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지내고 보니, 일 년의 반이 쑥 지나간 것 같습니다. 곧 여름 장마가 일찍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세월은 무상함은 흘러가는 물결과 같습니다. 6월달이 되면 올해 여러분들이 계획했던 일들이 있으시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갖고 다시 한번 최선의 계획을 세우고 다시 열심히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말법악세라는 이 국토에서 청정한 불자로의 삶은 힘든 그 자체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불교를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우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매사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의 주인공임을 잘 알고 살아가다가, 죽음 이후에 다가올 후생에 다한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모습처럼 앞으로 더 노력하고 잘 살았다면 그 인연으로 좋은 세상에 날 수 있는 인연을 만들겠지만,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염려하는 모습이라면 다음 생에는 인간의 몸을 받기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가장 강조해야 할 공부가 바로 보시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보시(布施)를 중요한 덕목으로 실천합니다. 보시는 불교의 실천수행 방법 가운데 하나로 베풀어 주는 일을 말하며, 중생의 구제를 그 목표로 하고 있는 이타정신(利他精神)의 극치라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을 엮은 <아함경>에 보시의 네 가지 공덕이 나옵니다. 주간불교 독자이신 불자 여러분들은 다시 한번 보시의 정신을 잠시나마 우리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가령 선지식(善知識)이 보시를 할때 네 가지 공덕(功德)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때를 알아서 보시를 하고 때를 모르지 않는 것이며, 제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는 것이며, 항상 정결(淨潔)한 것만 보시하고 정결하지 않은 것을 보시하지 않는 것이며, 미묘(微妙)한 것을 보시하고 더러운 것을 보시하지 않는 것이다. 선지식이 보시를 할 때 이런 네 가지 공덕이 있다.
그러므로 선남자 선여인이 보시를 행할 때도 이 네 가지 공덕을 갖추어야 한다. 이 공덕을 갖추면 큰 복업을 얻고 감로(甘露)의 열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어서 얼마만한 복업이 있다고 말할 수 없고, 허공으로도 다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비유를 들어 말하면 마치 바닷물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어서 한 섬이니 반 섬이니 한 홉이니 반 홉이니 하고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그 복업도 낱낱이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 선여인이 지은 공덕은 헤아릴 수 없는 큰 복업을 얻고 감로의 열반을 얻어 얼마만한 복덕이라고 다 말할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여러 비구들이여, 선남자 선여인도 마땅히 이 네 가지 공덕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여러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보시는 악을 정화하고 선을 증장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된 보시법을 모르면 자칫 악업을 짓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시로 좋은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를 행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보시를 받고 나쁜 행을 하게 되면 그 결과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가 소유한 것을 나누어 주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로 인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나쁜 일에 그 일을 하게 되면 그 보시는 헛된 것이 되고 맙니다. 올바른 수행자에게 보시를 행해야 하는 것이 그와 같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힘든 사람이 자립할 수 있는 성장할 수 있는 자금을 내어주는 것은 어떤 것보다 좋습니다. 병든 이에게는 병원에 치료할 수 있는 치료비를 주는 것도 좋은 일이며, 배고픈 이에게는 밥 한 끼를 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주므로 내가 무엇을 받아내야 한다는 자체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참 보시가 아니고 거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다운 보시는 내 손을 벗어나는 내가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내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몸으로 보시를 행할 때 자신의 명예를 드날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 보시를 행할 때 내가 이렇게 보시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보시는 깨끗해야 합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보시 정신에 걸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깨끗한 보시행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보시의 참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하루에 몇 번이고 보시할 수 있는 마음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그 마음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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