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의 불교 전래와 최초의 불교교육의 성립
(앞글에 이어서)
중국 불교전래의 내용은 공식적으로 전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밖에 전해지고 있는 내용이 있는지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의 불교 전래가 후한 명제 이전에도 서역 실크로드를 통해서 전해졌다는 一說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한시절에 ‘浮圖’라는 말이 전적에 보이고 있는데, 이때 ‘부도’는 붓다, 즉 부처님을 의미하는 말이다. 필자가 추측하건대 인도로부터 전한시대~후한 명제까지 실크로드를 통해서 꾸준히 불교를 중국에 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한시대로부터 후한 명제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불교를 중국에 전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진 끝에 서기 67년 불교 전래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으로 전적에 나타나고, 이듬해 백마사가 낙양에 창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 불교전래에 대한 유교 · 도교의 반대 움직임과 문화접변의 교육적 의의
인도의 토착종교는 잘 아시다시피 힌두교이다. 기원전 수천년부터 인도대륙에서 발흥을 하고 토착화한 종교가 힌두교이므로 불교가 인도대륙에서 생겼을 때 힌두교의 브라흐만교측에서의 반대와 저항이 심했다고 한다. 불교경전에 나타나는 부처님을 爲始한 부처님의 제자들의 브라흐만교도들과의 논쟁의 내용을 보더라도 얼마나 힌두교가 불교를 배척하고 저항을 했는가를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불교가 중국대륙에 전래되었을 때에도 기존 유교와 도교를 신봉하는 세력들의 반발과 저항이 있었다. 유교에서는 낯설은 문화권인 인도대륙에서 전래한 불교를 ‘無父無君의 胡敎’, 즉 ‘아버지도 없고, 임금도 없는 오랑캐의 가르침’이고, 사회적 생활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공격을 하였으며, 한편, 도교에서는 ‘老子化胡說’을 주장하면서 노자가 인도의 석가모니 부처로 태어나 오랑캐인 인도 사람들을 가르쳤다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불교는 도교의 아류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중국의 토착종교이면서 사상인 유교와 도교의 불교에 대한 저항과 공격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유교와 도교는 각기 불교가 중국에 전래하기까지 중국의 대표적인 종교와 사상으로서 상층부 기득권 세력과 민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가 유교와 도교와의 갈등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불교는 유교와의 갈등 과정에서도 불교에도 유교에서 내세우는 忠 · 孝의 윤리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여산의 혜원 스님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도교는 노장사상에 나타나는 ‘無爲自然’의 사상으로서 불교에 通攝 또는 融合됨으로써 중국불교가 격의불교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유와 환경이야 어찌됐든간에 이와 같은 과정속에서 불교는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각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종교가 되었다. 그러므로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 불교는 이질적인 문화의 接變으로 갈등이 있었으나 점차적으로 불교가 중국인들의 정신세계와 삶속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3. 경전번역의 교육해석학적 의의
불교가 중국인의 삶속에 사상과 문화로서 영향을 끼치고 자리잡게 되기까지 큰 역할을 한 것은 인도 산스크리트 경전의 한문 경전 변역이다. 경전번역의 과정은 오랜 기간동안 인도 또는 서역 등으로부터 중국에 경전을 전하는 스님들의 노고와 더불어 실력있는 스님들의 경전번역 등에 힘입어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은 국가적으로 번역을 위한 장소를 개설하여 이루어진 장대한 佛事였다. 개괄적으로 한문으로 경전번역에 참여한 스님을 예로 든다면 초기에는 안세고를 비롯하여 지루가참, 그리고 진제 삼장, 구마라집 삼장 등이 있었고, 후기에는 당나라의 현장이 있었다. 경전을 번역한 이들 각각은 경전을 번역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는데, 현대적인 불교해석학의 측면에서 볼 때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산스크리트 원전의 문법에 치중해서 한문으로 번역한 경전이 있고, 번역자가 원전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보태 한문으로 번역한 경전이 있다. 현장역은 전자에 해당하고, 구마라집역은 후자에 해당한다. 동일한 원전에 대한 한문 번역이 다르다는 점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경전번역이냐, 아니면 후자에 해당하는 경전번역이냐에 따라서 경전을 읽는 사람의 경전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 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교육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볼 것은 불교가 중국에 전래한 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진 漢譯經典이다. 중국의 漢字文化圈에서 중국사상을 바탕으로 산스크리트 경전이 漢文으로 번역되었다. 즉 漢譯시 주로 道家的 槪念과 儒家的 槪念의 漢語가 사용되었는데, 도가적 개념의 漢字로 번역된 산스크리트 용어는 ‘Buddha’와 ‘Arhat’였다. 이 ‘Buddha’와 ‘Arhat’의 용어는 각각 『莊子』의 제물론편에 나오는 ‘大覺’과 대종사편에 나오는 ‘眞人’으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菩提’와 ‘涅槃’은 각각 ‘道’와 ‘無爲’로 번역되었다. 또한 보살(bodhisattva)은 ‘大士’, 僧伽는 ‘衆’, 薩埵(sattva)는 ‘衆生’[『禮記』 「祭義篇」에 나오는 용어]으로 각각 번역되었다. 이와 같이 중국에 전래된 인도 또는 서역에서 유래한 산스크리트 경전은 중국의 토착사상의 개념이 담긴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러한 경전번역의 특성은 불교적 교사인 출가승이 경전에 나타나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중국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잇점으로 작용하였다.
