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깊어지는 하늘을 보면서 시작되는 가을을 느낍니다. 요란스럽게 온 대지를 때렸던 폭풍우와 무더위가 언제 사라졌는지, 산과 대지는 울긋불긋 온통 황금색을 더한 단풍물결입니다. 아직 노승이 머문 사천 산자락은 푸른 비취색깔이 덧칠되어 있지만, 노랫가락처럼 세월이 지나면 곧 가을 풍광에 저절로 환희심이 나겠지요.
올가을에는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떠나보길 권해드립니다. 열심히 살았던 오늘 조금은 할 일을 뒤로 물리고 아무 생각없이 강을 찾아 물결을 보거나, 가까운 산이라도 찾아 단풍 물결에 자신을 맞겨 보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살았던 우리들은 작은 시간이나마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냥 그 즐거움에 자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든지 내가 있는 그 자리를 바로 지켜보아야 할 수행자인 것입니다.
이 작은 여유가 우리들을 더욱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머리 아픈 생각, 받기 싫은 전화에서 벗어나는 것도 행복 아닌 행복일 것입니다. 그러한 자유가 여러분들에게는 있습니다. 나만이 홀로 그 정적 안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늘 바쁘게 살아온 당신은 아니 우리들은 보다 나은 행복을 찾아 더 큰 행복을 발원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소원합니다. 사람들 모두가 그토록 소원하는 행복은 결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범부 중생들은 무명(無明)에 가리어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아니 무명에 빠져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행복을 고통이라 생각하고, 고통을 행복이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을 모은 <숫타니파타>에 이릅니다.
“하나의 욕망이 이루어지면 열 가지 새로운 탐욕이 생기나니, 이를 이루지 못하여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온갖 번뇌는 탐욕을 뿌리로 하니 욕망을 스스로 없앤 이들은 번뇌를 여의고 피안의 언덕에 도달한다. 그대의 행복은 미망에 가려 보이지 않으니 무화과나무 숲에서 꽃을 찾은들 몸만 고될 뿐 꽃이 보이겠는가?
칠흑 같은 욕망의 어둠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여, 영원한 행복 깨달음의 빛을 찾아 여행을 떠나라. ‘사람들은 욕망을 버리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굴속같이 어두운 방도 문을 열면 일시에 환해지나니 탐심을 없애는 것도 이와 같아서 한 생각 돌리면 그 즉시로 욕망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탐하는 마음은 갖가지 번뇌를 동반한다. 탐심은 몸속에 벌레를 키우는 것과 같으니 건강한 육신을 망가트리듯 참 행복의 길목을 막아서고 물러나지 않는다. 깊은 곳에 숨겨 둔 은반지가 그 빛을 잃듯 재물을 욕심껏 모아 쌓아 두기만한 사람들은 청정함에서 점점 멀어진다. 마침내 죽음의 시간을 맞아 평생을 모은 재물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끝내는 빈손으로 끌려가니 일평생 헛수고만 하다 가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깃들어있는 행복을 알지 못하기에 밖으로 행복을 찾아 헤맵니다. 마음에 헐떡거림을 쉬고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면 그곳에 행복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요? 이것을 저울로 잴 수 있다면 그 무게만큼 더 노력하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복은 무게로 달 수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만이 느끼고 즐길 수 있습니다. 고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참다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가서야 후회하고 참회하고 번민합니다. 이렇게 해도 마음에 쌓인 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큰 고통에 매달립니다.
진리 속에 살았던 눈 푸른 선지식(善知識)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깨어 있음이 삶이다’고 맞는 말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그 말의 느낌을 알지 못하니 더욱 암담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왔던 지나간 순간보다 지금 행복합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우리가 느껴야 행복이지, 이 행복을 오히려 고통으로 재앙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고통이 되고 번민이 됩니다. 수행자는 고통이 있기에 더 큰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열려진 길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환희로 행복으로 바뀔 수 있도록 우리가 절에서 기도하고 공덕을 쌓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오늘을 열심히 살면 미래세에 깨달은 자의 길로 가는 진리의 길을 믿고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늘 시간이 되면 언제 어디서라도 명상하고 기도하고 정진해야 합니다. 자유와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오늘도 살아있음을 즐기는 멋진 날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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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공 스님 |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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