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국이 혼란해서 필자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정 질서를 찾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서 지난 연재에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훌륭한 대통령이 선출되어 조만간 평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고 이제부터는 그 시대를 대비해서 우주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몇 차례로 나누어서 해보겠다. 과학적인 관점으로 우주를 살펴본 내용은 이미 필자가 과거에 여러 차례 언급했으므로 지난 글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원래부터 나의 것은 없다. 당신은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 당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남에게서 획득한 것이다. 농부는 땅과 햇빛 그리고 바람과 비가 가꾸어 놓은 곡식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고, 사냥꾼은 동물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거나 혹은 납치해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장사꾼은 생산자에게서는 헐값으로 구입한 후에 소비자에게는 비싼 값으로 팔아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서 자기의 것이라고 선포한다. 이와 같이 ‘나의 것’은 정확히 말하면 나의 것이 아니라 현재 점유 혹은 관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진정한 당신의 것이 아니므로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자에게 나누어 주도록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가지기 바란다.
그런데 불우이웃돕기활동을 하면서 흔히 사용하는 사랑과 자비라는 말을 깊이 들여다보면 가진 자의 교만함이 내재해있다. 마치 자기가 시혜를 베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웃돕기는 자기 것을 나누어 주는 시혜가 아니라 그들이 가져야 할 것을 가로채와 다시 돌려주는 것이므로, 이웃돕기는 시혜의 마음이 아니라 사과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런 일(이웃돕기)이 좀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미안해하고, 또 이런 일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만들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봉사해야 한다. 아픈 사람을 도와주면서 봉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미리 아프지 않게 못 했음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반성하라는 말이다. 그래야 진정한 봉사와 나눔의 마음이다.
돈과 자원은 강물과 같아서 상류에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이 차지했기 때문에 하류에 있는 힘없는 자들에게는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이웃돕기나 봉사행위는 사랑과 자비로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몫을 가로챈 것에 대해서 사과하는 마음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사랑과 자비는 선업이 아니라 악업에 대한 뉘우침이며 일종의 업장 소멸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자비를 선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또 다른 교만의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당신이 너무 많이 가지지 않았다면 모두 잘될 수 있었는데 욕심으로 많이 가진 후에 나누어 주는 것은 선행이 아니라 회개다. 이제부터 ‘사랑과 나눔’의 운동이 아니라 ‘회개와 돌려줌’의 운동을 해야 한다. 당신이 갖고 있는 여분은 원래 그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사랑과 자비는 선행이 아니라 회개(사과, 반성)임을 명심해야 한다.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사랑과 자비는 하느님과 부처님의 가르침(명령)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베풀면 사랑받은 자가 그 대가를 보상하지 아니해도 당신은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가르침(명령)을 수행했으므로 천당이나 극락에 갈 수 있으니 당신은 상대의 배은망덕을 전혀 서운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사랑과 자비를 성질상 두 가지로 분류해야 하는데, 그것을 베푼 후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되돌려 받은 것과 전혀 되돌려 받지 못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이 믿고 따르는 예수가 사람을 구분할 때, 땅(현세)에서 상을 받은 자와 하늘(내세)에서 상을 받을 자로 구분하였는데, 이 구분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불교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으므로 소개한다. 사람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 이유는, 일사부재리 원칙처럼 같은 일에 대해서 상이나 벌을 두 번 주지 않으려는 것이고, 쉽게 다시 설명하면, 상이나 복을 이미 현세에서 받은 자는 천국에 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현세에서 상)을 받으면 내세에서는 상을 중복해서 주지 않으므로 현세에서 상을 받으면 내세에서 천국이나 극락에 갈 수 없다. 그러므로 앞에서 분류한 두 가지 사랑 중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해야할 사랑은 되돌려 받지 못한 대가없는 사랑이다. 그래야 내세에서 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가 없는 사랑이란, 나와 아무 연결이 없는 이름 모를 사람에게 하는 사랑, 사랑의 행위(주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랑, 오른손이 한 걸 왼손이 모르게 한 사랑, 길거리나 교회(사찰)에서 자랑 삼아 공개적으로 하지 않은 사랑, 배신당한 사랑, 원수에게 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며, 이렇게 되돌려 받지 못한 대가없는 사랑이 하늘(내세)에서 보상하는 사랑이다. 그러므로 누가 배신하면 섭섭해 하거나 화를 낼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천국(극락)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고마워하거나 기뻐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자비)은 사랑받는 자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부처님)의 명령(가르침)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므로 사랑받은 자가 되돌려 주지 않을수록 당신에게 유리하다. 종교적인 해석을 떠나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도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약한 자에 대한 사랑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므로 사랑은 선행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
봉사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봉사가 즐거워서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심리를 깊이 드려다 보면 그들은 약한 사람들을 도움으로서 자신의 우월성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종교인의 대부분은 천국이나 극락에 가려는 욕심으로 선행을 한다. 대가나 보상이 없는 진정한 봉사와 선행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에 정말로 봉사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천국이나 극락에 가지 말고 자원해서 지옥에 가야한다. 왜냐하면 천국이나 극락에는 질병도 배고픔도 없으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선행이나 봉사활동을 할 수 없고 반대로 지옥에 가야 그런 일을 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선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엄밀하게 분석하면 선행이 아니고 회개이지만 이 회개를 함으로써 자신의 죄(악업)를 씻고 천당이나 극락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하는 모든 선행들이 진정한 선행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진정한 선행일까?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서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정치의 영원한 목표이며 수천 년간 풀지 못하고 있는 종교의 숙제인 것이다.
배길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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