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수확을 앞둔 농부의 마음처럼, 들판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그러면서도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풀을 뽑는 그 정성이 저런 아름다운 들판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저 역시 제 인생을 잠시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이렇게 수행자로 늙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잘나서 그런 것보다는 어릴 때는 큰 나무처럼 저를 격려하고 아껴주셨던 큰 스님이 있었으며, 수행이 모자라면 함께 정진했던 도반 스님들, 언제 어디서든 부족한 말을 잘 따르는 불자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지금 모습이 되기까지는 혼자 이런 모습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주변의 가족과 친지, 가까운 친구들을 잘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회생활 가운데, 좋은 친구를 가까이 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부처님의 가르침이 많이 기술되어 있는 <시갈로와다경>을 불자님들과 함께 읽어보기로 합니다.
“참된 친구인 척하지만, 거짓 친구라고 알아야 할 네 사람이 있다. 가져가기만 하고 나눠주기를 모르는 친구, 행함없이 말만 많은 친구, 아첨하는 친구, 불량배 친구이다.
‘가져가기만 하고 남에게는 주는 것을 모르는 친구’는 참된 친구인 척 하지만, 거짓 친구임을 알 수 있다. 그는 가져가기만 하지 전혀 남에게 나눠 주지 않는다. 또 남에게 조금 주면서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좋은 친구가 아니다.
‘행함 없이 말만 많은 친구’는 참된 친구인 척하지만, 거짓 친구임을 알 수 있다. 친구를 위하여 ‘과거에 이렇게 하려 했었는데’라고 말하고, '앞으로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빈말로 호의를 사려하고,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이런 사람이 행함 없이 말만 많은 친구이다.
‘아첨하는 친구’는 참된 친구인 척하지만, 거짓 친구임을 알수 있다. 그는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찬성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은 반대하고,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서는 욕을 한다.
‘불량배 친구’는 참된 친구인 척하지만, 거짓 친구임을 알 수 있다. 술에 빠졌을 때의 술친구, 부적절한 시간에 거리를 배회할 때의 친구, 구경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쏘다닐 때의 친구, 놀음에 빠졌을 때의 친구, 이런 친구가 불량배 친구이다.
참된 친구라고 생각해야 할 네 사람이 있다. 도와주는 친구,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한결같은 친구, 바른 조언을 주는 친구, 동정심이 있는 친구, 이런 친구가 참된 마음을 가진 친구이다.
‘도와주는 친구’는 참된 친구임을 알 수 있다. 술에 취하였을 때 지켜주며, 곤경에 처하였을 때 의지처가 되며,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요청한 도움의 두 배로 도와주는 친구, 이런 친구가 도와주는 친구이다.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한결같은 친구’는 참된 친구임을 알 수 있다. 비밀을 털어놓고, 털어놓은 비밀을 지켜주며, 친구가 곤경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으며, 친구를 위하여 목숨까지라도 버리는 친구, 이런 친구가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한결같은 친구이다.
'바른 조언을 주는 친구’는 참된 친구임을 알 수 있다. 친구가 악행을 하지 않도록 하며, 선행을 하도록 권하며, 알지 못한 것들을 알려 준다. 이런 친구가 바른 조언을 주는 친구이다.
‘동정심이 있는 친구’는 참된 친구임을 알 수 있다. 친구의 불행을 기뻐하지 않으며, 친구의 행운을 기뻐하며, 친구에 대항하는 자를 못하게 하며, 친구를 칭찬하는 사람을 칭찬하는 친구, 이런 친구가 동정심이 있는 친구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어려움을 많이 경험합니다. 이럴 때 내 주변에 어떤 친구가 있고 도반이 있습니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려움을 함께 할 친구가 있는가요?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할 친구가 있는가요? 나와 함께 하는 친구의 행태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입니다. 나는 과연 친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행하고 있는 불교 수행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방을 부처님으로 본다면, 친구 역시 우리를 부처님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상대방을 이용할 대상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은 우리를 이용대상자로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익에 관련해 만나는 사람들은 이익이 우선되는 것입니다.
인생살이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음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 친구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도움을 주고 행복을 나눠주고 함께 한다는 마음이 바로 보살의 마음이며 부처의 성품입니다. 다시 한번 나는 누구에게 어떤 친구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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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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