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필요한 수행의 핵심은 스스로 삶을 혁신하는 자율적 능력의 배양이다. 그러나 경계에 갇힌 기존의 타율적 수행체계로는 이 능력을 함양하기 어렵다. 기도, 명상, 호흡 등 획일적인 수행체험으로 잠시 편안해질 수 있지만, 삶 자체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더욱이 현재 수행처는 기복신앙의 타율적 관행에서 못 벗어났다. 자율시대에 맞게 도량을 혁신할 때다.
역(易)에서 문명의 대변화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물리 세계에 있는 이상, 인간은 시간, 공간, 그리고 사람의 3대 요소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변화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외형이 아닌 내면의 정신에 있음을 역은 밝히고 있다. 정신의 각성을 촉구하는 점에서, 주역은 수행서(修行書)의 가치가 있다. 역을 이해하면, 화엄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천지인(天地人) 중에서 어느 것도 맘대로 바꿀 수 없다. 그나마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요소는 공간이다. 공간이 바뀌면 삶의 환경이 변하므로,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관계망도 함께 달라진다. 그러나 그것도 일시적일 뿐, 업(業)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업장(業障)의 소멸에는 습성 자체를 청정하게 만드는 삶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명의 대전환을 인간 존재의 본질과 존엄성을 찾는 대각성의 전기로 삼아야겠다.
업을 전환하는 관건은 건강이다. 몸이 있는 한, 높은 경지에 있던 수행자도 건강을 상실하면 정신력도 흐려진다. 건강한 삶을 통해서 심신의 경계를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조화롭게 조율한 수행자는 맑은 정신으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 반대로 생명작용의 균형원리를 무시하고 특수한 수행법에 집착하면, 자기 스스로 만든 환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자율수행은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역동적인 생명의 조화를 찾는 노력이다. 그러나 인류가 만든 물질문명, 관념체계 등은 생태적 삶을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 밖에서 이상향을 찾곤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진리는 특별한 장소에 있지 않다. 일상의 삶을 벗어난 수행은 환상의 성(城)을 쌓는 일과 같다. 불멸의 본질에 들어가려면, 가변의 현상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매 순간 업의 인연이 다르므로, 일상의 삶이 자율수행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다. 이 점에서, 원효(元曉)의 수행관은 중요하다. 원효는 진리가 ‘저 먼’ 곳이 아닌, ‘지금 여기’의 현실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특이한 수행처를 찾아서 외국의 위험한 험지에 갈 필요 없다. 가장 안전한 수행처는 우리나라의 생태적 환경이 좋은 지역이다.
청정한 생명력의 회복에는 개인의 여건에 따라 장기, 단기, 또는 주기적 심신통합 생활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점이 건강산업과 수행의 접점이고, 수행을 통해 사회를 혁신할 수 있는 연결고리다. 고양된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웰니스(Wellness) 산업의 시스템을 자율수행체계에 접목하면, 인간의 존엄한 생존에 반드시 요구되는 선순환 경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자율수행을 통해 인간의 품격을 높이는 총체적 생활양식과 융합문화를 창출할 때,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율사회를 이루게 된다.
《AI 시대의 생존전략, 수행》의 보편 도리 함양(eastosuh@daum.net)
■서동석 박사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