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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 불능의 명품시계가 내 손을 거쳐 새 생명으로 살아 숨쉬는 것을 볼 때 마다 부처님께 감사하다는 우봉 거사 |
국내 최고 시계수리명인 인생 40년
우보(牛步) 한 걸음마다 완벽 추구
많은 사람들이 단종된 수리 불능의 시계가 있을 때면 김득균(金得均) 명인을 찾는다고 한다. 시계수리업계에서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장인으로 소문 나 있기 때문이다.
티끌의 말뜻을 찾아보니 티와 먼지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었다. 어쩌면 태산도 티끌이 모여 이루어졌고 시계수리 세계도 티끌같은 미세한 부품의 조합으로 억대 명품을 살릴 수 있다. 비록 작지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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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봉은 매일 출근길에 빠짐없이 대각사 부처님전에 참배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
40여년 현미경으로나 식별되는 톱니바퀴 등 초정밀 부품을 다루다 보니 김득균은 어느새 이 업계 최고의 명인으로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섰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로 인해 한가할 틈이 없는 바쁜 사람이 됐다.
몇 년 전 할아버지로부터 아들 손자 3대가 물려받았다는 고장 난 오메가 빈테지(Vintage) 손목시계가 생명을 되찾고 완벽하게 수리됐을 때 환호하는 손자 등 일가를 보고 감격했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빈티지는 낡고 오래된 것을 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최고급의 의미가 있는 것, 죽은 것도 김득균의 손을 거쳐 살아나고 당대의 명품으로 새로 태어났으니 고객들은 장인의 마법에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과연 지금 누리고 있는 김득균의 시계수리 달인의 그 비법은 무엇일까?
일상화된 부지런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력... 우봉을 대하자마자 근자성공(勤者成功)이라는 말이 떠올려지는 것은 그의 인생사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노력과 부지런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보고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즉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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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수리라는 평생 직업을 통해 가내가 화평하고 매사가 즐겁다는 우봉 거사 |
고향 김천을 떠나 거의 맨손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이뤘으니 그 인생 역정이 예사롭지 않다.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은 진리다. 그러나 그것을 늘상 실천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한 것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지금도 퇴근하면 몇십 년째 밤 10시까지 일하고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열심히 살다 보니 고객으로부터 고맙고 만족한다는 전화가 걸려 옵니다. 어느새 제 팬이 된 셈이죠. 직업에 대한 보람을 절로 느끼게 하는 행복한 순간들이 몇 십년 밤 잠 안 잔 결과이니 더욱 값진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루에 만나는 고객이 평균 30명, 40년 세월과 합산하면 엄청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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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 귀금속단지안에 자리잡고 있는 한일사 |
우봉은 이들에게서 수리 불능의 시계가 내 손을 거쳐 생 생명이 숨쉬는 것을 볼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시계수리장인만이 누리는 기쁨이요 행복감일 것이다.
또 60 평생을 살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이 남보다 노력하면 이 세상에 불가능이 없다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한 것도 큰 소득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십수년을 자택인 신당동과 사무실인 종로3가를 오가며 명품시계 수리에 골똘하고 사색했다. 퇴근길은 신당동까지 걷는 게 다반사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2시까지 일에 몰두했다. 출근은 퇴근의 역순. 특별한 일 아니면 365일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는 어김없이 대각사에 들러 부처님께 참배고, 종묘공원을 한 바퀴 도는 일도 주요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운동이 돼서 좋고 종묘 고궁의 기를 받으니 정신이 맑아져서 좋다. 부처님전에는 훌륭한 시계수리명인이 되서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부처님과의 인연이 있어 일찌기 불교에 귀의한 선남자선여인(善男子善女人)로서 공덕 쌓는 일에 쉬임이 없고 종로 일대에서 하심(下心)의 소유자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연히 억대가 넘는 빈테지 등 손목시계 수리 의뢰가 오면 거룩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일도 빼놓지 않는다.
