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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2/07/18 15:02:11  이한규
<천년바위> 불자가수 一光 박정식 거사
뼛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흐느낌, 노랫말 그 자체가 ‘불국토’

뼛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흐느낌

노랫말 그 자체가 불국토

 

▲다음 생애에는 세계적인 가수가 돼서 불교를 포교하고 싶다는 천년바위의 주인공 일광 박정식 거사
 

내가 숨 쉬고 내가 있는 곳 기쁨으로 밝히리라

1995년 장경수 작사, 장욱조 작곡, 박정식 노래로 발표된 <천년바위> 한 구절이다.

<천년바위> 매력에 빠져 휴대폰 컬러링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이 노래만 즐겨 부르고 듣는 것으로 알려진 전주 송광사 회주 도영스님은 여러 노랫말 중에서 이 구절이 우리나라가 바로 불국토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목이라고 말씀했다.

좋은 노래는 항상 폐부를 찌르고 여운을 남기게 마련.

방송사마다 노래 대결을 벌이게 되면 <천년바위>코로나19’ 와중에도 서도 가장 많은 조명을 받는다. 그동안 30명이 넘는 국내 유명 가수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수많은 시청자들은 감탄을 자아내고 눈물을 훔쳤다.

송가인, 임영웅, 이찬원 등의 유튜브는 수백만 뷰를 기록하면서 미스터, 미스 트롯 출연 무명 가수들은 이 노래로 하루아침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가 하면 박정식 거사가 개인 레슨을 통해 공들인 김다현은 곡조를 다룰 줄 아는 깊이 있는 외침의 주인공이 됐다.

무명 가수 10, <천년바위> 가수 10년의 평범한 프로필 소유자지만 이제는 국내 유일의 국악트롯 가수로 우뚝 섰다.

뒤돌아보면 오직 한 많은 인생 한 길이 아니던가.

꿈은 이루어진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은 어쩌면 혼돈의 시대다. 그런 까닭인가 <천년바위>는 세월과 상관없이 국민의 애창곡이 되어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모든 일은 간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천년바위>는 박 거사의 인생 파노라마처럼 뼈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이고 등 따스하고 배부르면 나올 수 없는 소리다.

 

법정 스님 책 읽고 불교에 귀의

<천년바위>는 부처님이 점지해 준 작품

▲십수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사경을 하고 있다
 

1959년 전주서 3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박 거사는 일찍 부친을 잃고 어쩔 수 없이 집안을 이끌어야 하는 한 많은 인생을 살아야 했다. 그사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고난이 뒤따랐다. 스스로 내 인생이 너무 슬프다고 생각한 한과 슬픔이 맺힌 세월들이었다.

그래도 예술은 위대한 것인가, <천년바위>는 박 거사의 아픈 세월 만큼 승화돼서 가슴을 울리고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로 탄생됐다.

부처님과 <천년바위>의 인연도 우연이 아니다.

“<천년바위>는 부처님이 저를 위해 점지해 주신 노래입니다. 원래 다른 가수가 불렀던 것이 제 차지가 됐고 당시 40만원이 없어 녹음실 대여도 어려웠을 때 막간을 이용해 20분만에 녹음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운인가, 부처님 가피인가, 우연히 짬 내어 녹음 스케줄이 잡힌 날 그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년에 다섯 번 정도 올까 말까한 특유의 소리가 목에 착착 감기는 기적(?)까지 일어났다.

플룻으로 시작되는 전주 한 소절만 듣고 녹음에 들어갔는데 그것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났으니, 지금도 그 당시 상황을 신중님들이 오셔서 도와주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8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절을 찾았던 박 거사는 정한수 떠 놓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 <천년바위> 가수 탄생을 예고했는가 그 당시 집에 있던 트렌지스타 라디오를 통해 <성주풀이>를 배웠고 이 노래로 여덟살 신동소리를 들었다.

77년 가수의 꿈을 안고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할 때 무소유의 법정 스님의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등의 말씀을 접하면서 불교를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동산불교대학 불교학과(학장 무진장 스님)를 다니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를 설계했다.

“80년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한 번 듣는 순간 온몸에서 닰살이 돋았습니다. 그래서 야간업소 밤 무대 10년은 조용필의 모창 가수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누구나 눈 감고 들으면 조용필로 알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조용팔입니다.”

모창 가수 박 거사를 아는 사람들은 모창으로는 안 된다. 너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며 새 길을 찾을 것을 권했다.

갈망하고 상황이 절실하면 길이 열리는 법인가. 내 음반 가지는 게 꿈이었던 그에게 어느 날 <천년바위>라는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이 노래는 오늘의 박정식을 있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살 직전 어떤 이가 <천년바위>를 듣고 새삶을 살게 했다는 일화도 일어났다. 사업에 실패한 어떤 아무개는 이 노래를 듣고 재기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천년바위>는 특히 <산사음악회> 단골 레퍼터리. 그러나 스님들이 너무 좋아해 직접 부르기 때문에 정작 노래의 주인공은 초대되지 못하는 촌극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대중가요에 국악 접목 가요사에 새장

산속 찾아 8년 판소리 공부

 

만사가 그러하듯 같은 노래도 부르는 이에 따라 맛이 다르고 느낌이 새롭다. 당연한 얘기다.

