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청담·대행 스님도 '병' 분류될 수 있다 지적
소급적용·의견수렴 없는 개정 즉각 중단 요구
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 선우회가 종헌특위가 추진 중인 '승려사정에 따른 소임 제한 종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선우회는 5월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해당 개정안은 불교의 근본정신과 종단의 수행 전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입법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우회는 이번 개정안이 승려를 '갑·을·병·정'으로 재분류하고 결혼·자녀·환계 이력 등을 기준으로 소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수행자를 출가 전 이력으로 차별하는 구조적 낙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불교는 "출가 이전의 삶이 어떠했든, 진심으로 발심하여 계율을 지키는 수행자라면 누구든 성불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평등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출가 전 이력의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명백한 소급입법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종교의 자유에도 반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병'으로 분류되는 스님들이 전체 승려의 10분의 1에 달한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조계종 승가 구성원의 상당수를 제도 밖으로 밀어낼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우려했다.
선우회는 삼보정재 보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해법이 스님의 과거 이력 통제와 소임 제한이어서는 안 된다"며 "재산 유출 문제는 사찰 회계의 공공성 강화와 상속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수행 전통과 역사 왜곡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부처님도 출가 전 결혼하여 라훌라 존자를 두셨고, 성철·청담·비구니 대행 스님 등 근현대의 큰 선지식들도 출가 전 결혼과 자녀를 두었던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며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이들 모두 '병'으로 분류되어 종정 등 주요 소임에서 배제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우회는 "승려사정 제도는 1962년 통합 당시의 과도기적 유산일 뿐이며, 오늘날의 수행자 자격 구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종단 정체성을 스스로 왜곡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개정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개정안은 단 2회의 회의와 일부 스님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대다수 종도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며 "고령 출가자 증가와 이에 따른 결혼 경력자의 출가가 늘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우회는 "지금 종단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배제와 제한이 아닌, 포용과 갱신의 방향"이라며 △승려사정에 따른 소임 제한 법안의 입법 추진 즉각 중단 △불교 근본가르침에 어긋나는 출가자 차별 조항 철폐 △공청회 등 공개적 절차를 통한 종단 구성원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성명서는 "출가자의 삶은 과거를 끊고, 지금 여기에서의 청정한 행으로 자신과 사회를 구제하려는 숭고한 발심에 근거한다"며 "그 원력을 제도적으로 제약해서는 안 된다. 불교의 미래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위에서만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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