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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차문화의 개척자 추전 김화수 선생 |
통 큰 베품과 보시, 1997년 동국대학교 일산병원건립기금 조성에 왕죽작품 100여 점을 기증해 화제가 되었던 인물 秋田 김화수 선생. 그는 8년 여 간의 승려 생활, 그리고 환속 등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佛道와 佛子의 외 길 인생을 걸어왔다.
조선조 500년에도 오절(五絶)을 겸비한 학자가 드물었는데, 이 시대에 오절을 겸비한 학자가 바로 추전 김화수이다.
추전이 오늘날 한학과 서예로 대가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조부인 회정공 김희곤 선생의 영향이 컸다. 조부는 당시 서부 경남에서는 유명을 떨친 한학자이면서 유학자였기에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로부터 서당에서 천자문을 시작으로 고문진보 등 한문과 서법을 익힐 수 있었다. 이후 효당 최범술스님에게 불교와 다도를 배웠고, 소원 이수락, 육천 안붕언선생에게 한문과 초서를 배우고, 죽농 서동균선생에게 죽도(竹圖)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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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전의 왕죽도 |
추전의 조부 회정공과 효당 최범술 스님과의 만남은 단순한 동향인을 떠나 당대의 지식인으로 학문적 교류와 인간적 유대를 쌓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효당스님이 이 집안의 큰 재목인 추전의 범상치 않은 면을 발견하고 회정공에게 불법에 귀의 하도록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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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솔사 아래 자신의 차밭에서 차를 따는 일은 추전의 일과 중 하나다 |
추전이 효당 최범술 스님의 부름을 받고 불문에 귀의한 나이가 19세다. 이미 한학과 서법의 틀을 갖춘 그는 한문과 불경과 붓놀림으로 이루어지는 승가의 문화에 쉽게 적응했다. 그래서 인지 다솔사의 단조로운 생활을 벗어나 해인사에 몸을 담아 해인사 강원에서 지관스님과 종진스님의 지도하에 수행정진을 할 수 있었다.
해인사의 연찬과 수행은 승려의 삶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그는 그래도 학문에 대한 집념과 열정, 그리고 서법의 완성을 위한 보다 깊은 공부가 필요함을 깨닫고 2년의 해인사 생활을 마치고 스승 효당 최범술 스님의 소개로 충남 대전에 있는 당대 최고의 한학자이며 유학자인 육천 안붕언 선생을 찾아가 제자로 입문시켜줄 것을 청원한 결과 그 문하에 장장 10여년간을 한학과 초서를 배웠다. 스승 육천 선생은 학 같은 청빈한 삶을 영위하며 유·불·선을 겸비한 당대 최고의 학자로 한학계와 유학계, 서예계의 큰 별로 신망과 존경을 받았으며 자유중국의 우우임선생이 한국에 환생하였다는 극찬을 받았던 거장이었다.
그가 8여년간의 승려생활을 누린 것도 불도의 수행이 앞서 한학과 서도에 천착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가 1975년 승복을 벗고 환속한 결정적인 사정은 당시 7남매의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훈육해야하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론 더 이상 승려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추전의 젊은 시절은 화려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한 때 1977년 부산 MBC라디오 인기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는가 하면 1979~81년까지 KBS라디오 고발프로그램인 ‘오륙도 잠망경’을 진행하면서 문화 불모지였던 부산의 이미지 제고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77년에는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다도’ 초청 특강을 했고, 이어 1978년에는 다솔사 효당 스님과 함께 ‘한국차인회’를 창립했다. 한국차인회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 차문화의 효시인 ‘송풍다도회’, 범어사 보제루에서 결성된 ‘부산차인회’ 등 차와 관련된 추전의 활발한 움직임은 부산의 차 문화를 개척한 선구자로 일컬어진다.
1976년에 부산 추전서당에 ‘송풍다도회’를 창립하여 차를 좋아하는 부산·경남 회원들에게 한국차를 알리는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1977년에는 부산 광복동 공간화랑에서 ‘송풍차도구展’을 열어서 우리나라 최초로 차도구 전시회를 하는가 하면 1985년에는 서울의 한국차인회 수석부회장 정원호씨의 주최로 아랍미술관에서 ‘차인회사무실 개설 기금 마련展’을 개최하였을 때에도 많은 작품 기증 등으로 적극 참여했다. 이외에도 1995년 예술의전당에서 전국차서화대전을 주도하였고, 덕수궁에서 (사)한국차생활문화원(원장 감승희) 차시백일장을 개최하는가 하면 ‘한국차생활문화원 기금마련 부채그림시연회’도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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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전의 장자 강의를 듣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제자들 |
추전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출강 요청이 서울, 부산, 창원, 진주, 경북 고령, 한방문화의 본거지라고 하는 경남 산청에 이르기 까지 쇄도했다. 이어 추전서당은 전국에서 한문고전과 동다송, 다신전, 육우 다경, 한재 이목의 다부 등 다도고전, 서예를 배우러 오는 이들로 인해 쉴 틈이 없었다. 한국일보 문화센터와 진주과학기술대 사회교육원에서 주역 원전 강의와 경상대학교 농업대학원에서 특강을 5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전국대학교수차인연합회 고문, 부산차인연합회 고문, 여천차문화원 고문을 맡고 있다.
