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가을이 문턱에 와 있는가 합니다. 지난여름은 너무나 더웠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사천 지역은 여전히 폭염이 계속되니 언제 이 더위가 물러갈지 궁금합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여름날은 더위 못지않게 장맛비와 태풍으로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나고, 온 국민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일주일 뒤면 전국 각 사찰마다 백중 천도재에 많은 불자님들이 참석하여 여법하게 회향될 것입니다.
특히 백중날의 시작이 목련존자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수승한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려 자신의 어머니를 아귀지옥에서 구제하였다는 의미는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자식 된 도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효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살다 보면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고쳐 나갈 수 있는 것도 있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부족한 부분을 만날 때 그것을 조정하며 고쳐 나가는 태도에는 조금씩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다 예쁜데 코가 못생겼습니다. 길을 걷다 얼굴이 아름답고 코도 예쁜 여인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음, 내 지금 저 여인의 코를 베어다가 내 아내의 얼굴에 붙이면 좋지 않겠나?’
그는 지나가던 여인네의 코를 베어 가지곤 곧장 집으로 달려가 부인을 불렀습니다.
“부인, 빨리 나오구려, 당신에게 좋은 코를 주리다.”
부인이 뛰어나오자 그는 다짜고짜 부인의 코를 베어 내곤 그 자리에 베어 온 남의 코를 붙였습니다. 그러나 베어 온 코가 붙을리 없었습니다. 그 남자는 아내에게 큰 불행을 가져다 주었고, 본인 역시 코 없는 아내의 얼굴을 보며 내내 후회하며 살았습니다. 자신의 허물로 이루어진 것이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두고두고 후회를 했겠지요.
위 내용은 불교경전에 나오는 말씀 중의 한 대목입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지요. 하지만 정작 우리 자신도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보다 무리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리석은 남자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어리석은 행위인 줄을 모릅니다. 사람은 욕심과 욕망이 눈앞에 있으면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돌아가는 모양새가 잘 보이지만, 정작 장기 두는 사람은 묘수를 찾지 못합니다. 자신의 문제에 집착하고 이기려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마치 인드라망 그물코에 걸려 있는 보주처럼 얼키고 설켜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줍니다. 인드라망의 그물코에 달려 있는 수많은 보주 중, 단 하나라도 부서지든가 혹은 망실된다면 인드라망 기능은 마비되고 맙니다.
우주선이 몇 개의 볼트 조작 실수로 느슨해진 것이 발견되면 발사계획을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의 최첨단 기술 집약체라 할 우주선이 불과 몇 개의 볼트로 인하여 발사가 지연되고 그로 인하여 엄청난 비용 손실을 입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국방을 담당하는 군사용 배 역시도 중심을 잡아 주는 프로펠러의 작은 문제로 인해 6개월간 운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서해지역의 해상 방어가 힘들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겉보기엔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찰에서는 소중한 도반이며,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의미인 분들이 바로 우리 불자님이십니다. 우리 중 어느 누가 훌륭하고 어느 누가 못한 사람이 있습니까. 이 세상에 존재한 이유만으로 우리는 존경받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계시는 불자님들은 우리 사회를 정말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드신 멋진 분들입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 소중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우리는 그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가족이니까, 이해를 해 줄 것으로 믿고, 친구니까 틀림없이 이해해야 한다고 믿고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설사 이해를 해 준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 주변에 계신 모든 분들이 다 부처님이고 보살님이라고 생각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대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미래세에 부처님이 되실 미래불이시기에 더욱 극진히 진실한 마음으로 그분들을 대하고 위하고 아껴 주어야 합니다.
내가 소중하면 남 역시도 소중합니다. 남 역시 소중하기에 우리가 더욱 소중한 이유이지요. 이 세상 모든 것은 나 하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소중한 우리를 가꾸어야 할 필요가 그래서 있는 것입니다. 진실한 주인공이 되는 나이기에 성실하고 진실되게 살아야 합니다. 나이가 많아 스스로 얼마 살지 못할 거라 생각 하시는 노보살님은 더욱더 자신들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나누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나 하나로부터 가족과 이웃이 생기고, 그 가족과 이웃에서 사회와 국가가 생겨 복잡 미묘한 세계가 건설됩니다. 그 하나는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하며 모든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모든 존재는 하나하나가 참으로 소중합니다.
우리와 함께 하는 불자님들은 참으로 소중하고 멋있는 우주의 주인공, 미래 부처님이 되실 분들이십니다. 더욱더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
| ▲무공 스님 |
http://www.bulgyonews.co.kr/news/37659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