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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1/10/25 12:48:57  편집부장
법경 정사의 만다라 이야기(12)
태장계만다라의 지장원(地藏院)

지난호에서는 태장계만다라의 12대원(大院) 가운데 일곱 번째 궁실(宮室)인 문수원(文殊院)에 대해 살펴보았다. 문수원(文殊院)은 석가모니불의 지혜를 담당하고 일체중생을 교화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지옥 중생을 제도하는 보살은 누구인가. 바로 지장보살이다. 이 지장보살이 주존(主尊)이자 본존(本尊)으로 모셔져 있으므로, 이를 지장원(地藏院)이라 한다.
  지장원의 주존인 지장보살은 석가불이 입멸한 뒤 이 세상에 미륵불이 출현하기까지, 부처가 없는 무불시대(無佛時代)에 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의 육도에서 자신의 몸을 나투어 미혹한 일체중생을 남김없이 제도한 뒤에야 비로소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겠다고 굳게 서원하고 중생제도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보살이다. 그런 점에서 지장원은 육도(六道) 중생들의 일체 고통을 들어주고 구제하는 세계로 묘사되고 있다.
지장원은 그림1)과 같이 태장계만다라 도상에서 가장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중앙의 중대팔엽원을 중심으로 왼쪽에 연화부원[관음원], 그다음 왼쪽에 지장원이 그려진다. 중대팔엽원, 연화부원, 지장원의 순으로 배열된 것은 부처님의 자비를 점진적으로 전개시켜 나가는 작용(作用)을 나타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비로자나부처님의 대자비(大慈悲)와 대지혜(大智慧) 가운데 연화부원에서는 대자비를, 그 대자비를 또 지장원에서 더욱 발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중생을 제도하는 데에 자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장보살이라는 명호에는 ‘대지(大地)를 포함한다, 함장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지(大地)는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모든 것의 기반이며, 결코 파괴되지 않는 광대하고 견고하다.
둘째, 모든 생명을 무한하게 생장시키며 풍족하다.
셋째, 금(金), 은(銀)이나 보석 등의 광석을 무진장으로 함유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지는 우리에게 풍요와 풍성함을 나누어 준다. 곡식에서부터 무한한 광물과 보물을 부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지를 비유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낸 보살이 지장보살이다. 땅[地] 속에 저장[藏]되어 있는 보석을 중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보살이다.
대지(大地)를 상징화한 지장보살이 주존으로 모셔져 있는 지장원은 견고한 보리심이라는 종자(種子)를 기르고 여래의 한없는 과실(果實)을 가져다주는 밀교의 수행법(修行法)에 비유되고 있다. 발심→수행→성불의 과정 가운데 수행에 해당하는 것이 ‘지장원’이다. 이를 달리 보리→열반→방편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방편은 밀교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대일경』「입진언문주심품」에서 ‘보리를 인(因)으로 하고, 대비(大悲)를 근(根)으로 하며, 방편을 구경(究竟)으로 한다’고 설한 바와 같이 밀교에서는 방편을 통해 모든 것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진언행자가 지장원의 주존(主尊)을 신앙하거나 제존(諸尊)의 진언과 명호를 외우기도 하는 것이다.
지장원은 그림2)와 같이 중앙의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위아래에 각각 네 분의 보살이 모셔져 있어 모두 아홉 분의 보살이 계신다. 모두 죄업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주존인 지장보살은 존명이 ‘대지를 포함하는 자’라는 뜻이지만, 실제 그 작용은 중앙 비로자나불과 연화부원의 대비(大悲)를 일으키고 전개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지장보살은 오른손에 월륜(月輪) 또는 일륜(日輪)을 쥐고 있다는 설도 있지만, 여의보주(如意寶珠)를 쥐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대일경소』의 내용에 근거한 것으로, ‘삼매로부터 무한한 공덕을 생산해낸다’는 해석에서 비롯되었다. 왼손에 지닌 보주당(寶珠幢)도 대지가 여러 가지 보물을 저장하고 생산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량한 공덕의 보물을 산출하여 무량한 중생을 구제하는 작용활동을 나타내고 있다.
지장보살의 상(像)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전해져 오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머리를 삭발하고 오른손에 석장(錫杖)을 들고 있는 비구의 형상이지만 그것은『대일경』과 다른 밀교 의궤의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만다라 도상(圖上)에서 지장보살은 백육색(白肉色)으로, 그림3)과 같이 오른손에 보주(寶珠)를 들고, 왼손은 보주가 달린 당번(幢幡)을 세운 연꽃을 들고 있다. 이 지장보살의 진언은 ‘나마 사만다보다남 하 하 하 비삼마에 사바하’이며, ‘널리 모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하 하 하 희유(稀有)한 자여, 사바하’라는 뜻이다.
지장보살 위쪽에는 보장보살(寶掌菩薩)이 자리하고 있다. 보장(寶掌)이란 산스크리트로 Ratnakara라 하며, ‘보(寶)의 광산(鑛山)’이란 뜻이다. 이를『대일경소』에서는 ‘보처(寶處)’, 즉 ‘보물을 생산하는 곳’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보처보살(補處菩薩)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는 보작(寶作), 보광(寶光), 보생(寶生)이라 번역하기도 한다. kara가 작위(作爲), 능생(能生), 수(手), 광명(光明) 등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보장보살의 상(像)은 백황색(白黃色)이며 왼손은 연꽃을 들고 오른손은 시무외인(施無畏印)을 취하고 있다.
보장보살 위에는 보인수보살(寶印手菩薩)이 있다. 보인수(寶印手)란 ‘보물로 상징되는 것을 손에 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보살은 오른손에 보주(寶珠)를 들고 있다. 상(像)은 지장보살과 흡사하지만, 왼손에 당번(幢幡)이 아니라 독고저(獨鈷杵)를 세워서 올려놓은 연꽃을 들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일설(一說)에는 보주(寶珠)가 아니라 월륜(月輪)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 보살은『대일경』「구연품」에 나오는데, 상징적인 형태를「비밀만다라품」에서 ‘보배 위의 오고금강(五鈷金剛)’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보살의 역할은 지장보살의 본서(本誓)를 체현(體現)하여 대자비의 손길을 중생들에게 뻗쳐서 보리(菩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지장보살의 아래쪽에는 보수보살(寶手菩薩)이 있는데, 존명(尊名)의 의미나 존상(尊像)의 형태를 보아서는 보인수보살과 비슷하다. ‘보물을 손에 들고 있다’는 것이 같다. 다만 보인수보살은 오른손에 보주(寶珠)를 들고 있으나 보수보살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수보살은 왼손에 삼고저(三鈷杵) 위에 보주(寶珠)를 올려놓은 연꽃을 들고 있는 데에 반해서 보인수(寶印手)보살은 독고저(獨鈷杵)를 세워서 올려놓은 연꽃을 들고 있다.
그런데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배치된 보장(寶掌), 보인수(寶印手), 보수(寶手)는 모두 ‘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손’에 보배를 들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인데, 이는 ‘보리심’이라는 보배를 중생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때에 따라서 손에는 여의보주를, 독고저, 삼고저를 들고 제각기 자비를 베풀어 중생들을 보리(菩提)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일체중생구제원(一切衆生救濟願)이 지장보살의 대원(大願)이다.




                     



                사진2) 지장원 [흑색 실선 부분]



                       사진3) 지장원의 지장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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