베풀줄 아는 하심(下心)의 소유자
‘억’ 소리 빈티지 명품에 새 생명
지금 서울 한복판 종묘 인근 150여 상가가 모여 있는‘종로3가 귀금속단지’내 <한일사>는‘종로의 부지런한 시계수리장인‘김득균’의 손길이 머무는 터전이 됐다. 1994년 4월에 뜻한 바 있어 고향 김천을 떠나 무작정 상경해 서울 종로구 예지동에 있는 럭키상가 한 평짜리를 임대해 개인사업을 시작하다 재개발 바람에 지금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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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수리장인 우봉 거사만이 가지고 있는 각종 특수 공구들 |
우봉을 만나고 나서 연예인 중에‘억’소리 나는 명품시계를 차고 있는 연예인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중 추성훈이 차고 다니는 리차드밀 RM11-03 플라이백 코르노그래프는 8억7천만원, 세계 최고로 알려진 영국의 그라프다이아몬드 할루시네이션은 자그만치 7백7십억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조차 모를 공구가 어지러히 널려있고 국가공인시계수리기능사 자격증,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장 등 액자들,‘김득균 장인님, 늘 행복과 행운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가수 설운도 등이 남긴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우봉은 한편으론 수십 년 시계 수리를 하다 보니 가수 우연이, 이진관 등 많은 유명연예인을 비롯해 각계 명사들과의 교류가 많아졌다며 이들이 있어 오늘의 명인이 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담하고 자그마한 작업장, 이곳 환경은 고장 난 시계와의 얽힌 수많은 사연이 탄생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좁은 공간이 었다. 과연 여기가 시계에 관한 한 별걸 다 고치는 죽은 시계가 새 숨을 쉬게 하는 곳이라니... 더욱이 톱니바퀴 하나하나가 초정밀 부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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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시계수리 심사장을 맡아 심사를 보고 있다 |
1962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82 김천 농림고를 졸업하고 생활이 여의치 않아 대학진학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김천 시내 귀금속 전문점 ‘표준당’알바(1983~1988). 이것이 지금의 시계수리명장과의 인연이고 이때 정윤호(現 시계수리명장) 선생을 만나 시계수리 기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 <고물상>이라는 잡지에 게재된 한 칼럼도 시계수리를 평생 직업으로 삼는데 큰 작용을 했다.
“당시 정윤호 명장님은 말씀이 적고 점잖은 분이셨는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장래성이 있다며 솜씨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있게 만든 유일한 스승이자 선생이십니다. 지금도 매사 일이 있으면 상의를 드리고 있습니다.”
상점 문을 약국보다 더 일찍 열었고, 저녁이면 더 늦게 닫아 솔선수범 일하며 시계수리 기술을 배웠다. 탁상시계, 벽시계, 손목시계, 선반 고급시계 등 과정을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이때였는데 그의 역정은 천부적인 재능보다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 높은 평가를 해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알바생으로 부터 지금까지‘독학’으로 이룬 것이었다니 그저 놀랄 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따라 直指寺 참배
자신의 모든 것은 부처님 가피 덕분
학칙각(學則覺), 즉 배우면 깨닫는다는 말이 있다.
“고인이 되신 부친께서는 글께나 읽는 분으로서 학식이 높으셨습니다. 어렸을 때 집 근처 직지사(直指寺)를 아버지 손잡고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직지사에 얽힌 이야기 하나. 직지사라는 절 이름이 능여가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손으로 측량한데 유래했다는데, 우봉의 손재주 또한 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봉이 일심으로 불교에 귀의한 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관악산 연주암을 찾아 108배를 올리고 나면 마음이 편안진다고 한다.
“불교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결혼 전 천주교 집안이던 아내를 따라 1년 가까이 성당을 다니기도 했지만 아내는 결혼 후 이제는 독실한 불자가 되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두 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봉을 만난 날 한일사 인근에 있는 대각사 대웅전을 찾아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홀홀단신 의지할 사람 아무도 없는 서울에서 오직 부처님만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김천서 알바를 할 때 농림직 9급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그 자리를 포기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사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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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6월 시계수리 경기대회 심사위원으로 심사하고있는 김득균 거사 |
불교와 인연은 95년 3월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더 깊어졌다. 아내가 더 열심히 믿는 모습을 보면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삼생(三生)으로 불법(佛法)을 행하고 불도(佛道)를 닦으면 부처가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인가 우봉은 시간 날 때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부처님을 찾아 참배를 올린다.
