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온갖 정보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대융합 사회를 만들고 있다. 물질의 개벽에 상응하게 정신문화를 새롭게 확립할 때가 되었다. 정신문화의 극점에 있는 수행문화에도 종교사상을 아우르는 보편적 표준이 필요하다. 초연결을 통한 융합에 선행되는 조건은 조율(調律)이다. 수행(修行)은 몸, 마음, 그리고 삶에서 이루어지는 일체 행위의 균형조율이다. 대변혁의 시대에 균형의 의미는 변동성이 크므로, 이제 ‘균형조율’을 간명하게 ‘조율’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나는 수행과 수행문화를 각각 ‘조율행’과 ‘조율문화’로 정의하고, 양쪽 모두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조율의 기준은 보편 도리다. 앞서 〈보편 도리의 핵심, 중정(中正)〉에서 밝혔듯이, 모든 성인(聖人)의 말씀을 비교하면, 중도, 중용, 황금률의 이치로 바름에 이르는 ‘중정’의 내용이 공통으로 나온다. 조율행은 심신을 최적화하고, 중정의 상태에 이르는 핵심 방법이다.
종교적 이상과 달리 우리의 삶은 분열되어 극심한 갈등 속에 있다. 그러나 삶의 모순 속에도 역설적인 진실은 드러난다. 이를테면, 양극적 모순인 음양(陰陽), 강유(剛柔), 화쟁(和爭) 등이 함께 어울리면서 화엄의 세계를 이룬다. 현상과 본질 양면에서, 조율행은 순행과 역행의 모순을 끝없이 조율하면서 진리로 나아가는 실천행이다. 조율행은 양극적 모순 속에서 공생(共生)의 삶을 추구하므로, 세상의 갈등 치유에 가장 적당하다.
지금까지의 종교적 수행은 각기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했지만, 이제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 진리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흐름을 타고 있다. 변화의 격랑 속에서, 조율문화는 수행문화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다. 동양사상의 원류인 《역경》에서 강조하는 ‘혁신(革新)’도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새롭게 융합해가는 과정이다. 성인이 제시한 보편 도리는 일시적인 정체된 이론이 아니라, 역동적인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다.
역(易)의 이치는 불교 수행의 핵심인 무아(無我)의 도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정한 무아는 생명이 없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생태적 소통을 통해 변화의 흐름을 타고 머물지 않는 경지다. 생명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무아의 상태는 개인마다 독특하게 드러난다. 인간이 AI와 맞서서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독특한 생명력을 기운 생동하게 순환하는 데 있다.
자신의 생명현상을 시절 인연에 맞게 조율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타율에 얽매인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이 점에서, 조율과 혁신을 통해 자신의 안팎에서 소통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조율행과 조율문화는 앞으로 웰니스(Wellness)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모든 시스템이 타율에서 자율로 전환하고 있다. 건강과 행복도 자율적으로 이룰 때, 만족도가 가장 높다. 따라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보편적 조율행의 체계를 확립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보편 도리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조율하는 균형 인재, 즉 ‘율랑(律朗)’을 육성할 것을 제안한다.
《AI 시대의 생존전략, 수행》의 보편 도리 함양(eastosuh@daum.net)
■서동석 박사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