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의 큰 봉우리가 되거라”
‘영봉(靈峯)’은 경우 큰 스님이 주신 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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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우 큰 스님의 ‘통 큰 유지’를 받들어 새로운 사찰 CEO 개념을 통해 아름답게 마무리하겠다는 영산정사 주지 영봉 법웅 스님 |
밀양 무안면 가례로 영산정사 창건주 경우 큰 스님과 스님의 마지막 상좌가 된 법호 영봉, 법명 법웅 주지 스님(속명 鄭誠逸)과의 15년 전 얽힌 이야기.
어느 날 경우 큰 스님은 영봉 스님을 부르셨다. 그리고 3일 동안 말씀 없이 쳐다만 보셨다. 3일째 되던 날 “부모가 공들여 키운 놈 같은데 니 와 중됐노?”라며 “니 오늘부터 내 새끼하자”라고 말씀 했다. 그 자리서 3배를 올리자 큰 스님은 “내 간다. 영산정사를 잘 지켜라.”는 한 마디 말씀을 남기고 훌쩍 떠나셨다.
법호 영봉(靈峯)도 “영축산 봉우리가 되라”는 깊은 뜻으로 주셨다고 한다. 큰 스님과 불교와 영산정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기골이 장대하고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시며 위풍당당한 모습에 신비로운 매력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나도 크면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부산 당감동 선암사 인근서 태어난 영봉 법웅 스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와 고모 따라 대각사 마당에서 기골이 장대한 큰 스님을 처음 만났다. 당시 부산서 꽤 잘 사는 집안 환경임에도 경우 큰 스님을 보고 육사 아니면 마도로스의 꿈을 접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선남자 선여인(善男子 善女人)’으로서 불교에 귀의하고 오로지 저 어른처럼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세월이 흘러 영산정사 주지가 될 줄 누가 예상했을까. 그때가 꽃처럼 아름다운 화양년화(和樣年華) 호연지기의 시절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큰 스님으로부터 부름을 받고 마지막 법상좌가 되어 영산정사 주지로 부임하게 된 이야기는 짧지만 큰 스님의 통 큰 혜안을 엿보게 하는 일화다.
경우 큰 스님은 어릴 적 부친께서 독립운동으로 집안일을 돌볼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마을에서는 별난 인물로 유명했다. 한편으로 동네 어른들은 시골에 있어서 안 될 사람이고 장래 엄청나게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인가 창녕 법화사로 출가하고 얼마 안 된 27세 되던 해에 이미 표충사 주지로 부임했다. 그 후 큰 스님과 관련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황금 빛 찬란한 세계 최대 와불
큰 스님 어머니 영산화보살 기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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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웅 스님은 15년은 이곳 영산정사를 위해 불사를 하고 내생의 25살에 이곳으로 다시 와서 편안하게 살겠다고 했다 |
평년보다 2주 이상 빨리 왔다는 올해 꽃소식, 그래도 억겁 세월 오고 가도 변함없는 것은 향류백리(香流百里)의 섭리다. 향기롭고 눈부신 4월 신록을 굽이굽이 돌아 사명대사 기념관을 지나면 영축산 아래 흰 코끼리 한 쌍, 그 사이로 황금빛 찬란한 세계 최대 황금 와불이 한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장관이다. 석가모니 어머니 마야부인이 태몽으로 6개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들어오는 꿈 이야기를 상상하면 황금 와불과 코끼리를 통해 경우 큰 스님이 모친 영산화보살을 기리는 풍경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효심을 읽을 수가 있었다.
천지 사방 영산정사(靈山精舍)은 온통 만정화향(滿庭花香)의 분위기. ‘개화성(開花聲)’이라 해서 신비의 꽃 피는 소리를 느꼈다는 선현들의 얘기를 절로 떠오르게 하는 한낮 풍경은 굳이 말이 필요 없는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두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 곧 불국토라 했지만 초록 물결 위에 염화미소로 누워 계신 부처님을 만나니 ‘나를 편안하게 하는 절’ 여기가 진정 불국정토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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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 법당에는 5 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
영봉 법웅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몇 년 사이 영상정사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오늘도 부처님오신날(5월27일)을 앞두고 사찰 경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심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런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경내 분위기를 보니 정극인의 <상춘곡> 한 구절이 떠오르고 상상컨대 해가 거듭날수록 영취산 봉우리마다 꽃향기가 가득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부처님께 바치는 여섯 가지 공물 중 꽃 공양을 빼놓을 수 없듯 주지 영봉 법웅 스님은 ‘꽃 공양’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불사라면 40년은 내다봐야 합니다. 15년은 이 절에 머물면서 불사를 하고 내생의 25살에 영산정사에 다시 와서 편안하게 살 수 있게 조성하겠습니다. 이것이 경우 큰 스님과 호방한 김성곤 재단이사장님이 제게 맡긴 역할이기도 하죠.”
