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이차를 만들면서 느끼게 된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먼저 지역에 따른 고수차의 품질과 가격 차이입니다. 올해도 그렇지만 라오반장 빙다오를 비롯한 유명 지역의 고수차 가격은 변함없이 올랐습니다. 근년에 중국 경기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고수차 산지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약간 오른 정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유명 지역은 현재도 턱없이 비싼데 해가 갈수록 점점 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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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제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하에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공급자들의 치열한 경쟁과는 별개로 고차수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맛으로 있습니다. 이십여 년 茶業을 하고 있지만 보이차에 있어서는 햇차 노차 가릴 것 없이 수요와 공급이 다소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좋은 차는 좋은 차의 특징이 있고 그렇지 못한 차는 또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차가 어떤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라오반장은 주변의 신반장, 반펀, 허카이, 라오만어 등의 지역과 연이어져 있습니다. 빙다오도 마찬가지지만 하나의 섬처럼 외따로 자리한 지역이 아닙니다. 라오반장 차가 좋다고 하지만 주변의 차산에도 비슷한 품종 비슷한 수령의 고차수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토양과 해발 등의 환경도 기본적으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과 블라인드 테스트 등 정밀 시음을 해보았지만 주변 지역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몇배 심지어 몇십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러다 보니 유명 지역 근처에 있는 차들이 값비싼 지역의 차로 둔갑되어 판매되는 현상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멍하이 쪽 차산을 예로 들면 라오만어, 신반장 차는 쓴맛이 좋고, 반펀은 향이 좋고, 허카이, 파샤는 떫은맛이 좋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리고 라오반장은 이 모든 맛을 다 충족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솔직히 허카이에도 라오반장 차보다 맛있는 차가 있고 라오반장에 맛없는 차도 많습니다.
이렇게 인정하고 보면 주변의 다른 지역 원료로도 얼마든지 라오반장, 빙다오 못지않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을 누구나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차들로 명산의 이름을 붙여서 수익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양심의 문제가 있겠지요. 그러나 중국의? 일부 차상들은 양심의 문제보다는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것만 우선시하고 나아가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주변의 가게에서 만원짜리를 백만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자랑삼아 떠드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사기꾼 소리를 듣겠지만 이곳에선 오히려 엄지를 들어주고 대단하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최근에 고수차 열풍이 불면서 일부 유명지역에 예전에 없던 고차수가 하루아침에 새로 생기는 현상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 모차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근처에서 비슷한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지요. 수백년 된 고차수를 어떻게 옮겨 심느냐고 하지만 윈난은 토양이 비옥하고 차나무를 관리하는 기술도 발달되어 있어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과연 100% 그 지역 원료로 유명 차를 생산하는 차상이 얼마나 될까요? 설사 라오반장 원료 100%를 사용하더라도 좋은 원료를 선택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불신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몇몇 인연 있는 차농집에서 매년 품평을 하고 조금씩 가져오고 있습니다만 생산량이 많아지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저는 차맛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품종과 토양 그리고 그 차가 생산되는 지역의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단주차를 생산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지역 바로 옆의 차나무도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경험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라오반장은 하니족 마을입니다. 현재 라오반장 차로 가장 많이 둔갑되고 있는 근처의 신반장 그리고 파사, 광비에(廣別) 등도 하니족 마을입니다. 유추하자면 같은 민족들이 근처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씨앗을 받아서 심거나 어린 묘목을 옮겨 심는 형태로 전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연고로 소수민족들이 씨족 마을 형태로 모여사는 산골의 마을의 고차수 차밭은 애초에 비슷한 품종이 식재되었고 수백년의 세월 속에 변이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차수라고 하면 수령 300년 전후의 차나무를 말합니다. 고차수는 윈난성 일대의 여러 지역에 자생하고 있고 지역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한 지역 특정 마을의 차만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부작용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맛이라는 기준에서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이름에 현혹되어 무조건 명성만 좇아갈 것이 아니라 산지의 이름을 떠나 좋은 차를 선택하고 즐길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석가명차 오운산에서는 지역을 떠나 매년 그해에 생산되는 고수차들의 품질을 평가하고 가성비 높은 원료들을 선정하고 병배 하여 진-선-미 시리즈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진과 선은 고수차 원료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가격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100 그램 소병으로도 출시합니다. 저희처럼 작은 회사가 거대한 자본으로 움직이는 중국의 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맛을 보아야 품질을 알 수 있겠기에 소병으로도 출시하고 나아가 진정 차를 좋아하는 차인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최해철 거사는
1965 경남 양산 출생
울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6 전통찻집 ‘가시리잇고’ 창업
2001 ‘석남사가는길’ 창업
2005 중국 진출을 위해 ‘석가명차’ 로 상호변경
2009 진승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해만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진미호 한국총판 역임
2012 하관차창 한국총판(現)
2014 중국운남성 ‘오운산차업유한공사’ 설립
(現,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
2015 ‘오운산’ 브랜드 런칭
http://www.bulgyonews.co.kr/news/3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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