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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들의 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7일 합천서 피폭 고통 경청하며 불교계 역할 모색
"강제동원으로 시작된 7만 명 피폭, 3세대 고통 지속"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광복 80주년이자 원폭 투하 80년을 맞아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아픔을 불교의 자비심으로 보듬기 위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다. 화쟁위원회는 7월 7일 오후 2시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원폭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80년간 지속된 고통의 연기적 구조를 이해하고, 불교계가 실천할 수 있는 자비행을 모색하려는 화쟁위원회의 원력이 담겨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일체중생의 고통이 바로 우리의 고통임을 깨닫는 보살행의 실천이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끌려간 조선인 약 7만 명이 피폭됐다. 이 중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해방 후 생존자 2만 3천여 명이 귀국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생존자는 2040명에 불과하며, 평균 나이가 81.6세에 이르러 증언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경남 합천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히로시마 군수공장에 투입된 주민들이 많아 피해가 컸다. 해방 후 수천 명의 피폭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게 됐다. 이는 식민지배와 전쟁, 그리고 핵폭탄이라는 인간의 탐욕과 증오가 만들어낸 연기적 고통의 상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피폭의 고통이 1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2세, 3세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경남도 조사에 따르면 원폭피해자 자녀 244명 중 13.9%가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장애인 등록률이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업의 과보가 무고한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2016년 제정된 '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은 원폭 투하 당시 현지에 있었던 사람과 태아로만 피해자를 한정하고 있다. 1300여 명에 이르는 원폭피해자 2세 환우회 회원들이 있지만, 후손들의 전체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고통받는 중생을 외면하는 것으로, 불교적 관점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회구조적 문제다.
화쟁위원회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피폭 당시의 상황과 피폭 후유증, 그리고 후손들에게 대물림되는 가난과 질병의 실상을 직접 듣는다. 특히 원폭피해자 후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과 불교계에 바라는 점들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조계종의 화쟁(和諍) 정신, 즉 갈등과 대립을 지혜로 해결하는 불교적 접근법의 실천이다. 국가 간 역사 갈등과 핵폭탄이라는 극단적 폭력이 만들어낸 고통을 중도적 지혜로 치유하려는 노력이다.
부처님께서는 "미워함은 미워함으로 그치지 않고, 사랑으로만 그친다"고 말씀하셨다. 80년간 지속된 원폭피해자들의 고통을 불교의 자비와 지혜로 보듬고,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고통받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현대 불교가 실천해야 할 보살행이다.
화쟁위원회의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동정이나 위로가 아닌, 원폭피해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진정한 연대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얻기를 바라는 불교의 원력이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김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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