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조 영토 조항 폐지와 ‘2개 국가론’을 둘러싼 찬반 토론
“평화 후 통일 노선을 견지하되 북한을 다시 민족 특수관계로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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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80년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평화재단이 주관한 광복80주년 기념 포럼 (사진 = 정토회) |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은 8월 14일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광복80년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정토회와 함께 광복80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헌법 제3조 영토 조항 폐지와 ‘2개 국가론’을 둘러싼 찬반 토론과 함께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조민(전 통일연구원 부원장) 평화재단 지도위원이 사회를 맡은 이날 포럼에서는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광복80주년과 개헌 과제)와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광복80주년과 안보 과제)이 발제를 맡았으며, 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 소장,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가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5천여 명이 시청한 이날 포럼에서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주제는 개헌 과제였다. 특히 헌법 3조와 4조의 의미, 제헌의회 당시 영토조항에 숨긴 취지, 미래지향적 개헌 과제로서 영토조항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토론은 흥미진진했다. 그외에도 진정한 광복의 전제 조건으로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 외교안보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 적대적 2국가론 등 쟁점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광복 80주년, ‘절반의 광복에서 완전한 광복’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헌법 개정 방향 제시”
개헌 과제의 발제자로 나선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는 외세로부터의 해방인 절반의 광복만 이뤄졌을 뿐, 분단 극복을 통한 완전한 광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며 이를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87년 헌법 체제가 냉전적 사고에 기반해 제정된 만큼, 91년 체제 변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맞춰 헌법도 변화해야 하며, ‘우주일화(宇宙一花)’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평화주의와 열린 민족주의를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현행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어두운 측면은 결국 대한민국을 한반도 전체의 유일 정부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한 평화통일은 자유민주주의를 수용하지 않는 상대방에게는 통일이 없다는 것으로 결국 흡수통일의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따라서 영토조항 자체를 없애거나 한반도 내 두 개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정치적 변동에 관계 없이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관 설치와 대통령의 평화통일 책무를 비가역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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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80주년 기념식과 포럼 참여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한반도라는 프리즘을 벗어나 글로벌 국가로서의 세계 전략을 가져야“
두 번째로 안보 과제의 발제를 맡은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우리는 위대한 나라에 살고 있으며, 진정한 광복은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현재 국제질서에 대해 “아무도 분쟁의 책임을 지지 않는, 다극화를 넘어선 무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한반도의 현 상황을 “2차대전 종전 후 형성된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한국전쟁으로 형성된 분단체제라는 두 개의 나쁜 뿌리에서 자란 나무”로 비유하면서, 현재 동아시아 국가간 관계가 갖고 있는 불안정성은 유럽과 달리 이 두 전쟁이 제대로 종결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조 위원은 “김일성은 ‘사상과 이념, 종교와 신앙의 차이에 관계 없이 민족 대단결 원칙에서 굳게 뭉쳐야 한다’는 통일 명제를 제시했는데, 김정은이 이를 폐기하고 조국통일 3대 헌장도 철거했다”며 “자기 주민들도 설득하지 못한 정책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한 뒤, “선 평화 후 통일 노선을 견지하되 북한을 다시 민족 특수관계로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라는 프리즘을 벗어나 글로벌 국가로서의 세계 전략을 가져야 한다”며 코리아 인센티브를 통한 당당한 국가로의 발전을 제안했다.
