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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08/20 14:08:31  이한규
서동석 박사의 도리수행(6)
율랑(律朗)의 시대적 의미와 역할

일반인공지능(AGI)의 시대에 인류에게는 양면의 세상이 놓여있다. 한 면은 AI를 이용한 자율사회이고, 다른 한 면은 AI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는 사회다. 우리는 자율사회를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독점적 이기주의가 초거대 기업과 패권국가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결된다. 앞선 칼럼에서 나는 근본 대책으로 ‘율랑’을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


율랑이란 단어에서 남성이나 여성을 뜻하는 한자 대신에, ‘밝을 랑(朗)’을 쓴 이유가 이번 칼럼의 핵심 내용이다. ‘랑(朗)’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밝은 이치, 즉 보편 도리다. 다른 하나는 특정한 인물형이 아닌, 기운 생동한 생명의 구현이다. 종합하면, 율랑에는 보편 도리를 통해 삶의 양극적 모순을 조율하고, 그 결과 자유로운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자유로운 삶은 인간의 근원적 희망 사항이다. AI 시대에 자유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율랑이 되는 수밖에 없다.

모든 성인(聖人)은 방식과 표현만 다를 뿐,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삶에 이르는 방법에 관해 말씀했다. 그 핵심은 자율수행이다. 주역을 편찬한 공자는 화지진(火地晉)의 괘상(卦象)을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내재한 밝은 덕성을 스스로 밝힌다(自昭明德).”라고 자율수행의 의미를 말씀했다. 공자는 투철한 자율수행의 결과 마침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從心所慾, 不踰矩).”라는 경지에 이르렀다.


자유의 실상은 “행위의 업(業)만 있을 뿐, 행위를 하는 자는 없다.”라는 석가의 말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연기법을 체득하지 못하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처음에는 의식이 행위를 지배하지만, 점차 습성이 된 행위는 행위자를 구속한다. 그 결과로 업과 행위자가 엮이면서, 업식(業識)이 윤회한다. 반면에 심신의 행위가 관념의 지배를 벗어나 자발적으로, 더불어 역동적 생명 흐름에 걸림이 없으면, 업과 행위자는 서로 얽매임이 없다. 자유로운 생명의 발현은 노자의 무위(無爲), 그리고 예수가 자유의 전제로 내세운 진리의 삶과 그 맥이 같다.

타율수행이 경계에 갇힌 수행이라면, 자율수행은 모든 경계를 허물고 개인의 독특한 생명력을 전체 생명공동체 속에서 조화시키는 조율행(調律行)이다. 이 점에서, 율랑은 무엇보다 보편적 도리에 대한 철저한 각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보편적 도리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성인의 말씀을 돌이켜 성찰하면서, 영원한 보편성을 찾았다. 자연은 예나 지금이나 만물의 다양성 속에서 보편적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인의 말씀도 그렇다. AI를 좋은 쪽으로 활용하면, 우리는 자연의 현상과 성인의 말씀 속에서 보편적 이치와 도리를 매우 정밀하게 끌어낼 수 있다. 물론 그 도리를 삶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는 각 영역에 있는 율랑의 과제가 될 것이다. 어떤 위치에 있든지 간에, 보편적 도리의 말씀을 스승으로 삼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존엄하게 영위하는 것은 율랑의 역할이다.

《AI 시대의 생존전략, 수행》의 보편 도리 함양(eastosuh@daum.net)


■서동석 박사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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