를 만들어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더욱 정진하여 참된 진리를 찾아 필경 성불합시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http://www.bulgyonews.co.kr/news/37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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