밀양 무안면 가례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대각문화원 밀양 영산정사는 효행공덕도량으로 ‘밀양 5대 사찰’ ‘밀양 신 3대 사찰’로 꼽히고 있다. 2022년 7월 준공된 좌대 길이 120m, 와불길이 82m, 높이 21m 세계 최대 황금 와불은 오는 10월 점안식을 갖게 된다.
“한국에 가면 이곳보다 더 어마어마한 황금 와불이 경남 밀양에 있습니다.”
지난해 8월 JTBC ‘톡파원 25시’에서 "NEW 출장 톡파원" <이찬원 태국 가다> 태국편서 현지 리포터가 밀양 영산정사 누워계신 부처님을 왓포사원 와불과 비교하는 영상을 내보내자 밀양 황금와불은 금새 입소문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10월 점안식을 앞두고 황금와불 1030평 기단에 연꽃 벽화가 그려지고 3년 안에 기단 앞 광장은 포토죤, 박물관, 어린이를 위한 퀴즈카페, 북카페가 만들어집니다. 국내외 최대 규모의 700평 법당도 세워질 예정입니다.”
한 방울의 오염도 머물지 않는 수만 송이 연꽃 위에 누워계신 금빛 찬란한 부처님을 상상해 보자. 700평 법당을 생각해 보자. 가히 부처님의 가필과 경우 큰 스님의 불국정토라는 미래를 내다본 위대한 결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우 큰 스님의 ‘통 큰 유지’는 주지 스님의 새로운 사찰 CEO 개념을 통해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통 큰 큰 스님이 툭툭 던져놓은 것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주지로서 최고이고 적재적소라는 평가는 물론 모든 일에서 ‘해결사(?)’가 되어 최선을 다 할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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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층 건물의 성보박물관은 10만 패엽경과 100만과의 부처님 진신사리로 기네스에 등재됐다 |
2023년 밀양 방문의 해와 부처님오신날, 산사음악회, 황금와불 점안식 등을 앞둔 몇 년 사이 불교성지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서 영취산 자락에 또 다른 세계가 자리 잡을 거라 생각하니 갖가지 그림들이 상상된다.
경우 큰스님은 1996년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와 군사들이 훈련하던 ‘절골(불당골)’로 불리던 ‘삼적사’ 자리에 영산정사를 창건했다. 절 이름도 영산회상의 영산, 최초의 사원인 기원정사의 정사를 아우러지었다.
성보박물관을 조성해 40여년간 큰 스님이 수집한 부처님진신사리를 비롯해 10만 패업경 등 문화재급 유물들을 봉안했다.
이곳에 오면 최고, 최대, 국보급 수준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질 정도의 유물들이 즐비하다.
대웅전 후불탱화는 만공스님 작품으로 국보급 수준, 6지장(지옥 · 아귀 · 축생 · 수라 · 인간 · 천상)을 모신 지장전은 대한민국 최고이자 추전 선생에게 사사 받았다는 큰 스님의 유일한 현판 글씨가 걸려있다. 7층 건물로 지어진 성보박물관에는 경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약사여래좌상, 기네스북에 등재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고, 27톤 규모의 범종은 세계 최대로 꼽힌다.
올 10월 세워지는 30평 크기의 삼성각, 5년 안에 700평 크기로 조성되는 법당 등이 준공되면 이 또한 국내외 최대다.
통 큰 큰 스님 유지 받드는 통 큰 마지막 상좌
“충효예(忠孝禮) 지키는 것이 도리이자 곧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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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영산정사 와불은 길이 약 120m, 높이 21m인 세계 최대의 와불로 오는 10월 점안식을 갖는다 |
스님의 중요 일과 중 하나는 88세 되신 어머니께 문안 전화 올리는 일이다. 아침 6~7시 사이로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지극한 효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고 우리 스님!”
전화 드리면 간단명료한 어머니의 답변을 듣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스님이 머물고 있는 절을 한 번도 찾으신 적도 없다. 어머니가 절에 오면 다른 스님들이 얼마나 불편해할까 염려해서다. 자식이 스님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시지만 어머니로서 예의를 지키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스님이 큰 스님의 법상좌가 소식을 듣고 부모와 친척들은 전생의 인연이라며 크게 반겼고 초등학생 소년을 대각사로 인도했던 고모는 대각사 신중탱화(神衆幁畵) 점안식에서 조카를 만나자 손잡고 눈물까지 흘렸다.
효는 마땅히 지켜야 할 인륜의 덕목이다.
“충효예(忠孝禮)를 지키는 것 이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더구나 영산정사는 효행공덕도량입니다.”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 衆善奉行 自靜其意 是諸佛敎)’
<악은 아무리 작더라도 짓지 말고 선은 아무리 작아도 받들어 행하여야 하며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함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영산정사를 찾은 날 스님의 좌우명에서 한결같이 신심으로 기도 정진하는 참 불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울 앞에 서면 내 얼굴이 보이고
부처 앞에 서면 내 마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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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행공덕도량으로 ‘밀양 5대 사찰’ ‘밀양 신 3대 사찰’로 꼽히고 있는 영산정사 |
육바라밀 첫째 덕목은 자비의 마음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베푸는 것이다.