“진보·보수 초월한 통일 담론 복원과 한반도 운전자론 회복 필요”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은 독일 통일 사례를 통해 한국의 통일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곽 소장은 “서독이 1970년대부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된 동방정책을 추진하며, 미국에는 1억 7천만 달러 하버드대 기부로 감사를 표하고, 영국·프랑스에는 통일 후 군사력 제한과 EU·NATO 적극 참여를 약속해 사전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독에는 총 40억 유로를 조건 없이 지원해 주민들의 인식 변화와 소련의 부담 경감 효과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곽 소장은 “한국도 주변 4개국(중·러·미·일)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소프트파워 중심의 통일 전략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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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80주년을 기념해 정토회 회원과 평화재단 종교 및 사회인사들이 참여한 손도장 퍼포먼스 |
윤건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구로을)은 ”10년 전 광복 70주년 때와 달리 현재는 진보·보수가 극단적 대결주의로 흘러가 통일 논의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6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경제협력 우선의 ‘선경후정(先經後政)’ 원칙 복원, 진보·보수 이분법을 넘어선 ‘겸상우선 독상금지’ 자세, 기존 남북합의(9.19 군사합의, 싱가포르 선언) 재확인을 통한 신뢰 구축, 트럼프 2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 수립, 윤석열 정부가 포기한 ‘한반도 운전자론’ 회복, 헌법 3조 영토조항 개정 논의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윤 의원은 ”특히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대를 놓고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는 사대주의적 접근을 했다"며 “새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되찾고, 북한과의 경제협력도 기존 봉제공업에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적대적 두 국가론, 핵무기 자신감이 원인…한국 사회 내부 분단부터 극복해야”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단이 물리적→법적→심리적→사회적 분단의 4단계로 진행됐으며, 현재 한국 사회 자체가 진보·보수로 심리적 분단 상태”라며 “남북 분단 해결 이전에 우리 사회 내부 분단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위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핵무기 보유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려면 북한 내부 의식 변화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교류협력 자체를 북한이 적대행위로 인식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으며,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 위원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과 달리 북한 지도자의 인식 변화, 중국·러시아의 대북 지원, 미국의 한반도 통일 무관심 등 대내외 여건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행정부 중심의 소집단 결정에서 벗어나 국회·지자체·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구축”을 제언했다.
“헌법 3조(영토조항) 4조(통일조항)는 상충이 아닌 조화관계…통일 책무 선언으로 재해석 필요”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최철영 교수의 헌법 3조 영토조항 삭제론에 대해 “헌법학계에서는 이미 3조와 4조가 상충관계가 아닌 조화 관계로 정리됐다”며 “3조는 반국가단체 처벌 근거가 아니라 통일 책무를 선언하는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임 교수는 “3조 영토조항은 1948년 제헌헌법부터 실린 ‘장남’격의 조항으로, 당시 회의록을 보면 제헌의회가 통일 책무 부과를 위해 삽입한 상징적 조항”이라며 “군사정권이 이를 국가보안법 근거로 악용했으나 본래 의미는 통일 지향”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특히 “1991년 남북 유엔 동시가입으로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했고, 헌법학계의 다수설도 3조(영토 통일)와 4조(평화 통일)를 보완관계로 해석한다”며 “3조 삭제는 보수진영 강한 반대로 개헌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1987년 이후 38년간 개헌이 없었던 것은 국회 재적 3분의 2 찬성이라는 높은 문턱 때문”이라며 “국민적 합의 가능한 조항부터 단계적으로 개헌해 ‘개헌 실패 관성’을 깨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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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륜 스님이 맺음말을 하고 있다. |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패널들은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개정 필요성과 평화통일 실현 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법륜 스님 “지금은 긴장완화에 집중, 북미관계 개선 먼저 지원이 바람직”
토론을 마무리하며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은 “북한은 우리에게 최대의 적대 세력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통일 상대라는 모순적 관계”라며 “적대적 관계를 낮추고 상호 협력을 높여 평화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화하자면서 목에 칼을 겨누는 식의 접근으로는 진정성 있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군사훈련과 제재 강화 등 압박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또 “미중 갈등과 대만해협 위기 상황에서 남북이 긴밀히 협력하지 않으면 한반도가 본의 아니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최소한 비상연락망 복원과 적대관계 청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법륜 스님은 이어 “통일은 미래의 이익이지만 전쟁은 현재 가진 것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평화가 우선이고 절대 전쟁은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현 상황에서는 성급한 남북관계 개선 시도보다 긴장 완화에 집중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먼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평화재단은 포럼에 앞서 ‘진정한 광복, 우리 힘으로!’라는 주제로 광복8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종교 원로인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김홍진 전 성공회 주교, 김대선 원불교 교무와 사회인사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덕룡 김영상민주센터 이사장, 김홍신 작가, 최상용 전 주일대사,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종열 DMZ평화네트워크 이사장 등 내빈 40여 명과 일반 시민 40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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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80주년 기념식에서 청년 회원들이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