“성북동 대성사 주지스님으로 부터 우봉 牛鋒이라는 불명을 받았습니다. 소牛에 칼끝, 첨단 鋒봉으로 소는 근면함의 상징하고 봉은 기계를 다루는 첨단의 뜻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대성사와의 30년 가까이 다닌 사찰과의 인연으로 올해 94세 된 김라분 노보살님을 만난 것도 부처님의 가피라는 생각을 할 만큼 끈끈한 인연이 많은 사찰이라고 했다.
“황금 천 냥이 귀한 것이 아니요 사람의 좋은 말 한마디를 얻어듣는 것이 천금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행복한 것도, 지금 하고 있는 시계수리명인이 천직이라며 만족하는 것도, 모두 부처님 가피이고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행복은 지금 서 있는 이 순간
부처님 찾으니 모든 게 잘 풀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백암록>에 나오는 한 구절, 우연인지 이것이 바로 우봉의 생각이 아닌가 싶다.
우봉 또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으니 말이다.
“우선 저희 부부간 금슬이 좋습니다. 식구들 모두 건강합니다. 또 보금자리랄 수 있는 내 살집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무난히 잘 성장해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시계 수리라는 평생직업과 직장이 있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지금 생각하는 것인데 85세까지 현업에 종사했으면 하는 소망을 하고 있습니만, 그러나 뜻대로 될지는...”
주변을 뒤돌아보면 스스로 행복하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생활에 찌들린 모습이 얼굴에 나타날 뿐더러 행복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봉은 현실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종로3가 단지에는 83세된 시계수리장인이 현존하고 있고 얼마 전에 92세된 이원삼씨가 은퇴한 바 있으니 우봉의 미래는 그의 소망대로 꼭이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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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9월 임창열 경기도지사로부터 기능경기대회 공로를 인정 받아 표창장을 받았다 |
명품 롤렉스시계에 대한 분해 결합은 이미 머릿속에 입력돼 있는 컴퓨터보다 더 완벽한 인간 장인, 그에게는 건강과 부지런함이 있고 스스로 행복해하는‘비움’이 있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 생사사생 성사사성(生事事生 省事事省)이라 하지 않았는가. 일이란 만들면 더 생기고 줄이면 적어지게 마련이라는 말처럼 부지런함이 몸에 밴 우봉, 그의 꿈은 평생직업에 대한 소박한 꿈에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부처님과의 만남은 최고의 인연이다. 여기에다 종불구생(從佛求生), 부처님에 의해 새로운 삶을 부여 받은 사람이라면 더 특별한 인연일 것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이것은 당나라 임제선사의 법어다.
내가 현재 처해있는 곳에서 주인이 되면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진실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다. 우봉은 이 말씀을 좌우명처럼 받들고 살아왔다. 또 이 말씀이 곧 인생화두이자 어디를 가든 하루하루를 그냥 살지 않고 언제 어디를 가도 참된 일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고 했다.
“준호 아빠! 절에 가서 기도하고 가자.”
이제는 불교에 귀의한 아내가 더 적극적인 불자가 됐다. 우봉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길 가다가 절이 있으면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절하고 열심히 살다보니 명인 소리를 듣게 됐고, 자식들의 입학, 직장 승진 등 집안 일이 순조롭게 풀리곤 했습니다. 그러하니 가정과 직장과 마음이 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망선고 받은 시계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손목시계에 관한 한 세상에 못 고치는 것이 없다는 사람, 그는 분명 절을 찾으면 기분 좋다는 참불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비움’또한 우봉의 또 하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열심히 살지만 모든 일상은 베품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의 소유자였다.
부모님 생전 조석으로 안부를 묻고, 어렸을 때 외할머니 품에 자란 것이 고마워 외가 친척을 보살피고, 절 찾아‘베풀고 살라’는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그 진정성에서 우리는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봉을 보면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을 대하는 것,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 등 ‘무재칠시(無財7施)’의 부처님 뜻을 펴는 삶의 소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계묘년(癸卯年) 우봉을 만난 날 한 여름의 땡볕이 유난히 뜨거웠다. 올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도 많았다. 그러나 하늘을 보고 산을 바라보면 천고기청(天高氣淸)의 가을이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 닢 낙엽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아는 것은 세상의 섭리요 순리다. 근면, 노력으로 시계수리명인 홀로서기에 성공한 우봉의 구김살 없는 표정에서‘무재보시(無財七施)’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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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길주 전문위원
사진 / 이한규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7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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