학자로 유명한 판소리의 진봉규 명인은 자네 목청이 너무 좋다.”며 오로지 노래하는 재주 밖에 없다는 그에게 판소리 공부를 적극 권했다.

진봉규 선생 권유에 따라 산 공부 들어간다.” 며 진안 장수 산천을 찾아 판소리를 배웠는데 2시간 잠, 2시간 소리, 때로는 인분을 먹는 등 8년간의 강행군은 그를 대형가수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만든 소중한 세월이었다. 때로는 폭포수 뒤에서 내 목소리가 모니터 될 때까지 목청을 가다듬어야 할 때가 많았는데 국악의 궁상각치우 5음과 고저, 청탁, 강약, 굴림이 뒤에서 굴리는 울림이 있는 이런 과정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춘향가> 중 진양조 이별가 대목 등을 응용하면서부터 판소리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성악 예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전생에 소리꾼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이 시대 진정한 소리꾼박정식은 이승 하직할 때 습관을 가지고 간다로 했는데 아마도 그렇다면 가수 생활이 이런 인연이 아니었나 생각할 때가 많다고 했다.

월츠에 대중가요를 접목한 <천년바위>는 국악(판소리)의 기교와 감정을 담아 우리나라 가요사에 새장을 열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콘서트를 갖는 것입니다. 꿈은 이지만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훈가피(冥熏加被)라고 했다. 때가 오면 어려운 일도 쉽게 풀리지만 때가 안되면 쉬운 일도 풀리지 않는다는 뜻, 꿈이 쉽게 풀릴 날이 머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박 거사는 탐진치(貪瞋痴) 3독을 마음속에 새기고 통해 생각과 말과 행동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보살행을 꾸준히 실천해온 불자다. 자신의 본명 박정식(朴正植)을 정식(正式)으로 살고 풀이하는 일면만 보더라도 결코 교만하지 않는 아상(我相)을 발견할 수가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법화경 사경(寫經)

몸 지니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

▲법화정사 회주 도림스님과 함께 법화경이 새겨진 석간에 금분을 칠하고 있다
 

지난 주 제적사찰이자 원찰이기도 한 제기동 소재 사경도량 법화정사에서 2010년부터 한글 23, 한문 1번째 법화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박 거사를 만났다.

사경도량 법화정사는 불교 전통을 그대로 표출한 도심 속 불교사찰이자 법화경 사경 도량으로 모든 법문을 석판에 새기고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가르침을 전법해 왔다.

처음 만남의 자리에서 법사라는 칭호를 사양하고 굳이 거사라고 불러달라는 것이 첫인사, 가수 박정식이라는 이미지를 떠나 참 불자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그에게 일광(一光)이라는 법명을 주셨다고 하니 이 또한 <천년바위> 못잖은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사경(寫經)은 말 그대로 경전을 베껴 쓰는 것입니다. 경전 중의 경전, 가장 존귀하게 여겨지는 법화경(法華經)을 사경만 해도 도리천상에 태어나고 몸에 지니면 부처님 몸을 지니게 된다고 했습니다.”

법화경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곧 부처님 몸 지님이라 하지 않았던가.

한 번 입재하면 해재 때까지 일체 걸러서는 안 되고 외국 공연을 가더라도 모시고 가서 사경을 써야만 한다.

박 거사의 사경 작업은 <수덕사의 여승>을 부른 선배 불자가수 송춘희의 권유로 시작되었다.

사경의 이해를 돕고자 법화경을 세상에 전하다안내 유인물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을 가다듬고 매일매일 한 글자씩 써내려 가면 마음이 평화롭게 되고 안정되며 소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고 업장이 소멸됩니다. 3번 읽고 쓰면 마음이 편안하고 가정이 화목합니다. 5번 읽고 쓰면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이 열립니다. 7번 읽고 쓰면 9대 조상님과 부모님이 극락왕생하고 10번 읽고 쓰면 집안의 행복과 자손들의 성공이 이뤄집니다.”

그 때문인가 사경을 시작하면서부터 박 거사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새로운 눈이 뜨였다. 그것은 소리 없는 큰 변화였다.

우선 집안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가 했더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깨달음도 배웠습니다. 나아가 시절 인연의 의미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좀체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 하나. 어느 불자는 사경을 쓰고 또 쓰다 보니 몸에서 사리가 나왔다는 사실도 소개해 주었다.

