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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최대 64폭 반야심경전을 준비하고 있는 대동방서예술문화관 관장 리홍재 화백 |
‘붓이 펼치는 반야심경 270字’
지고지순 부처님이 시키신 것 실천했을 뿐
“과연‘국필(國筆)’이다. 언젠가는‘우주필(宇宙筆)’소리도 들을 인물이다.”
서예가 율산(栗山) 리홍재(李洪宰)를 아는 사람들은 지난해 보신각서 펼친 퍼포먼스를 보고 이렇게 평했다. 물론 국필이라는 칭호나 평가는 세월 흐름 속에 더 지켜볼 일이지만 신운(神韻)으로 살아온 66년 인생 한 길과 호방 호쾌한 서풍을 펼쳐온 율산의 글씨가 경상도 말로 왜 “어브하네”(괜찮게 하네)로 통하는가를 이해할 것 같다.
“부처님이 미친 짓 하라고 시킨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미치려면 미쳐라’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은 이 말은 어쩌면 율산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신운이 들면 내 몸과 붓은 때로는 미치고 환장(?)하고 어느 지경에는 ‘서예 올가즘’에 빠져듭니다. 당연히 그 가운데서 수많은 작품과 새 생명들이 태어났고 앞으로도 태어날 겁니다.”
몇 년 전 세계 최대로 알려진 64폭 반야심경 270자(본문 260 글자, 제목 10 글자)가 고고(呱呱)의 성을 울린 것도 어느 날 밤 갑자기 붓을 잡고 싶은 충동에서 찰나에 이뤄졌다. 지고(至高)하고 지순(至純)한 항상 깨어있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라는 분부에 율산은 부처의 생각과 부름을 실천하는 불자가 됐다.
중생의 성불을 비는 기원, 절을 찾지 않아도 세상 풍파에 얽매이지 않는 보살행, 그의 수많은 작품 속에는 율산만이 가지고 있는 ‘참 불자’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8월3일,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기념 율산 리홍재 美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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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 64cm, 높이 240cm의 64폭 반야심경 병풍은 세계최대로 길이가 무려 40m이다 |
며칠 전 함께 전시되는 5.149자 금강경 쓰기까지 마친 율산은 오는 8월 3일 불교의 성지이자 예술의(서예)의 명승지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대동방서예술문화관 개관전’이라는 필생의 큰일을 앞두고 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대동방서예술문화관大東邦書藝術文化館(관장 율산)에서 열리는 개관전은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 ‘서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것이 율산의 생각이다. 2개월 동안 열리는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전통 한지(220X70)인 죽지(竹紙)에 쓰여진 폭 64cm, 높이 240cm의 세계최대 반야심경이 다시한번 선보인다는 사실이다 .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면 중생 앞에 설 수 없는 작품일 겁니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반야심경 앞에서 ‘서예가 불교이고 불교가 곧 서예’라고 부처님과의 인연을 확인시켜준 율산에게서는 넉넉하고 홀가분한 즐거운 한 마디 속에 부처님과 서예, 서예와 음양의 원리가 쏟아져 내렸다.
또 하나 이번 전시는 반야심경과 함께 수백점의 작품들 속에서 수만 점의 불자(佛)와 만자(萬, 卍)와 만날 수가 있다.
붓털 만호萬毫를 통해 필가묵무筆歌墨舞, 신명으로 쓰여진 세상 최대 반야심경 270 글자가 부처님 세계를 열고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한글, 캘리그라픽, 현대서 등 다양한 서체와 율산이 만든 ‘타묵打墨’기법과 예술의 만남, 미친 듯 펼치는 퍼포먼스를 접할 수 있고 부처님의 가피, 부처님 바다(佛海)가 펼쳐진다.
‘어머니 불심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작품마다 불해(佛海)와 수행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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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폭 반야심경 병풍에 점안식을 하고 있는 스님 |
율산은 1957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대구서 붓을 잡은 47년 동안 많은 흔적과 화제를 남겼다.
“유발有髮이라도 법명을 받으라.”
20년 전 태종대에 계신 한 스님은 신심이 깊은 율산에게 ‘무제당 적조無提堂 寂照’라는 법명을 내렸다.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수행의 길을 가는 모습을 유심히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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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방서예술문화중심 道心名山藏에서의 리홍재 화백 |
“어머니의 정성 어린 불공 덕분에 내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생 3대가 스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 가문은 불교와 인연이 깊습니다.‘佛’과 ‘卍’를 1만자(萬字)로 써 ‘만불萬佛’ 부처님을 조성한 연후 공양하는 일, 이것이 생전에 전 꼭 해야할 일이라는 연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서화詩書畵 삼절로 일컬어지는 해동 제일 石齋 徐丙五, 竹農 徐東均, 竹軒 玄海鳳의 대구 영남 정통 서맥을 잇는 인물이라는 자부심의 소유자다.
나아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서예는 붓으로 통한다는 생각과 ‘팔공서맥’을 잇는 후예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소망하고 있다.
“글씨는 현장의 살아있는 예술입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부처님 뜻을 펴고 옛 법을 본받아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제 소임이자 할 일입니다. 서예는 곧 지고의 예술이고 우주를 포용할 만큼 표현이 다양하며 천상의 붓의 움직임을 통해 혼백에 올인해 예술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270字 ‘반야심경’은 어느 날 갑자기 썼다는 사실과 독창적 창작체 ‘율산서타일체栗山書打一體’로 썼다는 것, 타묵 기법, 그리고 打자의 손수변을 손바닥으로 응용했다는 것 등등은 그만의 가지고 있는 기지와 창조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일화의 하나다.
“당당한 내 자신이 좋습니다. 소신이 있게 살아왔습니다. 비굴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명산은 옥이 있어야 명산입니다. 남 잠잘 때 잠 안자고 글씨를 쓰고 대구로 와서 붓 한 자루 살 돈이 없어 이쑤시개, 돌, 손가락으로 글씨 공부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열려있는 창공은 나만이 쓸 수 있는 화선지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율산의 서예의 길은 외롭고 힘든 가난을 이겨 거둔 결과물이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대구의 명산 팔공산 자락에서 펼치고 365일 문 열고 있고 대구 중심 봉산 인근에 위치한 공방 <대동방서예술문화중심 道心名山藏>은 玉을 숨긴 명당으로 율산의 서예 인생을 창작의 산실이다.
어쩌면 봉鳳이 날고 옥玉이 숨겨져 있으니 풍수지리학상 율산의 예술세계 미래가 창대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율산은 메모가 일상인 사람이다. 자다가도 순간순간 생각이 나면 메모를 찾아 붓을 잡는 서예가로서 유명하다. 그는 붓으로써 못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또 살아있는 한 氣의 소유자다. 글자 하나 획 하나 몸짓 하나 때와 장소 구애없이 당당한 기세가 글씨를 관통한다. 재주는 없지만 노력을 하고 공부할 때는 사정이 없다고 본인을 소개할 정도로 ‘겸손’이 몸에 벤 인물로도 소문난 사람이다.
어느새 계묘년 올해도 반이 훌쩍 지나갔다.
‘대구 예술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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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방서예술문화관 3층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 |
2019년 9월 打墨공연 타이틀처럼 율산은 대구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대구 영남의 정통 서맥을 잇는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 즉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으로 학식과 인품이 향기를 품는 말을 몸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씨름판 모래판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5년 전 환갑전서는 60년 명품전을 통해 서예인생을 공개했다.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남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활기서예’의 소유자,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율산은 한 마디로 무한한 소재를 구사하는 이 시대 명인이다.
대구 팔공산 = 글 / 길 주 전문위원
사진 / 이한규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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