스님은 무안면 일대 아동들을 위한 후원금 기탁, 미혼모가정 결식돕기, 자녀 취업 등을 통해 부처님 뜻을 펴는 가운데 부산공고 동창회장직까지 맡고 있다.
스님이 주변으로부터 듣는 얘기 하나.
‘돈 안 되는 것은 안 하는 게 요즘 풍토지만 돈 안 되는 것만 찾아서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영봉 법웅 스님’이라는 이야기다.
마음은 팔 수도, 또 살 수도 없는 것이지만 줄 수 있는 보물이라고 했다.
군 법문 등을 가면 일상 사람 사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압도하고 통닭, 피자, 커피 등 먹거리를 준비해 전달하는 것이 스님의 일상이다.
“중산초등학교 총동창회 450명 관중 앞에서 가수 박우철이 부른 <우연히 정들었네>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신명이 많아 노래를 잘 부르는 스님은 2023년 부처님오신날 산사음악회에서도 음성공양을 선보일 계획이다.
스님이 태어나고 자란 집 근처 선암사는 2대 독자였던 부친을 상좌로 삼으려 했다니 단연 불교 집안이다.
“너는 중 팔자이니 절에 가서 행자나 해라. 구포 구룡사 가서 머리 깎고 선방으로 가거라.”
“대학시절 지도교수이자 해인사 문중인 효산(驍山)스님은 일찍이 ‘중 될 팔자’라며 어느 날 ‘법웅(法雄)’이라는 법명을 주셨습니다. 그 후 부산 ‘효산선원’서 10년 동안 시봉한 인연이 됐고 부산을 비롯해 서울 대구 울산 마산 등지에 ‘도심 속의 포교원’을 직접 운영했습니다.”
영봉 법웅 스님은 한때 부산 부전동에 3존불을 모시고 ‘도심속의 포교원’이라는 법당을 세웠다. 사업까지 벌여 경제적인 여유가 있던 시기였다.
해직교사였던 현담선생으로부터 문구암 스님 범패를 하루에 다섯 시간도 안 자고 배우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 염불 배우기 2주, 당대 염불스님으로 이름 높았던 범진, 월연 스님 앞에서 49제 중 4제에 참석 해 원칙대로 지극정성 염불을 마치자 참석자들 모두 놀랐다. 그 당시 염불소리에 반해 신도들이 먼 길 마다 않고 스님을 지금까지 찾아온다니 사람의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그 인연 또한 깊고 또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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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사찰양식인 대웅전은 100평 규모로 법당에는 5 존불을 봉안했다 |
“나무(귀의합니다) 두 자리 소리를 터득하는데 2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염불에 대한 바람이 이뤄지는 순간 그 희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스님은 만남의 자리에서 염불삼매를 터득한 소리를 직접 시연해 줬다. 순간 이것이 바로 구성지고 우렁찬 염불소리 부처님의 참소리라는 느낌이 왔다. 그러하니 십년 넘은 신자들이 변치않고 기도에 열심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
양산 배내골서 나 홀로 철야기도 할 때 이야기 하나.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는 모기가 물어뜯어 견디기 힘들었다. 때로는 뱀이 무릎 위에 똬리를 틀었다.
“죽어도 행복이고 죽어도 미련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식음 전폐하고 일주일 앉아있었더니 어느 순간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이어 깨달음이 왔습니다.”
“거울 앞에 서면 내 얼굴이 보이고 부처님 앞에 서면 내 마음이 보입니다.”
주지로서 스님의 일념은 일찍이 공자가 말씀한 ‘선행기언 이후종지(先行其言 而後從之)’, 즉 말에 앞서 실제로 행하고 그런 후 결과에 따라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염화(拈華)미소 부처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영축산 아래 누워계신 황금빛 와불 모습이 그야말로 멋지고 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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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 앞에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세계최대 와불이 선명하다 |
밀양의 대표적인 도량 영산정사가 대한민국 사찰을 망라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영산정사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색, 특별, 독특, 신기, 편안, 최대, 평화, 자비, 영험, 신비, 볼거리, 온화, 소박, 보물 등 여러 표현으로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사명대사와 의병들의 충의정신이 깃든 영산정사, 먼 날을 내다본 경우 큰 스님의 통큰 뜻을 마지막 법상좌 영봉 법웅 주지 스님의 수본진심(守本眞心)의 마음을 통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신개념의 사찰 CEO로서 도량 만들기에 정진하는 모습이 사뭇 기대된다.
밀양 = 글 / 길주 전문위원
사진 / 이한규 주간
http://www.bulgyonews.co.kr/news/37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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