장자 강의를 받고 있는 최완순 씨는 “추전 선생님은 뭐든지 다재 다능하셔서 강의를 듣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추전 김화수 선생은 모든 면에서 막힘이 없는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제자 중에는 그 당시 팔순을 넘긴 조지훈 시인의 부인을 비롯하여, 30대의 젊고 유능한 공무원, 기업가, 스님, 군장성 등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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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서예와 차를 함께하는 김화수·김혜정 부부 |
詩, 書, 畵, 文章, 學文에 茶까지 모두 다 달인의 경지에 오른 추전 김화수.
“많은 사람들이 정신의 풍요를 공유하며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주도해 나갈 때 비로소 품격있는 인격체로서 학예(學藝)의 생동감 넘치는 세련됨을 구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온고이지신(溫古而知新)의 정신을 현대인에게 심어 정신의 풍요로움을 일깨워 행복하고 향기로운 삶을 생활 속에 스미게 하는 게 차문화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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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신전 병풍의 내용을 설명하는 추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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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다송 병풍을 설명하는 추전 |
불사에 앞장,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건립 기금마련에 왕죽 작품 100여점 보시하기도
추전은 예술계뿐만 아니라 불교계에도 많은 불사를 하고 작품들을 보시 했다. 중앙승가대학 건립기금마련 작품전시회를 비롯해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작품 100여점 봉헌, 서울 구룡사 건립기금 마련, 불국사가 성보박물관을 건립하는데 기금조성을 위해 추전특별전을 개최하였고, 월악산 덕주사 창건불사를 위한 당시 주지 성주스님의 요청으로 수 백 점을 보시하였고, 서울 미아리삼선포교원 건립기금마련에도 다수의 작품을 보시하여 당시 원장 지광(志光)스님으로부터 신라토기 벼루를 기념품으로 받기도 했고, 일본 황실로부터 국화(菊花)훈장과 국제예술문화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기금마련전시회를 개최했는데 지금까지 전국 처처에 사찰불사 기금 마련에 1만여 점 이상의 작품을 기증했다.
다솔사 극락전 현판을 비롯하여 여러 사찰 현판과 최근에는 구산선문 종찰 가지산 장흥 보림사 일주문 전·후 현판을 제작하여 보시했다.
1980년 대 전국 시청자의 인기를 끌어 모았던 「전국민속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낯익은 얼굴이 다름 아닌 추전이었다.
민속씨름대회에서 천하장사로 등극하는 장사에게 추전이 자신의 ‘왕죽도’를 부상품으로 증정하는 장면은 전국으로 생중계되어 일약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다.
당시 천하장사인 이만기, 강호동, 이봉걸, 이준희, 김칠규, 장지영, 백승일 장사 등이 ‘왕대와 같이 꿋꿋한 기상과 줏대, 절제와 지조를 가져달라’는 뜻을 담은 추전의 왕죽도를 받았다.
추전은 10여 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 제2의 고향인 서울 인사동을 떠나 고향 사천으로 낙향해 다솔사 아래에 추전서당 추전미술관을 개관했다.
물론 지금도 예술과 차문화 세계를 넘나들며 직접 차밭을 일구고 차를 만들며 ‘사천다우회’를 창립해서 동다송과 다신전 등을 강의했다.
한학과 주역을 통달한 추전은 2016년 부산일보 강당에서 가진 ‘차한시문집’ 출판기념 자리에서 수백 수의 한시를 발표해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2018년 11월에는 부산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제2한시집 출판기념회를 가지기도 해서 차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이날 ‘차인대상’도 받았다
不枯基氣見廳眞
有節虛心退俗塵
奏樂隨豊停熱惱
謙剛雙在使人珍
수 많은 작품 중 <靑竹>이라는 추전의 시조 한 편이다
시들지 않은 그 기개에서 청진함을 보고
절도 있고 빈속이 속진을 물리치네
바람 따라 흐르는 음악이 열뇌를 멈추이고
겸손과 강함 두 가지가 있어서 사람을 진귀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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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중국 원전고서들이 소장되어 있는 추전도서관 |
중국 원전 고서 번역과 다도강의를 비롯한 맹자, 장자, 중용, 사서삼경, 주역원전, 고전강의, 동다송, 다신전, 사군자, 한시, 서, 화 등을 지도하며 고희가 지난 지금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과 함께 후배육성에도 헌신적이다.
2017년도에는 제20회 사천시민상을 수상할 만큼 지역문화 창달에도 크게 기여하는 추전.
소설가 반취 이기윤은 ‘사랑과 존경으로 선생을 우러른다. 學爲人師 行爲世範... 공부는 사람들의 스승이 되었고 행동은 세상에 모범이 되었으니 秋田之風 山高水長 추전의 덕풍(德風) 산높고 물이 긴 것과 같구나’ 라고 추전 선생의 학덕을 소개했으며,
송광사 현봉스님은 ‘추전은 신라시대의 진감국사와 고려시대의 원감국사와 조선 말기의 초의선사와 근세의 다송자와 효당의 다풍을 잇는 독보적인 일가를 이룬 차인이기도 하다.’라고 『추전의 제2한시집』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추전은 전남 화순에 있는 쌍봉사의 신라 말엽 철감도윤국사(789~868)와 조주종염(778~897)스님의 다풍과 충남 보령 남포에 있는 성주사 낭혜화상 백월보광스님, 하동 쌍계사의 진감혜소국사, 전남 장흥 보림사 보조체증국사, 송광사 진각국사, 경북 포항에 있는 보경사의 원적국사, 경북 문경 봉암사에 있는 정진대사의 다맥과 다풍을 잇고 있다고 덧붙인다.
경남 사천 / 이한규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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