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수차와 소수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차왕수차(茶王樹茶1000), 단주차(單株茶600), 고수차(古樹茶300), 대수차(大樹茶100), 노수차(老樹茶70), 중수차(中樹茶50), 생태차(生態茶50), 소수차(小樹茶30), 대지차(台地茶), 교목차(喬木茶), 관목차(灌木茶), 밭차, 재배치, 야생차(野生茶) 야방차(野放茶), 황지차(荒地茶), 유기농차, 국유림차, 고간차(高幹茶), 왜화차(矮化茶) 등 현재 여러 지역 차산에서 차나무를 구분하여 부르는 방식입니다. 괄호 안의 숫자는 대략적인 차나무의 수령을 표시한 것인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지역마다 차나무의 수령과 등급을 구분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공식적으로 차나무의 수령이 측정된 샹주칭(香竹菁)의 3200년 재배형 세계차왕수. 치엔지아짜이(千家寨)의 2700년 야생 차왕수, 방웨이(邦威)의 1700년 과도형 차왕수 이외에는 정확한 기록을 찾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천년대 초까지만 해도 고수차 소수차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옛날엔 지금처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량종 차나무도 없었고 비료나 농약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최근에 유명 차산을 둘러보면 고수차 산지에도 병충해 문제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종이에 끈끈이 액을 발라서 해충을 제거하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비료 문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땅 뒤집기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 아래에 땅을 파고 비료를 심는 곳도 있습니다. 차산을 다니며 차나무의 아래쪽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여러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봄이 되면 마을 주변에 자라고 있는 차나무의 새싹을 따서 대충 비비고 덖어서 만들었던 차! 한가할 때나 식후에 입가심 삼아 마시고 혹은 몸이 편치 않을 때 약처럼 마시곤 했던 조상님들의 여유가 사라진지는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멍하이 현지에서 차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 받은 것 중에 하나가 고수차와 소수차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주 어렵습니다. 2014년 멍하이에 회사를 차리고 지금까지 거의 매일같이 시음에 시음을 거듭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예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품평은 좋은 원료를 구하고 좋은 차를 만들자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음다(飮茶) 지식입니다.
어떤 분들은 찻물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안다고 하지만 자세히 물으면 도무지 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마치 천기를 누설하는 것처럼 쉬쉬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맛이란 알고 보면 지극히 단순한 것입니다. 세 살배기 아이도 맛있는 차는 자꾸 달라고 합니다. 다만 몸의 느낌과 반응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은 말로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차업에 전념한지 이십여 년 경험을 통해 저절로 알게 된 비밀 아닌 비밀들을 다 같이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찻잎의 무게가 다릅니다. 마셔보지 않고 외형으로 차를 구분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고수차는 약간 두텁게 느껴지고 광택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살금살금 들어보면 조금 무겁게 느껴집니다. 직접 살청을 하고 유념, 쇄청을 하다 보면 좀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반드시 생각해 보셔야 됩니다. 의방(倚邦), 멍송(勐宋), 징마이(景邁) 등에서 볼 수 있는 중.소엽종 혹은 마오얼두어(猫耳朵) 차처럼 특소엽종 품종들도 있습니다. 소수차보다 고수차에 내재된 성분이 풍부해서 그럴까요? 차농들은 평소에 차를 품평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신기하게도 대충 들어보고 비교적 정확하게 고수차를 판가름하곤 합니다.
맛을 보면 좀 더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고수차는 향기가 풍부하고 진합니다. 차를 우린 첫 번째 숙우에서 가장 농밀한 향기가 올라오는데 숙우를 흔들어 바람을 불어넣으면 더욱 진해집니다. 소수차도 유념을 강하게 하면 향기가 조금 진해질 수 있지만 고수차와는 다르게 약간 탁한 향이 돌출합니다. 저는 습관처럼 차를 마신 다음 찻잔에 남아 있는 향을 맡아 보는데 좋은 고수차일수록 잔에 남는 향이 진하고 황홀합니다. 맛도 저는 소수차에 비하여 고수차는 무겁다고 표현하겠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수차는 가벼운 맛이라는 뜻인데 맛을 무게로 표현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자주 마시다 보면 어쩐지 그렇게 느껴집니다.
고수차는 입안에 머금는 순간 꽉 차는 느낌이 있고 여러 가지 맛이 입안을 기분 좋게 자극하고 침이 샘솟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소수차는 약간 달달하면서 가벼운 맹물 맛이 느껴집니다. 삼키고 난 후 고수차는 약간 간질간질한 느낌이 목 안에 남고 소수차는 그냥 훌러덩 넘어갑니다. 잠시 후 고수차는 천천히 흔히 회감이라고 부르는 기분 좋은 여향(餘香)이 식도를 통해 솔솔 올라옵니다. 소수차는 그냥 마실 때의 달달 쌉쌀한 맛이 끝입니다. 아무리 마셔도 회감 같은 뒤 소식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차를 다 우리고 난 후 엽저를 살펴봅니다. 고수차는 대체로 찻잎의 중심선이 뚜렷하고 가로로 펼쳐진 엽맥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소수차도 눈 크게 뜨고 보면 잘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찻잎을 문질러 봅니다. 소수차는 쉽게 뭉개지고 오래된 고수차일수록 섬유질이 많아서 그런지 비벼도 찻잎이 잘 뭉개지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알고 있는 고수차 소수차 구분의 비밀 아닌 비밀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됩니다. 품종과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합니다.
고수차를 생산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서 또 다른 하나는 차나무는 몇 년 정도일 때가 가장 좋은 원료가 생산되느냐는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차와 달리 보이차는 출시된 제품도 그렇지만 무작정 오래될수록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나무의 수령 차이와 차맛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연구 자료를 아직까지 본 적은 없습니다. 보이차 제품도 그렇지만 차나무도 과연 무조건 오래되면 될수록 좋은 맛이 나는 것일까요? 맛을 떠나 지나친 희소성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삼천년이 넘은 차나무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과연 오래된 차나무의 기준을 몇 년으로 규정하고 높이와 굵기는 어떻게 정해야 할 지도 의문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푸얼(普洱) 그리고 바오산(保山) 지역의 일부 차나무는 수령 천년이 넘었다는 대도 맛이 단조롭고 엷어서 큰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부드럽지만 내포성이 있고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과 품종에 따라서는 50년 전후의 생태차가 더 향기롭고 맛있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맛의 세계는 오묘합니다. 특히 차는 단순하지만 많은 느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차나무의 수령만으로 맛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은 어떤 느낌으로 던 남아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위에 서술한 내용들은 제가 그동안 차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다 함께 공유하고 공부하자는 차원에서 서술한 것입니다. 저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음을 또한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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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해철 거사 |
■최해철 거사는
1965 경남 양산 출생
울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6 전통찻집 ‘가시리잇고’ 창업
2001 ‘석남사가는길’ 창업
2005 중국 진출을 위해 ‘석가명차’ 로 상호변경
2009 진승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해만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진미호 한국총판 역임
2012 하관차창 한국총판(現)
2014 중국운남성 ‘오운산차업유한공사’ 설립
(現 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
2015 ‘오운산’ 브랜드 런칭
http://www.bulgyonews.co.kr/news/37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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