<천년바위>는 원래 슬픈 노래가 아니라고 했다. 내 음반 가지는 게 꿈이었던 시절, 박 거사는 이 노래 한 곡에 사생결단의 승부를 걸었다. 한풀이하듯 모든 것을 쏟아냈고 이제는 판소리가 우리 민속악의 최고의 성악 예술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더불어 법화경 사경 작업은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고 부끄럽지 않은 불제자가 되는 계기가 됐다.

조금만 손해 보면 큰일인 줄 아는 게 세상인심입니다. 그러나 사경과 함께 믿음과 기도는 나라는 자신을 내려놓고 살게 합니다.”

박 거사의 행동하는 음성공양은 부처님께 귀의한 이래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6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법화행자의 노래>였다. 이것은 법화정사 회주 도림스님의 취지가 거룩해 조건 없는 봉사자를 자청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법화정사 신도이기도 한 일광 박정식 거사

이 음반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초 같은 인생> 등등 현재 히트곡 28곡을 모았다. 물론 박 거사도 노래 몇 곡을 음성 공양했지만 작품자의 승인을 받는 일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여기서 장경수 개사, 황선우 작곡, 박정식 노래로 만들어진 <돌아와요 부산항에> 한 곡을 소개한다. 노래 멜로디에 개사된 가사를 바꿔 부른다면 이해가 훨씬 빠를 것 같다.

 

부처님 크신 지혜 거룩하셔라

하나하나 가슴 속에 그 뜻 새겨 살아가리

중생을 불 지혜로 인도하시니

세상의 못된 무리 악의 수렁 벗어나서

부처님의 가신 길을 말없이 따라가네

 

박 거사에게는 또 다른 음성공양과 보살행의 모습이 있었다. 절 행사 요청이 오면 출연료를 따지지 않고 상대가 요청하는 대로 받는다는 사실이다. 가짐이 적으면 홀가분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자 보리심이고 음성공양이자 행동하는 보살행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화행자의 노래> 등 행동하는 보살행

미물 생명도 소중한 것, 지난해부터 방생 시작

 
▲KBS1 '노래가 좋아' 아침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음성공양의 또 다른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방생이다.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방생을 실천하고 있다.

사형수를 살릴 수 있는 것은 대통령뿐입니다. 목숨의 소중함은 사람이나 미물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십악(十惡)을 바꾸면 십선(十善)이 됩니다. 살생을 하지 말라는 부처님 뜻에 따라 방생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쉬임없이 계속할 겁니다. 종교는 행() 입니다.”

거사의 삶이 이러하니 가난하게 살아도 마음이 퍽 편안할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방생이란 죽을 위기에 처한 생명을 살려줌으로써 내세를 위한 공덕을 쌓는다는 의미가 있다.

 

衆善奉行諸惡莫作 自靜其意 是諸佛敎

온갖 나쁜 일 저지르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두루 하라. 스스로 마음을 닦는 것 그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법화정사 행사에서 법화행자의 노래를 불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선배들과 함께 봉사활동에는 늘 빠짐없이 동참을 하고 있다

앞에 소개된 구절은 거사의 좌우명이다. 그가 어떻게 평생을 살아왔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제까지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했다.


박거사는 아침이면 가족과 함께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리는데 우리 아들과 딸이 부처님 정법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라는 발원을 빠짐없이 올린다. 아침기도에서 지장경과 아미타경 독송은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아빠 꼭 빼닮은 딸 박보현은 탁월한 작곡 솜씨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거사는 발 품 팔아 여기까지 왔지만 못 사는 까닭이 복과 공덕과 선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는 것보다 이승에서 더 많은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고 살아온 삶이었다.

매사 모든 일들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부처님 말씀으로 행, 불행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의 거사를 있게 만든 것을 부처님, 부처님과 연결 고리를 있게 한 것은 어쩌면 법정 스님이시다.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불교를 믿으라고 당부 말씀은 직접 못 들었어도 날마다 부처님과 함께 한다는 송광사 불일암에서 보여준 스님의 사상은 박 거사를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인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 생애에는 세계적인 가수가 돼서 불교를 포교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내 자신은 전생에서도 소리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천년바위'에서 '하늘에게 물으니 까지' 네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1995~2005 <천년바위>, 2005~2015 <멋진 인생> 등 평생 모두 합쳐 두 곡의 히트곡을 남겼지만 이 시대 진정한 소리꾼소리를 듣고 있는 몇 안 되는 가수가 아닌가 싶다. 또 그의 노래는 대중가요답지 않게 매우 철학적이고 심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나듯이 모든 제행은 인과의 씨앗이 된다. 삶 자체가 무소유였던 법정 스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불교도, 기독교도, 유태교도, 회교도 아닌 친절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던가. 친절은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일광 박정식 거사, 그는 일찍이 법정 스님으로 인해 부처님께 귀의한 선남자(善男子). 또 갈수록 믿음이 깊어지고 기도 시간이 많아질수록 공자가 말씀한 사무사(思無邪) 그 자체다.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고 바르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길주 전문위원

사진=이한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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