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익고 있습니다. 요 며칠 사이 가을을 재촉하는 비 소식이 들리면서 아침저녁으로 가을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우리 민족의 최고 명절인 한가위 추석이 지나면, 산하는 울긋불긋 단풍의 물결이 몰려오겠지요. 그러면 이 남녘 작은 사찰 신해사에도 역시 단풍의 물결이 오겠지요. 눈 부시게 아름다운 단풍의 물결에 지나면 겨울의 풍광이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는 이처럼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은 죽음을 예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는 축복이라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이야기합니다. 왜 이럴까요? 그것은 우리들의 삶이 계속 영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삶이 계속 연장되기를 바랍니다. 내 사랑하는 내 품에서 아니 가족의 품 안에서 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부처님은 오해라고 생각하고 고통이라 정의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고팔고(四苦八苦)를 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하셨습니다. 사고(四苦)는 사람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을 말합니다. 팔고(八苦)는 사고(四苦)를 더하여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는 고통인 애별리고, 싫어하는 것과 만나는 고통인 원증회고,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고통인 구불득고, 오음 즉 오온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고통인 오음성고 등 4고를 추가한 것입니다.
뒤의 4고(四苦) 중 3고는 외부관계에서 비롯되었고, 오음성고는 자기 자신에게서 발생하는 고통으로서 육신과 정신에 대한 집착에서 기인합니다. 8고 중 생로병사의 4고를 하나로 묶어 5고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8고는 결국 인간세계의 모든 고통을 뜻합니다.
일부 사람들이지만, 부처님 말씀을 자칫 염세주의나 허무주의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인생의 본질을 이해하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멋진 설악산 울산 바위조차 그 형태가 수 천 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수 만 년이 지나면 그 모습은 변하고 또 수 십 만년이 지나면 바위가 돌멩이가 되고 결국 먼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울산바위가 먼지가 되는 사실 앞에서 우리 모습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물며 인간의 몸은 더할 나위 없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그릇된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나’라는 집착에서 원인합니다. ‘나’라는 집착에서 분별심이 생기고, 분별심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원래 나라는 것이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계속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생활하고 누리고 있는 것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고통스럽고 아파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현재 나와의 단절입니다. 그래서 죽음은 슬프고 아픔인 것입니다.
본래 ‘나’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써 무시합니다. 우리의 육신이라는 것은, 단지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가 화합된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 뿐입니다. ‘나’라는 집착을 떨쳐버리면 ‘나다 너다’는 분별심은 절로 사라집니다.
‘나다 너다’는 분별심이 사라지면 인생에 주어지는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절로 우러납니다. 이런 마음이 되려면 우리 자신을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의 마음이면 죽음은 단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행하는 모습은 죽음 이후에 만나게 되는 미래의 우리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최선을 다해 좋은 행을 쌓아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쁜 행을 멀리하고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우리들은 지금 모습을 통해 미래에 감사하는 마음은 이웃을 포용하는 자비심으로 채워야 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닌 것에 만족하고, 남을 위해 보시행을 하는 마음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그것이 올바른 삶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족하고 선행을 행하고 늘 남을 도와주려는 그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고 수행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지금 모습은 어떠합니까? 좋은 삶을 사는지 못 사는지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온전한 행복으로 가득하길 부처님 전에 바라면서 더욱 정진해야 합니다. 오늘도 온통 행복으로 충만하소서!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http://www.bulgyonews.co.kr/news/39407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