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그 불완전한 존재의 감각기관으로 인식한 것들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공기가 진동하면 음파가 만들어지면서 소리가 생성된다. 그러다가 공기의 진동이 정지하면 소리도 사라진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면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리는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며 공기의 진동을 귀의 청각 장치가 소리라고 인식한 것이다. 그와 유사하게인간의 감각이 열(온도)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분자의 진동을 열이라고 느끼는 것이며 열이라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 표면에서는 물질의 무게를 느끼지만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는 무게는 없다. 색깔은 어두워지면 모두 사라진다. 이와 같이 인간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며 물질의 상태를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환하여 감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느끼는 대부분의 것들(소리, 온도, 무게, 색깔 등)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에는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도 많지만 인식되는 것도 대부분은 착각이나 오해를 일으킨다. 이렇게 자연에 있는 사물들을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인식한 것도 실재가 아닌 것이 많은데,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이념이나 이론에는 더 많은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공상 같은 일부 과학도 학문으로 대접받고 미신이나 사이비 종교도 신앙의 대상이 된다. 사실은 과학과 종교는 모두 인간의 지식이나 경험에서 시작했으므로 길을 잘못 가면 과학은 공상으로 가고 종교는 미신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에도 과학과 공상 그리고 종교와 미신 사이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다.
필자가 오랜 연구와 수행 끝에 깨달은 우주의 기본 원리는 순화(윤회)이다. 시간이 흐르면 하늘의 별도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으며 사망하고 흩어져서 하늘로 변하고, 하늘에 흩어져있던 작은 입자들은 다시 뭉쳐서 별로 탄생하는 윤회를 반복한다. 그리고 수많은 별들 중에서 중심에 있는 항성을 주변에 있는 행성과 위성들이 윤회하고 중심에서 정지해 있는 항성도 실제로는 은하계 속에서는 윤회한다. 그런데 윤회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윤회는 생로병사를 겪어야 하는 고통의 악순환이다. 그래서 부처님도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통의 악순환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악순환(윤회)은 사회에서도 발생한다. 민주화는 엄밀히 말하면 정치의 발전이 아니라 한 사람(왕, 독재자)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빼앗아서 여러 사람이 나누어 가지는 권력의 윤회(순환)에 불과한 것이다. 전제주의와 민주주의 차이는 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느냐 아니면 여러 사람이 권력을 나누어 가지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군주가 만약에 세종대왕보다 현자라면 어설픈 민주정치보다 전제정치가 훨씬 더 효율적이다. 그런데 누가 현자인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민주주의를 선호한다. 그런데 우리가 선택한 민주주의는 선과 악이나 정의와 불의를 결정할 때도 재판이라는 형식을 빌리지만 결국 판사의 다수결로 결정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바보나 나쁜 판사가 많으면 진실이 뒤집어진다.
분노한 노동자를 이용하여 권력을 잡은 것이 공산주의라면 우매한 민중을 이용하여 권력을 잡는 것이 민주주의다. 공산주의(사회주의)가 자본을 강제로 분산시켜도 시간이 흐르면 자본은 양극화 현상을 일으키며 다시 결집한다. 그와 반대로 자본주의에서는 자본 집중이 지나치면 다시 사회주의로 회귀하려는 세력이 나타나게 되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개혁세력이 집권하면 소득을 다시 골고루 분산시킨다. 그렇게 자본의 집중(양극화)과 분산(평준화)이 반복되면서 사회는 계속 윤회(악순환)한다.
민주주의도 권력을 근본적으로는 대중에게 분산시켰지만 정당을 통하여 다시 한곳(대통령이나 수상)으로 결집하는데 이때에 권력의 분산과 결집이라는 가역반응(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권력의 이동(정권 교체, 정권 순환, 정권 윤회)이 일어난다. 경제도 성장(집중)과 분배(분산)가 동시에 활발히 이루어지면 안정적인 경제가 이루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드디어 윤회(경제의 양극화와 평준화의 반복적인 악순환)를 벗어난 해탈(안정)의 경제가 이루어진다. 결집(생성, 탄생)과 분산(소멸, 사망.)의 순환(윤회)은 우주의 기본 법칙이며 아무리 권력과 자본을 인위적으로 분산시켜도 양극화 과정을 통하여 다시 결집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인간이 인위적인 지혜로 권력과 경제의 집중과 분산이라는 가역반응의 평형을 이루어 결집과 분산의 악순환(윤회)을 멈추고 해탈의 사회를 이루려고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정치학과 경제학이다.
권력이나 경제의 균형이 잘 이루어져서 해탈(안정)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다. 남들은 고통 속에 있고 사회는 혼탁한데 나 홀로 윤회를 탈출하면 그것은 해탈이 아니라 이탈에 불과하다. 진정한 해탈은 윤회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윤회를 멈추게 하여 그 안에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다. 사회적인 해탈이 있어야 그 안에서 개인의 해탈도 완성될 수 있다. 그런데 정치 세력이나 종교 세력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노동자 세력과 시민운동 세력까지 포함하여 모든 진보 단체는 시간이 지나면(상황이 바뀌면) 보수 세력이 된다. 그래서 소위 개혁(진보) 세력이 불만을 품은 세력을 등에 업고 나타나는데, 이렇게 나타난 개혁 세력도 집권하면 서서히 수구 세력으로 변한다. 이것이 사회의 윤회다. 그리고 이 과정에 조물주나 신의 개입은 없고 오직 무아와 연기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평등 사회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가면 양극화는 일어나고 또다시 개혁을 요구하는 불만 세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또다시 그들을 업고 개혁 세력이 등장하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는 윤회한다. 조선 시대의 불평등 사회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평준화(분산)되었으나 이제 경제와 교육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결집)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대형마트와 골목슈퍼로 시장이 양극화 되듯이 종교 집단도 대형 집단과 군소 집단으로 양극화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인 양극화가 심해지면 이것을 개혁하려는 세력이 일어나게 되고 사회는 혼란을 거치면서 새로운 평준화를 이루면서 윤회(악순환)한다. 종교의 목적은 개인을 해탈하게 하는 것이고 정치의 목적은 사회를 해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의 해탈이 없으면 개인의 해탈도 어렵고 역으로 개인의 해탈이 없이 사회의 해탈도 어렵다. 그러므로 정치와 종교가 힘을 합쳐서 사회와 개인이 함께 해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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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길몽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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