요약하면, 우선 산스크리트 원전에 충실한 漢譯 經典이냐, 창의적으로 漢譯한 經典이냐에 따라서 경전의 가르침을 전하는 불교적 교사(교수 아사리)의 교육과정의 계획과 실천이, 그리고 경전의 가르침을 받는 불교적 학생(비구, 비구니)의 학습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한역되었는데, 도교의 문헌에 나타나 있는 도가적 용어로 한역되었다. 이로써 불교적 교사는 보다 효과적으로 중국인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장미란, 『중국불교화 과정에서 본 도가와의 관계 연구』, 위의 글, p.26. 참조.> 이것을 우리는 경전번역에 따른 교육해석학적 의의라고 할 수 있다.
4. 漢譯 經典의 敎育社會的 意義
중국에서 한문으로 번역된 경전은 교육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국가주도로종이로 된 책의 형태로 한문 경전이 보급되기 시작함으로써 중국의 識者層인 고위관리층이나 유학자들이 한문 경전에 가까이에 근접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그 내용을 알게 됨으로써 그들의 정신세계에 불교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달리 표현하면, 책의 형태인 한문경전들을 가까이 한 중국 식자층들의 인격에 불교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였다는 것, 즉 번역경전이 중국 식자층들에게 불교적 인간형성을 있게 했다는 점에서 교육사회적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중국 식자층이 비록 유교문화권의 유교경전의 지식에 해박하였지만 도도히 밀려오고 있는 한역 경전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하기 전에는 유교의 경전에 해박한 중국의 식자층들의 대부분은 유교의 인간관과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랬는데 인도 또는 서역으로부터 세월의 간극을 두고 들어온 경전들이 한문경전으로 번역되고 경전의 내용이 식자층들에게 알려짐에 따라 이들 식자층들 가운데 일부는 인간관과 세계관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식자층들 가운데 일부는 인간관과 세계관이 불교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다소 사상적으로 혼돈스러운 경우도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불교와 유교, 그리고 불교와 도교는 서로 공존하면서 사상적으로 동화 또는 융합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국불교의 특징인 格義佛敎인 것이다. 격의불교는 중국불교만이 지니고 있는 특징으로서 불교와 유교와 도교는 한자문화권에서 서로 사상적 교류를 은근히 하였는데, 불교와 도교와의 관계가 사상적으로 격의적인 측면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나아가 이후 활자 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쇄돼 보급된 경전은 중국 전역에 구체적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알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인의 정신세계에 불교적 인격이 형성되도록 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의 일반 민중들이 한자로 이루어진 불교경전을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절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스님들에게 법문을 듣거나, 불교경전을 受持하고 讀誦함으로써 불교는 사회에서 교육적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漢譯 經典의 가르침이나 경전이 갖는 교육사회적 의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구한말 개신교의 성경이 우리 말로 번역되어 개신교를 믿는 신자들에게 보급되었을 때 사회에 미친 영향이 컸음을 생각해 볼 때 중국에서의 경전번역이 미친 사회적 영향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중국에서의 경전번역을 대변혁을 가져온 佛事라고 본다. 그러므로 인도와 서역에서 산스크리트 경전을 말에 싣고 중국으로 渡來한 譯經僧들은 교육의 측면에서 볼 때 불교의 사상과 문화를 중국인들에게 전한 위대한 교사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산스크리트 경전의 내용을 중국 한자 경전으로 번역하기 위해서 이들 역경승들은 중국말을 익히고, 중국의 한자에도 정통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 걸맞게 漢譯을 하고 이것을 중국인들에게 알리는 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해야 했기 때문이다.
5. 안세고의 초기 경전번역의 格義의 특성
안세고(安世高, 148년-180년)는 서역 안식국의 왕자 출신으로 왕위를 버리고 불교에 귀의한 후 후한 시대에 중국에 들어온 역경승(譯經僧)으로서 아비달마와 선경(禪經)에 정통하였다. 그는 안반수의경(安般守義經) 등 총 34부 40권의 경전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고 한다. 그는 초기에 경전을 번역한 역경승으로서 특히 그가 번역한 안반수의경은 중국불교사에서 차지하는 의의가 크다. 그것은 중국에 불교전래 이후 도교가 성행했던 환경을 감안해서 도교의 수행법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안반수의경을 안세고가 번역했기 때문이다. 안세고는 당시 중국에서 득세를 하고 있던 도교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안반수의경을 번역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중국인들에게 맞는 경전으로 위빠사나의 수행법을 담고 있는 안반수의경을 번역했던 것 같다.
어쨌든 산스크리트 경전의 한역에서 중국인들의 사상과 정신세계 등 환경적 요인은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었다. 이와 같이 경전 번역에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는 일은 이후 인도와 서역에서 도래한 역경승들도 필요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장사상에서 말하는 무위자연의 사상은 산스크리트 반야부 경전을 한자 경전으로 번역하는 데 있어서 반야의 空의 개념에 格義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역경승들이 경전을 漢譯하는 데 있어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이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며, 이로써 불교는 중국인의 삶과 환경에 걸맞는 중국불교로서 성립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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